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요즈음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는 멘토(mentor)입니다. 대개 현명한 '조언자'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이와 함께 '멘티(mentee)'라는 말도 많이 씁니다. '조언을 듣는 사람'을 뜻하지요. 인간의 지식과 경험은 유한한 것이기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서 조언을 듣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멘토와 멘티라는 용어를 둘러싼 무지와 오해입니다. 멘티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영어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단어일 뿐입니다. 이 단어를 만든 과정은 다음과 같아요. 영어 접미사 '–or'은 주로 '–하는 사람'을 나타내고, 접미사 '–ee'는 '–당하는 사람'을 나타냅니다. 사람들은 멘토에서 '–or'을 접미사로 보고 ment에다 '–ee'를 붙여 멘티를 만들었지요. 기발한 생각이긴 하지만, ment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멘토가 신화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고대 그리스 이타카 섬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떠나며 친구 멘토르(Mentor)에게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과 집안일을 맡깁니다. 그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친구이자 선생님,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텔레마코스를 잘 돌봐줬고, 덕분에 텔레마코스는 아주 훌륭한 청년으로 자랐어요.
이후로 멘토르라는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었어요. 따라서 멘토는 경험 많은 사람으로서 상대방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가 자신의 분야에서 꿈과 희망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는 교사, 선배, 후원자, 스승과 같은 사람을 말합니다. 멘토의 유래가 멘토르니 발음도 '멘토'보다는 '멘토르'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멘토'와 '멘토르'라는 두 가지 표현이 모두 쓰이고 있어요.
여러분에겐 몇 명의 멘토가 있나요? 독특하게 여러분은 많은 고민을 인터넷으로 해결하지요. 물론 인터넷도 잘 이용하면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어요. 인터넷에 어떤 질문을 올리면 많은 사람이 대답을 해주고, 그중 일부는 믿을 만하지요. 하지만 익명성 때문에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워요. 진정한 조언은 상대방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가운데 나오는 것이지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단답식 질문과 대화로는 얻기가 힘들답니다.
지금이라도 주위에서 자신에게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 사람이 있다'라는 뜻의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처럼 주변에 본받을 만한 사람이 있을 거예요. 부모님은 가장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답니다. 너무 가까이 있는 분들이라 때로는 거북하겠지만, 부모님만큼 여러분을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 본 연재는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장한업, 글담출판사,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장한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