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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l 21. 2016

'붉은 노을'에 숨어 있는 대기의 비밀

사이언스 하우스


해 질 무렵 자연이 만드는 노을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루도 똑같은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다.  페이소스가 짙었던 어느 영화 속, 아내를 향한 그리움으로 태국의 노을 빛에 물든 아내의 머리카락 색을 만들고 싶어 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색을 ‘시암 선셋(Siam Sunset)’이라 하고, 그것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시암 선셋 빛 노을이 펼쳐져 있다. 지친 하루의 수고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 어떤 위로보다 큰 위안이다.

지난번 자동차의 정지등이 붉은색인 것과 지구의 하늘이 푸른 이유가 산란과 관련 있음을 배운 아들이 이번에는 서쪽의 짙고 붉게 물든 하늘을 보고 질문했다.(이전 기사 : 자동차 브레이크등이 붉은색인 이유 7. 7.)

“아빠 해가 질 때에 하늘은 붉은색인데, 이것도 빛의 산란과 관련이 있나요? 산란은 푸른 빛이 더 잘 된다면서요.”

정답부터 말한다면 해가 질 때에 하늘이 붉은색인 것도 같은 원리야. 한낮의 하늘은 푸르지만 해가 질 무렵의 서쪽 하늘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게다가 태양도 약간 붉은 빛을 띠지.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우선 우리 지구를 감싸고 있는 대기층을 알아야 해. 지구는 약 1000km 높이의 대기에 둘러 쌓여 있는데, 중력 때문에 대기에도 층이 생기게 되지. 대기의 여러 입자 중에 무거운 것이 중력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아. 지구의 중력은 가장 가벼운 수소도 우주로 날아가지 못하게 잡고 있지.  

대기는 이온화된 원자들과 질소, 산소, 수소 등의 기체 분자들, 수증기인 물 분자와 미세한 먼지들 등이 섞여 있어. 지상에서 약 15km까지를 ‘대류권(Troposphere)’이라고 부르는데, 이 층에 이런 물질이 가장 많아. 여름에 ‘오존층의 파괴로 인한 과다 자외선 조심’이라는 뉴스를 들은 적 있지? 대류권부터 그 위로 약 50km까지가 중력으로 공기는 줄어들면서 오존층이 존재하는 ‘성층권(Stratosphere)’이라고 해. 그리고 그 위로 80km까지가 ‘중간권(Mesosphere)’과 ‘열권(Thermosphere)’으로 나뉘는데 위로 갈수록 공기 분자가 점점 줄어들어 거의 없어.

열권의 바깥은 ‘외기권(Exosphere)’라고 하고 그 바깥은 진공상태야. 100km 이상은 기체 분자가 분자나 원자 상태가 아닌 태양으로부터 받은 자외선이나 우주선(Cosmo Ray) 등으로 쪼개진 전리층이야. 대기층에 대해서는 나중에 ‘전자기파’를 이야기하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줄게. ‘전자기파’와 대기층은 아주 관련이 많아.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공기는 대부분은 15km 정도 높이밖에 안되나요? 더 높을 줄 알았는데.”

전에 비행기를 탔을 때를 떠올려 보면 구름 위의 하늘도 파란색이었지? 그건 결국 비행기가 대류권 안에서 난다는 반증이야. 비행기는 엔진이 날개에 가하는 양력과 중력으로 하늘을 나는데 양력이 있으려면 공기가 있어야 하고, 따라서 공기가 있는 대류권 내에서 비행을 할 수밖에 없어. 비행기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보잉747이나 혹은 에어버스사의 A380 같은 큰 비행기도 해발 9km에서 11km 사이로 운항해. 그래서 비행기의 고도에서도 태양빛의 산란에 의해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지.

그런데 왜 노을은 붉을까? 해가 질 때의 태양은 고도가 지평선에 있는데 이때 태양으로부터 네 눈으로 오는 빛은 한낮의 고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긴 대기층을 지나야 해. 한낮의 태양은 대류권을 15 km만 지나면 되지만, 해질녘의 지평선 쪽 태양은 머리 위의 대기층보다 훨씬 더 긴 대기권을 지나야겠지? 대기층의 공기를 이루는 산소와 질소와 같은 작은 입자들은 파란색과 같은 파장이 짧은 빛을 산란시킨다고 했는데 대기층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결국 시선 방향의 태양에서 오는 빛 중에 파란색의 빛은 계속적으로 더 많은 산란이 일어나고 산란이 된 빛들은 눈으로 들어오기 전에 하늘에서 흩어져버려. 하지만 붉은색은 파장이 길어서 산란이 적게 일어나고 파란색보다 훨씬 멀리 공기를 통과하지. 자동차 정지등을 붉게 하는 이유이자 원리였던 거 기억나지? 눈에는 파장이 긴 노란색과 붉은색들이 더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것이란다. 

“태양이 지평선에서 질 때 붉게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겠네요?”

그렇지. 하늘을 자세히 관찰해본 사람이라면 태양이 뜨고 질 때 태양 색깔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 크기의 변화도 알아챌 수 있어. 지평선에 있는 태양이 조금 커 보이는 건 붉은 색이 굴절과 회절이 잘 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공기의 굴절률은 공기의 밀도에 비례하는데, 지평선에 있는 태양은 더 높은 밀도의 공기를 통과하기 때문에 빛이 더 많이 굴절하며 눈에 들어와. 겉보기 태양의 위치는 높아 보이지만, 실제 태양은 30도 정도 아래에 위치해 있단다.

왠지 일출이나 일몰 때에 해가 빨리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니? 실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다른 것은 아니고 지평선 근처에서 이렇게 겉보기 위치가 실제 위치보다 높아 보이기 때문에, 태양이 지는 경우 지평선 근처에 가면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태양이 빠른 속도로 지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위 일러스트는 책 속 배경을 가상의 공간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각각의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 속 과학원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병민·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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