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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l 26. 2016

울게 하소서! 위로를 위해 아주 잠깐만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 순수하고 기발한 아이의 마음이 담긴 따뜻한 메시지, 아이 그림을 명화처럼 감상하며 ‘아이 그림 읽어주는 여자’ 권정은의 해설을 들어봅니다. 아이 그림을 통해 아이와 내 자신, 그리고 세상과 다시 나누는 이야기. 이 연재는 권정은 ‘Art Centre 아이’ 원장의 책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 편집자 말

울게 하소서
비참한 나의 운명이여 울게 하소서
(줄임) 이 비애가 나의 고통의 사슬을 끊게 하소서
–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에서

서투른 손놀림으로 끄적인 연필낙서 그림. 작가가 다 그리고 툭 던져놓은 그림 안에서 한 아이가 서럽게 울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서러울까! 그림 속 아이는 슬피 울고 있다. “제발 울게 내버려두세요. 엉엉엉.” 어느 날 일곱 살 담이가 도화지 뒷면에 낙서처럼 그린 우는 아이 그림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비통함이 또 있을까! 이렇게 맑은 눈물이 또 어디 있을까! 마치 모든 인류의 수호천사와 같은 느낌이다.

‘우는 아이’ 이담 작품


그때 마침 나는 며칠간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하던 시기였다. 인생에서 뭐가 정답인지,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마치 뿌연 필름 조각처럼 답이 보이지 않았다. 수면 위로 오르려 해도 자꾸만 물속에 가라앉아 윙윙대는 깊은 물 소리만 들리는 것 같았다. 한 번쯤 크게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치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아이는 내게 이 그림을 슬쩍 내민다. ‘울게 내버려달라’고 호소하는 담이의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금세 치유가 됐다. 이 아이가 내 아픔을 대신하여 눈물을 흘리며 울어주기 때문이다. 얼마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지 눈물을 훔치는 두 손은 아이의 눈물범벅이 된 눈 속으로 젖어 들어가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 대신에 사랑과 치유됨의 하트가 뿅뿅 떨어져 나온다. 다시 고개를 들면 물음표투성이의 인생 풍선들이 둥둥 날아다닐지라도 담이의 이 작은 연필화를 보는 동안은 그 풍선들이 핑크빛 하트가 되어 나를 데리고 날아다닐 것이다.

며칠 동안 내게 찾아온 답답함이 또 다시 나를 엄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내일 얼핏 잠들다 깬 베개 구석에서 소리 내어 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려울 때 성경책을 집어 드는 종교인처럼 이 작은 그림은 내게 위로의 처방전이 되어 나를 위해 대신 울어주며 나의 불안을 잠잠하게 할 것이다. 이 작은 그림 한 조각이 주는 사랑스러운 눈물이 내게 눈물 대신 부드러운 웃음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에게 아이 그림은 이처럼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울게 하소서! 당신의 진정한 위로를 위해 아주 잠깐만.


글 : 칼럼니스트 권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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