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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l 26. 2016

"수학보다 우정이 어려워"  사춘기 마음처방

문지현 박현경 작가 인터뷰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문지현 미소의원 원장과 박현경 남서울대 조교수가 신간 <우정이 맘대로 되나요?>를 펴냈습니다. 두 사람은 기독 청소년을 위한 QT 잡지 ‘새벽나라’에 13년째 청소년을 위한 상담 코너를 기고하고 있습니다. 글담출판사 편집부가 문지현·박현경 두 저자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우정이 맘대로 되나요?> 공저자 박현경(왼쪽), 문지현


어른이 되어가는 터널 속에서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구들과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의 문제는 뭐지?’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춘기 시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친구 관계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는 <우정이 맘대로 되나요?>. 우정 지침서 한 권으로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Q <우정이 맘대로 되나요?>는 인생의 고민 1순위를 친구 관계로 꼽는 청소년, 특히 여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도서인데요. 어떤 계기로 집필하게 되셨나요?


문지현 : 기독 청소년을 위한 QT 잡지 ‘새벽나라’에 청소년의 고민을 들어주고,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상담 코너가 있어요. 이 코너에 우리 둘이 10년 넘게 기고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우정이 맘대로 되나요?>를 집필하게 되었지요. 워낙 오랫동안 청소년들의 다양한 고민을 접해오면서, 많은 친구들이 함께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침서가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어른들이 볼 땐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라도 청소년들에게는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그래서 스토리를 통해 공감하고, 편지 형식의 친근한 구성과 부모님께 들려주는 조언 코너를 두어 자녀와 학부모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집필했습니다.


Q 여학생들에게 특히 집중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 시기의 남학생과 여학생은 어떻게 다른가요?

 
문지현 : 그 시기의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 비해 훨씬 관계 중심적에요. 물론 남자아이도 친구 때문에 속상해 하기도 하지만 그 중요성이 성인이 되어가면서 주목되는 것 같고, 여자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특히 중요시되지요.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연들을 봐도 여자아이들이 조금 더 많았어요.


Q 집필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신가요?

박현경 : 예전에는 청소년 잡지가 많았고, 그중에 고민 상담 코너도 흔했어요. '고민녀', '고민남'의 이야기를 쉽게 볼 수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엔 그런 장이 잘 마련되지 않고 있어서, 이 책을 통해서라도 또래 친구들의 고민을 읽고 각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함께 찾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청소년의 실질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시각에서 표현하여 공감을 얻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이지요. 등장인물의 고민이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랍니다.


"어려서부터 성과 강조... 청소년들, 시기와 질투부터 배운다"


Q 요즘의 청소년들은 예전의 청소년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많이 다른가요?


박현경 :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의 청소년들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고 다양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로 학업 스트레스로 스트레스의 종류가 단순했고, 친구 관계에서의 갈등도 비교적 적었지요. 그 당시 친구들은 대학입시라는 큰 목표를 앞두고 함께 고생하는 동지에 가까웠다면, 요즘은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도 경쟁과 갈등이 심합니다. 너무 어려서부터 경쟁과 성과를 강요받은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신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끈끈한 유대를 맺기보다는 그때그때 흥미에 따라 쉽게 친해졌다가 금방 멀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친구를 꼭 사귀어야 하고 친한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청소년들도 많아졌고요. 개인적으로 즐기는 오락거리 이를 테면, 게임이나 웹툰 등에 빠져 친구와의 깊이 있는 유대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지요.

 
물론 좋아진 점도 있어요. 요즘의 청소년들은 예전의 청소년에 비해 새로운 일을 할 때 두려움이나 긴장을 훨씬 덜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발표에서 실수를 하거나 시험을 망쳐도 쉽게 잊고 금세 다시 즐거워지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성은 하되 후회로 세월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조금 여유 있는 태도가 어떤 면에서는 개인과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Q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요즘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유형이긴 하지만, 책의 이야기 중에서 특히 청소년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박현경 : 대표적인 인물 유형을 등장시켜 특정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대체로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성향을 알면 자신과 다른 유형의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와 더불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상대를 판단하고 규정하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활달하고 뚱뚱한 사람은 흔히들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불안이나 우울을 오히려 더 많이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 요약하자면, 특정한 인물의 유형과 특징을 이해하되, 의외의 상황이나 성격이 있을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파악하되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신중하고 사려 깊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Q 청소년기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해결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문지현 : 때론 어른들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해답이 없는 문제들에 부딪히곤 하죠.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에요. 해결책에 집중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자신이 부딪힌 문제 때문에 ‘내가 지금 이런 노력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만 느껴도 큰 의미가 있어요. 어른들은 이 친구들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많이 공감하고, 격려를 해주어야겠지요.


Q 청소년기에 원만한 친구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박현경 : 우선, 가까이 있는 사람과는 경쟁보다는 협력하려는 태도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어려서부터 높은 성과를 강조하는 분위기인지라 청소년들이 우정을 쌓기도 전에 시기와 질투부터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도 자극을 준답시고 자녀를 친구와 비교해서 친구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곤 하지요. 나와 마음이 통하고 관심사가 비슷하며 집도 가까운 친구를 만난다 하더라도, 경쟁심으로 인해 시기와 질투를 느끼면 원만한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게 힘들어집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자신의 몫을 잘 감당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친구를 도와주어도 결코 뒤로 밀리거나 도태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친구를 이기려 들기보다는 배려하고 도와야 참된 우정이 자라납니다.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합니다.


"친구 도와줘도 결코 도태되지 않는다는 확신 가질 필요"


Q 그렇다면, 사춘기 시절에 겪는 여러 감정들을 잘 극복하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문지현 : 첫 번째 계단에서 넘어지면 두 번째 계단을 오를 수 없듯이 청소년기의 성장은 계단을 오르는 일과 비슷해요. 성장하는 과정이 무엇 때문에 어긋나버린다면, 비록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됐어도 청소년기의 문제를 그대로 안은 채 살아갈 수 있지요. 그럼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사회 활동은 물론 모든 면에서 여러 문제가 찾아올 수 있어요. 실제로 제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친구들도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아파서 오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 이렇게 아프기 전에 해결책을 찾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Q 이 책을 보실 부모님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박현경 : 부모가 자식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남의 자식이나 다른 사람의 일이라면 관대하게 대하고 여유롭게 대처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자기 자식의 일이라 쓸데없이 흥분하거나 상황을 오해하거나 과장해서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자식이 어려움에 처했거나 문제를 일으켰을 때, 우선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 바랍니다.


내 아이가 마음을 닫거나 입을 다무는 경우는 대개, ‘부모님이 화를 내거나 혼낼 것이다’ 혹은 ‘부모님이 도와줄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는 생각을 할 때예요. 부모가 먼저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베풀고 지혜와 배려를 실천하면, 자녀들도 좋은 영향을 받아 행복한 친구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부모님이 미리 알아두고, 그에 따른 마음가짐과 행동양식을 사전에 정리해두면, 여유를 갖고 자녀를 이해하고 돕는 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 때문에 힘들고, 학교생활을 하는 데도 지장이 있다면, 어떤 도움과 치료가 필요할까요?

 
문지현 : 청소년들의 경우, 다양한 해결책을 찾기란 어려워요. 이게 아니면 안 된다 싶어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요. 때문에 가장 가까운 부모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친구들에게도 고민을 털어놓는 등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보호자와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꼭 병원이 아니라도 청소년상담센터, 자살예방협회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있을 많은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현경 : 청소년기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사춘기가 질병은 아니에요. 사춘기는 성장하는 시기이고 발전에 따른 성장통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남들이 화를 낸다고 덩달아 화를 내고 남들이 반항을 한다고 나도 부모님께 대드는 식으로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립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모든 관계는 변화하게 마련이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바뀔 수 있지만, 내가 중심을 잡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차차 주변과의 관계도 바르게 자리 잡아갈 것입니다. 우정을 쌓되 내 전부를 걸지는 말고, 남과 함께 하되 자신의 삶도 돌볼 수 있는 지혜를 갖기 바랍니다. 많은 친구를 두루 사귀든 소수의 사람과 깊게 사귀든 자신이 행복하고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억지로 여러 사람의 인기를 얻으려 하거나 한두 명에게 지나친 충성심을 보이면 오해를 사거나 괴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거든요.

 
문지현 : 부모님이 무책임해 보이고 선생님이 무관심하게 느껴지며, 친구마저 등을 돌린 듯한 때에도, 나 자신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며 자신의 삶을 돌보고 가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길 때 차분히 조금씩 따뜻한 관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의 이야기들이 그런 작은 시도들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입니다. 책 속의 일화들을 살펴보며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고민하며 친구 관계의 지침을 얻어, 여러분 자신의 삶을 아름답고 멋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사진 : 글담출판사 제공

취재 :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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