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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l 28. 2016

얼마면 돼? 내 '불안'에 값을 매긴다면

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스트레스의 원칙>(THE PRESSURE PRINCIPLE) 영국판 표지


영국 러프버러대학 심리학 박사이자 여러 스포츠 스타들의 멘탈 코치로 명성이 자자한 데이브 알레드(Dave Alred) 박사가 지난 4월 영국 펭귄 출판사를 통해 <스트레스의 원칙>(THE PRESSURE PRINCIPLE)을 출간했다. <스트레스의 원칙>은 출간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현재도 아마존닷컴 종합 200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영국 BBC 방송 등을 통해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책의 제목이 왜 ‘스트레스 관리하기’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칙”인지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 압박’은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필연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심리적, 정신적 압박’을 경험한다. 당장 이번 달 카드 값을 갚아야 하는 압박에서부터, 내일 있을 고객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압박, 학생이라면 곧 있을 중간고사의 압박, 연장전 끝의 승부차기에서 자기 차례가 된 키커의 그 엄청난 중압감.

<스트레스의 원칙>에서 알레드 박사는 스트레스나 걱정, 불안 등을 모두 이러한 ‘심리적 압박’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정의하면서, 결국 이러한 ‘압박’들을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세상의 모든 “심리적 압박”은 개인적 편차가 있다. 그 압박의 강도와 질, 방향 등의 벡터에 크나 큰 개인적 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매우 중요한 축구 경기의 패널티킥을 앞둔 축구선수가 느끼는 압박이나, 대학 합격 발표를 코앞에 둔 수험생의 심리적 압박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알레드 박사의 독창적인 주장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나의 방어기재로서 혹은 노하우로서 이러한 압박을 회피하거나 숨기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오히려 병을 키우고 있다.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가중된 불안과 스트레스는 평소에 잘 해내던 것들도 어이 없이 수포로 만들곤 한다.(지극히 평범하고 쉬운 버디 찬스를 눈앞에서 날려버리는 골프 선수를 보라.)



스포츠 스타들의 심리 코치, ‘한 끗 차이’의 비밀을 말하다

<스트레스의 원칙>의 목적은 “심리적 압박”을 가장 단순-명쾌하게 정의한 다음에, 그 근본 솔루션을 찾는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만약 나의 ‘심리적 압박’으로 인한 불안에 값을 매긴다면 얼마를 주고 떠넘기겠는가? 이 ‘심리적 압박’은 말 그대로, 전적으로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떨쳐버려라’, ‘잊어라’ 등의 단발성 1차원적 충고나 조언은 전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압박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는 것이고, 심층적으로 탐구를 해야만 정확한 스스로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알레드 박사는 바로 이 주제, ‘심리적 압박’에 대한 연구로 영국 러프버러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영제국의 훈장(MBE)를 받기도 한 알레드 박사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럭비팀과 크리켓팀, 축구 프리미어리그 팀 선덜랜드와 맨체스터시티, 그리고 PGA 골프를 평정했던 루크 도널드와 브래드 캐네디 등 여러 팀과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심리 전담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승리와 패배, 성공과 실패는 아주 작은(미세한) 차이, ‘한 끗 차이’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바로 이 차이가 “심리적 압박”을 어떻게 극복해내는지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고 알레드 박사는 말한다.

그리고 이 압박으로 인한 ‘한 끗 차이’의 구조는 수술을 집도하는 전문의,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 극한 화재 현장의 소방관, 범죄의 최전선에 있는 경찰, 심지어 시간 심리 싸움을 하는 주식 중계인들과 증거 싸움을 하는 법조인들에게까지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들은 모두 프로이다. 전문적인 교육과 수련, 연습, 단련과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심리적 압박’을 극복하지 못해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그 결과가 삶과 죽음을 갈라놓을 정도로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알레드 박사는 이렇게 프로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도 왜 실수하는지를 통찰력 어린 심리적 구조를 통해서 밝혀내면서, 고급 프로와 저질 프로를 결정짓는 바로 이 ‘한 끝 차이’에 대해서 밝힌다. 궁극적으로 알레드 박사는 ‘압박을 받는 와중에 과업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논지를 강화한다. 또한 영국 해군과 전투기 조종사들의 교육 프로그램, 자동차 판매원들이 연습해서 극복하는 ‘심리적 압박’과 이들이 어떻게 ‘한 끝 차이’를 이루어내는지를 매우 유용하고 흥미롭게 탐구한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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