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잘로몬 식구들은 침묵 속에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샬로테는 아버지를 바라본다.
소음 하나하나가 위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모두가 식탁 주위에 앉아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얼어붙은 듯 꼼짝도 않고.
다시 문을 두드린다.
두드리는 손길이 한층 더 날카롭다.
어떻게든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을 부수고 난입할 것이다.
마침내 알베어트가 몸을 일으킨다.
어두운 제복의 두 사람이 나타난다.
알베어트 잘로몬?
그렇소.
우릴 따라오시오.
어디로 가는 거요?
일체 질문은 하지 마시오.
소지품을 좀 챙겨가도 되겠소?
그럴 필요 없소, 서두르시오!
파울라가 끼어들 태세를 취한다.
알베어트는 잠자코 있으라는 시늉을 한다.
골치 아픈 상황은 피하는 게 더 낫다.
저들은 조금만 심사가 뒤틀려도 총을 쏴댈 터.
그들이 원하는 건 나야, 이미 그런 걸 어쩌겠는가.
틀림없이 심문을 하려는 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내가 전쟁 영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
난 독일을 위해서 피를 흘리지 않았던가.
알베어트는 외투를 걸치고 모자를 쓴다.
그리곤 몸을 돌려 아내와 딸을 껴안는다.
꾸물대지 마시오!
그들은 짧게, 뭔가를 훔치듯 서로 키스한다.
그는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를 나간다.
샬로테와 파울라는 서로를 꼭 껴안는다.
두 사람은 모른다, 왜 그를 데려가는지.
두 사람은 모른다, 어디로 그를 데려가는지.
두 사람은 모른다, 얼마 동안이 될지.
두 사람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카프카는 <소송>에서 이런 상황을 묘사했다.
주인공 요젭 K는 영문도 모른 채 체포당한다.
알베어트처럼 그도 일체 항거하지 않기로 한다.
분별 있는 단 하나의 태도는 상황에 적응하는 것.
그래, 그렇다.
이것이 바로 그 “상황”이다.
상황을 거슬러 할 수 있는 거라곤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어디까지 간단 말인가
이 과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은데.
모든 게 이미 그 소설 속에 다 쓰여 있는데.
요젭 K는 결국 개죽음을 당할 터인데.
마치 그는 죽어도 모멸감은 살아남듯이.
by 다비드 포앙키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