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로테

by 인터파크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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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알베어트는 투옥된다.
베를린 북쪽에 있는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
그는 다른 수감자들로 가득찬 방에 갇힌다.
그가 알 만한 얼굴도 더러 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몇 마디 주고받는다.
가련하게도 낙관적인 장면을 되살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시들어가도록 놔둘 것이다.
어째서 아무도 그들을 보러 오지 않는 걸까
같은 동포를 어쩌면 이렇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몇 시간 뒤 장교들이 도착한다.
그들은 수용소의 문을 연다.
몇몇 사람들의 항의가 터져 나온다.
그들은 즉시 불평분자들을 잡아낸다.
이들은 수용소의 반대편 모퉁이로 끌려간다.
아무도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수감자들은 모두 심문을 받을 거라는 설명이다.
모두 한 줄로 정렬!
얼어붙은 날씨에 그들은 몇 시간씩 선 채로 기다린다.
너무 늙었거나 너무 아파서 견디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쓰러지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실려 간다.
그들 또한 다시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나치는 벌건 대낮에 사람을 처형하진 않는다.
저항이 심하거나 병약한 이들은 은밀하게 처치한다.
알베어트는 위엄을 지키는 수감자들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래, 위엄을 지키는 수감자들.
다른 건 몰라도 아픔만은 안 드러내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나마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위엄.
다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꼿꼿이 서 있고자 하는 욕망.

그가 심문받을 순서다.
아들뻘로 보이는 젊은이와 마주 앉는다.
의사로군, 키득키득 웃는 그.
네.
놀랄 일도 아니지, 전형적으로 유대인의 일이니까.
여기선 절대 빈둥거려선 안 돼, 지저분한 게으름뱅이!
어떻게 나를, 이 나를, 게으름뱅이 취급한단 말인가
평생을 두고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만 해왔는데!
의학의 진보를 위해서 말이야!
멍청한 네놈이 위궤양으로 죽지 않는다면, 그건 내 덕분이야!
도무지 견딜 수가 없는 알베어트는 눈길을 내려버린다.
날 쳐다봐! 어린 나치가 소리를 지른다.


내가 말할 땐 날 쳐다보란 말이야, 버러지 같으니라고!
알베어트는 꼭두각시처럼 머리를 쳐든다.
그가 내미는 종이를 받아든다.
그에게 배당된 감방 호수와 죄수번호를 읽는다.
그는 더 이상 이름을 가질 권리도 없다.


처음 며칠은 참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다.
육체노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알베어트.
녹초가 되었지만, 그래도 견뎌내야 한다는 걸 잘 안다.
쓰러지면, 여길 떠나야 할지 모르는 노릇.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곳으로 떠나야 할지도.
육신의 피로는 그에게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앗아간다.
때때로 더 이상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이젠 모르겠다, 내가 어디 있는 건지, 내가 누구인지.
마치 악몽에서 막 깨어났을 때처럼.
현실을 다시 느끼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알베어트는 오랫동안 그런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의식이 방황하는 그런 영역을.


샬로테와 파울라는 명료한 정신으로 녹초가 된다.
소식을 듣지 못해 심신이 초췌하다.
백여 명의 여자들과 더불어 그들도 경찰서로 간다.
빌딩 아래 여자들의 항의가 거세다.
우리의 남편들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아버지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단 한 가지 정보를 간청한다.
살아 있다는 증거를 달라고 애걸할 뿐이다.
샬로테는 어찌어찌 한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녀는 따뜻한 모포 하나를 갖고 왔다.
이걸 아버지한테 갖다 주고 싶습니다, 간청하는 샬로테.
관리들은 웃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마침내 어떤 장교가 묻는다, 아버지 이름이 뭐야
알베어트 잘로몬입니다.
그래, 알았어, 우리가 처리해줄 테니, 돌아가도 좋아.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제가 직접 갖다 드리고 싶어요.
그건 안 돼.
지금은 어느 누구의 방문도 허락되지 않아.
샬로테는 잘 안다, 지금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된다는 걸.
어떻게든 담요를 아버지한테 전하려면, 입을 다물어야 해.
샬로테는 조용히 물러난다.
잠시 후, 장교들은 서로 낄낄댄다.
아, 귀여운 것!
사랑하는 아빠를 걱정하는 유대인 계집아이라니!
아.. 제발, 오.. 제발.. 그들은 마음껏 비웃는다.
진흙투성인 군화를 담요에다 문지르면서.


by 다비드 포앙키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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