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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프랑스, 어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자기 방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본다.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오래 된 일이다.
자기 이름조차 간신히 말할 정도다, 헤어셸 그린슈판.
유대계 폴란드인, 17세, 강제 추방 후 파리에 거주 중.
그는 누나로부터 막 절망적인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가족 모두가 국외로 추방되었단다.
사전 통고도 받지 못한 채 고국을 떠나야 했단다.
그들은 지금 난민수용소에 있다.
그린슈판의 삶은 너무도 오랫동안 수모와 치욕뿐이다.
그는 생각한다, 나의 존재는 생쥐의 그것과 다름없어.
이윽고 1938년 11월 7일 아침, 그는 이렇게 쓴다.
온 세상이 내 외침을 들을 수 있도록 나는 항거해야 한다!
권총을 품에 숨긴 그는 독일대사관에 잠입한다.
약속이 잡혀 있다면서 어느 외교관의 집무실로 들어간다.
후일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묵은 원한을 풀고 싶었던 거라고.
내밀한 성적인 문제가 고약하게 꼬여버린 거라고.
그게 뭐 중요하겠는가?
이 순간 중요한 건 오직 증오일 따름.
제3참사관 에언스트 폼 라트의 얼굴은 납빛으로 변한다.
이 젊은이의 단호한 결심이라니,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죽이고자 하는 쪽도 몸을 떤다.
그의 손은 땀에 젖어 있다.
끝도 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장면.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제 그는 방아쇠를 당긴다.
아주 가까이서 그 독일인을 쏜다.
연이어 몇 번씩이나.
참사관의 머리가 책상에 부딪힌다.
관자놀이에 균열이 생긴다.
피가 바닥을 적신다.
저격자의 주위로 붉은 피가 고이기 시작한다.
대사관 직원들이 들어선다.
그린슈판은 달아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 소식은 금세 베를린 전역에 퍼진다.
퓌러는 격렬한 분노에 사로잡힌다.
지체 없이 앙갚음을 해주어야 할 것!
그놈이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빨리, 이 버러지만도 못한 놈을 짓밟아버려!
아니, 그걸로는 안 돼지.
그놈만으론 부족해.
모조리 다 없애야 해!
그놈의 종족 모두를!
그 종족이 퍼져나가고 있어!
폼 라트를 죽인 것은 유대인 전체라고!
광란의 분노에 일종의 쾌감이 스며든다.
복수의 즐거움이.
완벽한 분노의 폭발.
그렇게 크리스탈나하트의 비극은 시작된다.
1938년 11월 9일에서 10일까지.
그들은 공동묘지를 훼손한다.
그들은 사유재산을 파멸시킨다.
수만 개의 상점들이 잿더미로 변한다.
상품들은 모조리 약탈당한다.
불타는 회당 앞에서 몇몇 유대인에게 노래하라고 강요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수염에 불을 붙인다.
극장 무대 위에서 두들겨 맞아 죽은 이들도 있다.
그들의 주검은 마치 쓰레기처럼 쌓인다.
수만 명이 강제수용소에 수감된다.
수만 명이.
그 속에 샬로테의 아버지도 포함된다.
by 다비드 포앙키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