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그의 침묵을 설명해줄 논리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녀를 다시 본다는 생각에 놀라는 것 같은 알프렛.
그는 한참동안 샬로테를 응시한다.
애당초 그걸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가 그녀를 찾으려고 별의별 짓을 다했다고 믿을까.
그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샬로테는 결말도 없는 분석의 미로에서 길을 잃는다.
이건 전혀 도움이 안 돼, 아무 소용이 없어.
난 내 자신을 바치고 싶을 뿐, 그게 전부야.
알프렛은 전번보다도 더 잔인하다.
그는 욕정의 힘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당긴다.
샬로테의 입이 열린다.
그리고 연인의 몸을 따라 내려간다.
자신을 즐겁게 해주려는 그녀의 에너지가 그를 움직인다.
지금 샬로테는 미친 듯 열중해 있다.
그녀의 가슴을 휩쓸고 지나가는 건 오로지 희망이다.
그가 좋아하는 것을 샬로테는 너무나 잘 아는 것 같다.
행복한 마음으로 샬로테는 잠든다.
그는 그녀를 다시 바라본다, 숨죽인 야만성의 어린아이.
그러므로 우선 당장은 살아남아야 했다.
알프렛은 샬로테의 머리칼 속에 얼굴을 파묻는다.
어떤 이미지가 그에게 떠오른다.
뭉크의 어떤 그림과 같은 이미지.
여자의 머리칼에 묻힌 남자의 얼굴.
한동안 그러고 있던 그는 다시 몸을 일으킨다.
작업대를 향해 걸어가서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무슨 시든가, 아니면 두서없는 몇 개의 문구를.
그녀의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아 몇 페이지를 쓴다.
샬로테가 눈을 뜬다.
연인의 생각이 내는 요란한 소리를 들었음인가
그녀는 그가 써놓은 글에 다가간다.
당신을 위한 거야, 알프렛이 그렇게 말한다.
슈베르트의 음악을 상상하면서 그걸 읽어야 해.
네, 네, 알았어요,즉 흥곡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답한다.
글을 읽기 시작하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글을 향해 가는 것이 항상 읽는 이의 몫인 것은 아니다.
강렬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알프렛의 글은 특히.
샬로테는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으로 밑줄을 친다.
그녀와 그에 대한 그 말들은 어떤 세계의 이야기다.
그건 슈베르트의 내림사장조 즉흥곡이다.
둘은 은둔자들의 ‘내림’이요, 만인이 볼 수 있는 ‘장조’다.
샬로테가 한 페이지를 잡으려 하자, 알프렛은 가로막는다.
그는 종이뭉치 전체를 낚아챈다.
그리고는 불 속으로 던져버린다.
샬로테는 비명을 내지른다.
아니, 왜 그래요
너무도 갑작스럽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그걸 쓰기 위해 틀림없이 몇 시간을 바쳤을 텐데.
샬로테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녀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런 글을 써준 적이 없었어!
그런데, 하나님, 이제 그것이 사라지고 없잖아!
알프렛은 그녀를 껴안아준다.
그건 없어지지 않았어, 언제나 그대로 있을 거야.
그러나 물리적인 어떤 형태로는 아니야.
기억 속에 남는 거지.
그건 슈베르트의 음악과 더불어 존재할 거야.
사람들이 듣진 않지만, 그래도 거기 있는 음악 말이야.
계속해서 그는 자신의 행동에 담긴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그 말들이 적혔다는 사실이야.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제 더 이상 하찮은 것들에게 증거를 남겨두어선 안 돼.
우리의 삶과 기억은 우리가 알아서 정리해야만 해.
by 다비드 포앙키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