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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ug 03. 2016

천년 역사를 바꾼 '이름 없는' 아이

종교개혁 500년 우리는 지금 [루터의 도시를 가다 1]

                   

※ 내년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해이다. 독일에서는 이미 십 년 전부터 기념행사들을 시행해 왔고, 세계 여러 나라들도 종교개혁을 기념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속화가 거센 오늘날, 종교개혁의 슬로건처럼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 루터가 걸어간 개혁 발자취를 따라가 보며, 기독교, 교회, 신앙인이 먼저 믿음과 생활의 개혁으로 그 본질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기자 말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어떤 사람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그 사람이 하늘도 가로막을 수 없는 난세의 영웅이라 하더라도,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영웅이라 하더라도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을 수 있었을까? 그것도 천 년 가까이 견고한 성채처럼 유지되어 온 제국을 말이다. 


나약해도 너무 나약한 한 인간이,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육신에서 핏덩이로 태어나고, 젖먹이로 어미의 가슴을 의지하고, 네 발로 기어다니며 직립보행을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연약한 모습의 인간이 어떻게 천 년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어떤 힘이 돕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그 어떤 하늘의 기운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역사(役事)를 신앙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의 거사였던 것이다. 종교개혁(Reformation)은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이 일으키신 큰일이었으며, 그 중심에는 보통 사람,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뛰어날 것이 없었던 루터라는 보통 사람이 있었다. 


루터(Martin Luther)는 1483년 11월 10일 독일 중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아이스레벤(Eisleben)에서 태어났다. 이 도시는 주변 도시에 비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북쪽으로 십수 킬로미터 떨어진 만스펠트(Mansfeld)에는 탄광이 있어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남쪽으로 오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에어푸르트(Erfurt)는 당시 독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였다. 


아버지는 한스 루터, 어머니는 마가레테였는데 부모는 만스펠트에서 잠시 이곳에 와 있던 중 큰아들을 낳은 것이다. 이듬해 루터는 유아세례를 받았다. 아이의 뇌리에 남아 있는 부모는 힘겹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일에 지쳐 피곤했고, 어머니는 종종 가사를 위해 나뭇짐을 날랐다고 어린 루터는 기억한다. 루터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성당 미사에 다녔다. 이름없는 소도시, 평범한 가정의 한 아이, 그가 나중에 역사를 뒤흔드는 자리에 있게 될 줄 누가 예견할 수 있었으랴! 


글쓴이 : 추태화

안양대학교 신학대학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로 문학과 문화 비평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일생의 사명으로 삼고 우리 사회가 건강한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맑고 풍요로워지기를 꿈꾸는 기독교문화운동가이다.

※ 본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세계관월간지 <월드뷰> 2016년 3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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