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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ug 04. 2016

[여름특집] 당신의 모든 것은 '그녀' 의 것이었다

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걸 비포> 영국판 표지


2015년 10월에 열린 세계 최고의 책 축제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의 국제 저작권 시장에서 논픽션의 약진은 두드러졌지만 도서전 중반까지 눈에 띄는 소설이 없었던 것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도서전 폐막을 하루 남겨두고 미국 랜덤하우스그룹의 밸런타인 출판사를 통해서 공개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걸 비포>(THE GIRL BEFORE)가 잭팟을 터뜨렸다.


밸런타인-밴텀 델 출판사의 수석 편집자이자 부사장인 케이트 미샤크는 <걸 비포> 원고를 보자마자 바로 계약을 체결했다. <걸 비포>는 범죄-심리 스릴러 장르 소설로, 도서전 막판 이틀 동안 10개국에서 출간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14개 출판사가 하루 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는 후문이 전해질 정도였다.


케이트 미샤크는 리사 가드너, 멜라니 벤자민, 리 차일드, 로리 킹 등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쟁쟁한 소설가들의 담당 기획-편집자이자 미국 출판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케이트 미샤크의 안목과 작품의 내용을 믿은 세계 여러 나라의 출판사들에서도 계속 큰 관심을 보이면서 현재까지 한국을 비롯한 29개 나라에서 출간 계약을 맺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2016년 1월에 출간이 예정된 대형 프로젝트이다.


<걸 비포>의 저자인 J. P. 델라니(J. P. Delaney)는 작가의 필명으로, 이미 여러 편의 스릴러를 발표했으며 현재 영국 대형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재미있게 구성했는데,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과거의 여주인공 엠마의 이야기와 현재의 여주인공 제인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펼쳐진다.

과거의 엠마와 남자친구 사이먼이 집을 얻으러 부동산업자와 둘러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 다음 장에서는 현재의 여주인공 제인이 예전의 엠마처럼 집을 찾고자 부동산업자와 대화하는 장면으로 함께 시작된다. 다시 그 다음 장 과거에서는 가지고 있는 예산으로 도저히 마음에 드는 집을 얻을 수 없어 망설이는 엠마에게 부동산업자가 어떤 제안을 하고, 현재에서도 제인이 부동산업자에게 집에 관한 솔깃한 제안을 듣는 장면이 이어진다.


<걸 비포>는 마치 '평행이론'처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주인공들이 3년의 시차를 둔 과거와 현재에 겪고 있는 매우 유사하게 일치하는 사건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과거의 엠마와 사이먼은 에드워드 몽크턴이라는 유명한 현대 건축가가 소유한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의 고급주택에 거의 '거저' 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현재의 제인 또한 똑같이 에드워드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고민하게 된다. 이 집에 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순하면서도 조금 희한한 '설문 조사지'를 꼼꼼히 기입하고 난 뒤에, 집주인 에드워드와 면담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거주 여부가 판가름 난다.


2017년 초대형 미스터리 <걸 비포>… 론 하워드 감독 영화화 결정


다음 장면에서 과거의 엠마와 사이먼이 에드워드의 회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고, 현재의 제인도 섹시한 에드워드에 약간 반하면서 왜 이런 질문지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에드워드는 빅데이터를 사용해서 수요에 맞는 건축을 기술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래서 세입자에게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항상 스마트폰에 켜놓는 조건으로 집을 빌려준다. 이 '하우스키퍼'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집주인은 거주자의 동선과 머무는 시간, 외출 등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현재의 제인은 너무 좋은 조건에 집을 세놓아준 에드워드에게 감사의 이메일을 보내고, 파란색 꽃다발을 받게 된다. 제인은 이 파란색 꽃다발을 주기적으로 받게 되는데, 수신인의 이름이 자신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명함에 적혀 있는 꽃집에 전화를 해보지만 이 꽃집은 실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어느 날 현재의 제인은 친구들을 불러 집들이를 하는데, 한 친구에게 파란색 꽃을 든 남자가 현관에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부리나케 뛰어나가서 그 남자와 조우하지만 그는 에드워드가 아니었다. 그는 예전에 이 집에 살았던 사람이 곧 생일이어서 그녀가 좋아했던 파란 꽃을 놓아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럼 그녀는 어떻게 되었냐는 제인의 물음에 이미 죽었다고 말해주고 성급히 차를 타고 떠난다.


이 소설 전체의 가장 강력한 단서로 떠오르는 희한한 '설문지'의 내용들은 마치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건조하고 거리감 있던 복선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챕터의 구성이 어느 순간에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면서 독자들의 흥분을 놓지 못하게 하는 완성도 높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걸 비포>는 천재적인 작가가 그 탁월한 재능을 어떻게 사용해서 사건과 플롯을 창조하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러브 스토리와 살인사건, 어쩌면 유령(?) 이야기까지도 함께 등장하면서, 누가 범인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사건의 원인과 결과는 무엇이며 보이지 않는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마지막까지 예상하기 힘들게 한다. 독자들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흥분을 증폭시키는, 기대되는 소설이다. 


유니버설 영화사는 영화 '분노의 역류', '아폴로 13', '다빈치 코드' 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에 의해 <걸 비포>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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