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Aug 17. 2016

이상형 설현보다 '현실 여친'이 더 좋은 까닭

<마음가면>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은 언제일까? 바로 상대의 약점이 아름답게 보일 때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의 불뚝 나온 배가 귀엽게 느껴질 때, 완벽한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서 백치미를 발견할 때, 새침해 보이는 누군가에게서 털털함이 발현될 때처럼 말이다. 물론 약간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엄연히 우리는 누군가의 완벽함보다는 빛과 그림자를 지닌 입체적인 인물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설현의 등신대가 아무리 예뻐도 현실 여자친구를 능가할 수 없는 이유,'이상형'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도 이것이다. 연예인이나 이상형에게는 결점이 없다. 사람은 불완전하기에 아름답다. 자신의 단점을 끌어안으며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들은 외부의 시선보다는 자신 내부의 믿음을 딛고 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제 단점을 받아들이기에 담담하면서도 당당한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약점을 거론하면 저마다 화들짝 놀라거나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약점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 중 오로지 빛만 드러내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가 자신을 얕잡아 보고, 공격을 당하기 쉽다고.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끊임없이 자기 검열에 들어간다. 이것이 심해지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도전에 소극적이게 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답일까?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에 대항하는 방법은 풍요롭게 사는 것이 아니다. ‘늘 뭔가 부족하다’의 반대말은 '풍요롭다'도 아니고 '무한정 많다'도 아니다. 부족합의 반대말은 '충분함'이다. 나는 충분함 대신 '온 마음을 다함'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이 바로 취약해지기와 자아 존중하기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더라도 감정을 드러내는 것. 지금의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 <마음가면> P.45

불안, 수치심, 취약성 등 현대인이 겪는 고통의 뿌리를 연구해온 미국의 심리 전문가 브레네 브라운. 그녀는 <마음가면>에서 '취약성'을 화두로 던졌다. 그녀는 이 사회를‘네가 부족해서 그래’문화가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수치심이 작동한다. 저자는 수치심을 ‘우리의 어떤 결함 때문에 우리가 사랑과 소속감을 느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매우 고통스러운 감정 또는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본 모습을 감추고 가면을 쓰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완벽하다면 아무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 완벽주의를 지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완벽주의는 오히려 수치심을 키우는 길일 뿐, 올바른 대처가 될 수 없다. 브레네 브라운은 오히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취약한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취약성을 드러낸다면 오히려 수치심으로부터 빨리 회복되고 주위와의 관계가 돈독해지며 자존감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이다.

이것이 단지 개인 심리적 차원의 문제일까? 부모 노릇을 할 때도 취약성은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좋은 부모는 자녀에게 완벽하고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는 부모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고, 육아를 하면서 취약성을 피해가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브레네 브라운은 "나는 부모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내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지금의 나와 같은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가?"라고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부모로서 성장하고 변화하고 학습하는 여정을 아이들과 공유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이롭다. 

기업 문화에서도 '취약성'은 마찬가지로 중요하며 존중되어야 할 가치라고 말한다. 리더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동료들 앞에서 아랫사람을 비판하고 꾸짖는다면,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기죽이고 모욕하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보상체계가 만들어진 조직이라면 참여와 신뢰, 생산성과 혁신이 나올 수 있을까? 수치심의 문화가 만연한 기업의 직원들은 외부의 시선에 지배당하게 될 것이고, 대담함은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다. 통상적으로 효율성의 극대화를 가장 우선으로 치는 기업 문화에서 ‘취약성’이라니 처음엔 역설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저자의 논리에 수긍이 되었다. 


완벽주의에서 해방되고 싶다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분명 기나긴 여정이 될 것이다. 출발점은 수치심 회복탄력성, 자기 자신에게 공감하기,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배경을 지니고 있는지, 소중히 여기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지 진실을 포착하고 삶의 불완전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에게 여유를 허용하고 자신의 불완전성을 아름답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더 친절하고 따뜻해져야 한다.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마음가면> P.169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반드시 저자 브레네 브라운의 TED 강연을 시청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이 저자의 강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통상적인 연사들은 권위 있고 고답적인 자세를 취하는 데 반해, 그녀는 연약하고 언제든 흔들릴 수 있을 것 같은 제스처와 눈빛, 분위기를 지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마 자신을 온전히 내보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아우라가 아닐까 싶다. 


취약하다는 것의 힘_TED강의 브레네 브라운


글 : 주혜진(북DB 기자)


기사 더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누운 배'에 갇힌 당신, 탈출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