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삶에서 '인생' 철학자 찾기
'어려지는 학교 폭력, 초등 현장에 번지는 초4병', '가족과 단절 50대 숨진 채 발견... 또 고독사', '4살 여아 학대... 엄마 직장동료․친구도 가담'. 뉴스 사이트에는 제목만 봐도 참담해지는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란 말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요지경 세상이다. 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철학이다. 철학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철학으로 돈을 벌거나 당장 눈앞의 것들을 바꿀 순 없다. 다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를 사유하게 한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말처럼, 지금까지 세상이 제시하는 대로 휩쓸려 살아왔다면 이제는 나만의 주체적인 생각을 하며 삶을 꾸려갈 시간이다. 좋은 지도와 좋은 나침반이 있다면 좋은 길에 들어설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내 인생을 뒤흔들 한 권의 책을 찾고 싶다면?
철학 좋다 그거다. 그런데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철학 VS 철학>은 이런 고민에 빠진 독자들에게 넓고 다양한 철학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다. 안내자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철학자 강신주이다. 저자는 인생에서 누구나 가져봤을 법한 물음에 서로 대치되는 주장을 펼친 두 철학자의 생각을 대비해 보여준다. 언젠가 동서양의 철학자들을 한 권에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는 그는 '무언가와 마주쳐야만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혹은 미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인생을 바꿔 놓을 한 권의 책을 찾아다니지만, 그 한 권이 어떤 책일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철학 강의를 진행해온 강신주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텍스트를 접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돌풍처럼 밀어붙이는 철학자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힘으로 그들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 철학자들을 찾아보기를 권유한다.
재밌고 즐거운 철학을 원한다면?
처음부터 철학에 직접적으로 들어가기보다는 현실 속 예를 통해 재미있게 접근하고 싶다면 신승철, 이윤경은 철학 부부가 쓴 책을 보자. <철학의 참견>은 식탁 위에 놓인 고등어가 딱해 보여 채식주의자가 된 철학자 신승철과 함께 문래동에서 철학 공방 '별난'을 운영하는 이윤경이 함께 쓴 책이다. K씨라는 가상인물을 등장시켜 삶의 구체적인 지점들에 철학 안테나를 들이댄다. 철학이 낯선 독자들을 배려해 유머러스한 문체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고 한 것이 눈에 띈다.
이웃 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주차 공간 분쟁이나, 인터넷 공간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악성댓글에서부터 길냥이, 다이어트, 팬덤문화 등 그 범위는 다양하다. 언제든 어떻게든 맞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동서고금 철학자들의 사유를 빌어 해석하며 나만의 관점을 연마할 수 있는 책이다.
답답한 삶의 돌파구를 원한다면?
조금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원한다면 염세주의 철학자로 잘 알려진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어떨까? 철학자 이동용이 쓴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는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중심으로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해답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삶이 힘들 때 위안이 되어주는 철학이라고 소개한다. "삶은 고통"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되는 쇼펜하우어의 논의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다가간다. 오히려 삶이 공허하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공허함에 집착하지 않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무엇보다 가장 힘주어 소개하는 쇼펜하우어의 금언은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외적인 기준에 집착함으로써 삶의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조언이라고 여겨진다.
취재 : 주혜진(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