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Sep 06. 2016

긴 연휴 따분한 당신을 위한 '시간 루팡' 소설

범죄소설부터 가족소설까지...7권의 소설책

                          

올해 추석 연휴는 최소 5일에서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다. 친척들과의 왕래를 마치고 나서도 시간이 남을 긴 연휴가 따분한 당신에게, 시간을 '루팡'하는 매력적인 소설책을 추천한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 힘든 몰입감이 압권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공항 라운지 바에서 만난 의문의 여성에게 얼마 전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죽이고 싶다고 고백한 주인공. 여성은 줄곧 진지한 태도로 주인공의 이야기에 동조한다. 양다리를 걸치며 거짓말을 해댄 남자친구,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며 재산을 가로챌 궁리만 하는 아내, 잠든 사이 옆으로 와 자위를 하는 늙은 화가. 작가는 이 소설 속에 절대 악인을 등장시키지는 않지만 평범한 삶 속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과 그로부터 시작된 '증오'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처리하는 방식은 선과 악, 인간성의 경계를 허문다. 미국의 까다로운 서평 그룹으로 꼽히는 '굿리즈'의 극찬을 받은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해 마치 살인과 심판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책처럼 느껴진다.

 
<어쩌다 이런 가족>


"저, 동영상 찍힌 것 같아요."
아침 식사 자리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가 소통의 전부인 이 가족. 첫째 딸 혜윤의 한마디는 그 일상을 깨부순다. 국내 최고 출판사를 운영하며 영화 산업과 건축업까지 손을 뻗는 아버지와 교수 집안에서 나고 자라 평생 우아함을 잃지 않고 살아온 어머니, 그런 부모의 설계에 따라 고품격 교육을 받고 자라온(심지어 별명은 마더 테레사인) 첫째 딸, 뜻밖의 탄생으로 할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언니의 비교 대상으로 자라난 둘째 딸. 겉보기엔 문제없지만 소통 없이 단절되어 왔던 이 가족은 첫째 딸의 동영상 유출을 막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22세의 나이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전아리의 열 번째 장편소설로, 현대 가족의 문제를 경쾌하게 그려내며 2016년, 유쾌한 문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죽이는 요리책>


주인공 '메리 멀로니'는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남편의 머리를 꽝꽝 언 양고기 다리로 후려쳐 죽인다. 이후 사건 현장에 나온 형사들에게 주인공은 양고기 다리로 만든 요리를 대접한다. 형사들은 살인의 흉기를 맛있게 먹어 치운다. 소설가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 '맛'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미스터리 소설 속에는 음식과 살인이 어우러지는 장면들이 많다. <죽이는 요리책>은 110명의 세계적인 미스터리 작가들이 소설 속에 등장했던 요리들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동시에, 그 음식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등장인물을 죽인 섬뜩한 요리, 반전을 담고 있는 요리 등 100개가 넘는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건축학과를 갓 졸업한 주인공 ‘나’는 평소 존경해온 건축가 '무라이' 선생의 건축 설계사무소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청년이다. 건축가 무라이 선생은 몇 해째 사사하고 싶다는 신입 및 경력 지원서에 답을 주지 않고 있지만, 졸업작품을 동봉하여 이력서를 제출한 주인공을 채용한다. 소설은 주인공이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앞두고 무라이 선생과 함께 보낸 1년의 시간과 30년 뒤의 '나'의 어느 날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의 인생과 열정, 청춘을 '여름'이라는 계절에 빗대어 완성한 이 작품은 정제된 언어를 통해 삶과 맞닿아 있는 건축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독자들에게 오래 사랑받을, 완성도 있는 작품에 수여하는' 제64회 요리무리문학상을 수상했다.

<바퀴벌레>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가 방콕의 사창가에서 시체로 발견된 후 사건 해결의 적임자로 뽑힌 해리는 태국으로 향한다. 그는 대사의 주변 인물과 목격자들을 통해,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사방에 존재하고 있던 바퀴벌레와 같은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국내에서는 <스노우맨>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국민작가 요 네스뵈의 국내 신작으로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16년 전 출간된 소설이지만 그의 작품들이 다시금 인기를 끌며 재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박쥐>에 이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이며, 작품의 큰 줄기가 심리적인 긴장감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동시에 청년 '해리 홀레'의 내면을 섬세히 그리며 한 인간의 방황과 성장을 면밀히 그린 수작으로 평가된다.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그리고 나무에 매달린 작은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두 발이 땅 위에서 달랑거렸다. 등에는 책가방을 메고, 목에 걸린 종이에는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I’m travelling alone)." 데뷔작만으로 단숨에 북유럽 소설을 대표하는 선두주자로 손꼽히게 된 작가 사무엘 비외르크의 작품으로 전 세계 32개국의 언어로 번역 출간된 화제작. 어느 날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남자가 발견한 나무 위에 매달린 여자아이. 피 한 방울 흘린 흔적도 없는 소녀는 교과서가 든 책가방을 둘러멘 상태였다. 이 사건을 배당받게 된 베테랑 수사관 홀거 뭉크는 수사팀을 꾸려 단서를 찾아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사회비판과 북유럽의 상징 코드를 동원해 완성한 이 작품은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 개개인의 이야기에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사랑에 관한 가장 깊은 통찰을 선사하는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스물세 살에 쓴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을 비롯해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그렸던 전작과는 달리 영원을 약속한 그 후의 사랑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결혼 제도'의 모순을 넘어 '낭만의 한계와 성숙한 사랑으로 도약하기 위한 솔직하고 대담한 논의'를 이 한 권에 담았다. 또한 '사랑은 감정이 아닌 기술'이라는 전제를 통해 유연한 사랑의 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라며 평범한 커플 라비와 커스틴의 삶을 통해 수십 년에 걸친 사랑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그려냈다.


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기사 더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이 시대 최고의 만화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