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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Sep 09. 2016

시각의 한계를 넘어 새로움을 만나다, 안심땐쓰

playDB공연스케치

                

전 세계를 신명 나는 ‘막춤’의 매력에 빠트린 무용가가 있다. 빡빡머리에 화려한 장신구, 그리고 총천연색의 의상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선을 뗄 수 없는 특별한 아우라가 넘치는 그녀, 바로 안무가 안은미다. ‘현대무용의 성지’라고 불리는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파리시립극장)’ 대극장에서 한국인 최초로 공연을 올린 안은미는 지난 4월 프랑스에 한국문화예술을 알리고 양국 문화교류에 공헌한 개인/단체에게 주는 한불문화상(2016)을 수상했다.

그녀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심없는 땐쓰',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등 소위 '땐쓰 3부작'으로 대중을 '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다. 땐쓰 3부작 외에도 일반 대중들을 위한 '1분 59초' 워크샵 등을 통해 다양한 경계를 허물어왔던 그녀가 이번에는 시각장애인 6명과 함께 시각의 한계를 허물고 새로운 세상을 선보인다.

2016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안심(安心)땐스'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공연 수익은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전액 기부한다. 텀블벅 사이트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중이다. 그녀의 새로운 행보에 궁금증이 일어 짧은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준 덕분에 이번 공연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춤'을 이해하다, '춤'을 만들다

"세상에 춤이라는 언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여러가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특히 학교 교육에 이런 종류의 문화 교육이 없다. 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들을 놓치는 순간들이 있다. 다양한 참여자들과 함께 하는 공연은 이런 순간을 회복시켜주는 운동의 일환이다." (안은미)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저력을 뿜어내는 안은미가 춤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 없는 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이유였다. 그녀는 우리가 놓쳐온 많은 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고 있었다. 그녀가 이번에 새롭게 놓은 다리인 '안심땐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연결했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이런 경계가 점점 좁아지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일 것"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서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안은미는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가 춤춘다는 건 세상에 질문하고 공유해야되는 것들이 있다는 의미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춤이라고 하면 거의 불가능하고 어려운 장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 사람들의 삶에 기억되는 (몸의) 매뉴얼이 있을 텐데, 우리(안은미컴퍼니)가 그 매뉴얼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이미 시각장애인과 춤추는 다른 무용단도 있고, 작업들도 있었지만 우리 컴퍼니와 나타나는 몸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작업을 통해 그들에게 중요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무언가를 성취해내면서 만들어내는 의미도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았다. ‘이들에게 우리가 전혀 모르는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답했다.

공연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번에는 출연진을 모집할 차례. "웹사이트에 올려두면 먼저 찾아서 신청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한빛맹학교 안승준 선생님께 부탁했다. 선생님께서 잘 설명을 해주셨고,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이번 시도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신청하게 됐다." (안은미)


6명의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이번 연습과정에서 가장 중시했던 부분은 춤에 대한 '이해'였다. 노래는 들을 수 있지만, 춤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기 때문에 춤을 설명하는데, 그리고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춤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며, 8명의 무용수(안은미컴퍼니 소속)와 함께 한 발짝 한 동작씩 움직여 나갔다.

이번 공연을 채우는 '춤'은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에서부터 발전됐다. "시각장애인 친구들의 사연을 듣고, 그 사연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동작을 부여한다. 막연히 이유 없는 움직임을 짜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이야기 속에서 발전시켜 나가는 거다. 6명의 친구들이 먼저 의견을 내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이나 리듬을 응용하기도 헀다. 우리가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주고 이것을 새로운 동작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친구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맞게, 우리가 적합한 움직임을 찾아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시각장애인의 자립심과 성취감을 나타내는 '흰지팡이'와 함께 시작된다.

                           

그들의 몸의 소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참여자들이 모두 함께 만든 '안심땐쓰'의 메시지는 '자유'다. 

"내 춤은 '막춤'이라고 해서 대충 막 추는 춤이 아니라는 게 특징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근력 안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춤이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친구들도 막춤을 추기도 하고, '춤' 자체를 배우기도 한다. 춤이 뭔지 물어보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친구들도 있다. 전맹인 친구는 춤이라는 것을 아예 본 적이 없다. 할머니들의 막춤(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과는 완전히 다른 거다. 이번 공연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춤은 그들이 여태까지 해왔던 몸짓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 매뉴얼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안은미)

공연에 참여하는 이들은 시각의 불균형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할 수는 없었지만, 특별한 감각이 있었다. 안은미는 그 감각을 "선입견 없이 몸에서 분출하는 그들의 춤은 근력의 춤이 아니라 촉각과 상상력, 그리고 이해력으로 만들어 내는 무중력의 춤"이라고 표현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안심(安心)땐쓰’는 오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총 3일간 서울 올림픽 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전석 1만원으로 예매할 수 있으며,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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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경은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 안은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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