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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Sep 12. 2016

[조정래 풀꽃콘서트] 교육 지옥, 학부모 모두 공범자

     

'조정래 풀꽃 콘서트' 말말말

"이건 지옥입니다. 개선하지 않고 언제까지 방치할 겁니까. 저는 <풀꽃도 꽃이다>를 통해 이 세상 모두에게 그걸 묻고 싶었던 겁니다."

"정부 정책이 잘못되었으면 학부모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먼저 나서잖아요. 모두 공범자예요."

"오죽하면 지난 8년간 죽은 아이들의 수가 월남전에서 죽은 병사들의 수보다 많겠습니까."

"애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살아보지도 못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현실. 그 아이들을 죽이는 건 누구입니까? 잘못된 국가 제도이고, 공부가 최고라고 말하는 부모입니다."

"학생들은 아무 잘못이 없죠. 피해자입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1점으로 인생이 달라져버리는 이 교육 체제가 얼마나 잔인무도한 것입니까. 학생 여러분들께서는…(한숨) 뭘 어떻게 하겠어요."

지난 7월, 작가 조정래가 우리 교육의 현실을 담은 소설 <풀꽃도 꽃이다>로 돌아왔다. 그는 비대해진 사교육 체제 속에서 꿈과 희망의 무쓸모를 경험하며 자라는 아이들의 현실을 담기 위해 지난 3년간 각 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두 발로 누비며 이 소설을 완성했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에서 나아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9월 6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된 제7회 인터파크도서 북잼 '조정래의 풀꽃콘서트'에서는 출세에 대한 열망을 부추기는 사회적 배경, 사교육 증가의 핵심, 현 교육 체제의 모순, 연간 투입되는 교육 지원금을 활용한 현실적인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 등이 2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이날 강연은 아나운서 이금희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한충은과 포레스트'의 퓨전 국악 연주와 '풀꽃도 꽃이다'를 주제로 한 샌드 아티스트 작가 최은준의 샌드아트 공연이 있었다.

곧이어 등장한 조정래 작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교육문제를 다루게 된 이유부터 설명했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쓰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우리 모두의 불행을 초래하고 있는 교육의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해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은 우리의 과거를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현재를 진단한 소설이었고, <허수아비춤> <정글만리> <풀꽃도 꽃이다>는 우리의 현실 문제를 토대로 해서 미래의 좌표를 진단하고자 한 작품"이라는 설명을 더했다. 또한, "오늘 우리가 나눌 이야기가 자식들의 문제, 우리 전체의 문제, 우리 조국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강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조정래 작가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현재의 사태로 당착하게 된 첫 번째 이유로 '빠른 경제 성장'을 꼽았다. "우리는 근대라는 것이 없이 현대를 만든 나라"라며 "전쟁 이후에 급속화된 경제 발전, 즉 '잘사는 것'이 목표가 된 사회적 배경”을 콕 집어 설명했다. '잘사는 것'에 대한 열망은 곧 '인격적 인간, 인화적 인간, 자립적 인간'이라는 교육의 3대 목표를 저버리게 만든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고, 출세에 대한 열망과 합해져 학생들의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전쟁 이후 우리 국민들의 GDP(국내총생산)는 80달러에서 3만 불로 증가했지만, 교육과 사회는 더욱 황폐해진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라는 것이 조정래 작가가 말하는 사회적 배경의 핵심이다.

이후, 그는 교육 체제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연간 40조 원'이라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사교육 현실을 지적했다. "통계청에서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까지 함께 포함한 통계를 내면서 사교육 비용을 '대략 20조'라고 말하고 신이 나 있다"라며 문제의 진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관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이어 사교육과 경제침체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강남에 사교육 재벌들이 굉장히 많이 탄생하고 있는데, 1년에 40조씩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경제 발전으로 활용되는 효과는 전체의 2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돈이 대부분 부동산으로 투자되기 때문"이라며 사교육이 경제침체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인 점을 지적했다. 또한, 연간 필요 이상으로 탕진되는 교육비의 무기능과 교육 체계의 기형적 구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교육부가 각 대학에 연간 지급하는 지원금이 1조 5천억입니다. 그 돈을 가지고 우리는 수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선생을 늘린다고만 해도 1조 5천억 원의 반만 투입해버리면 해결될 일입니다. 각 대학이 평균적으로 4천억원 이상의 돈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경우는 7천~9천억 원까지도요. 그 돈으로 교수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걸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대학에 교육부는 또 돈을 줍니다. 그 배경에는 그 돈을 미끼로 하여 각 대학을 통제하기 위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각적으로는 매년 비축되는 지원금을 활용한 방법이다. 교사들의 수를 늘리고 각 반에 정원을 20여 명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 방법일 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며 각 대학에 투자되는 지원금 등을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분하여 활용될 수 있도록 전면 개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편법만을 늘리는 미세한 교육 체계의 변화는 큰 의미가 없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교육부의 역할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선생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에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교육을 철저히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잘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북돋아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연간 5,500개. 그러니까 하루에 평균 17개의 공문을 보내라고 합니다. 그러니 선생이 선생이 아닌 행정 공무원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게 지금 교육부의 현실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잘못된 정부 정책에 맞서 편법만을 생각하는 학부모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정부 정책이 잘못되었으면 학부모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먼저 나서잖아요. 모두 공범자예요. 지금쯤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편법으로 한 가지 정책만 추가를 하다 보니까 학부모들은 '내 새끼 잘 돼야 돼. 내 새끼 잘못되면 큰일 나'하고 앞서가는 이기주의를 보이게 되잖아요."라며 학부모의 비뚤어진 교육관을 재정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소견을 덧붙였다.

조정래 작가는 줄곧 비뚤어진 교육관이 불러오는 역풍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일례로 교육과 미래에 대한 비관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삽니다. 교육이 무엇입니까?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행복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데, 제도의 잘못 때문에 현실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연간 550명의 아이들이 성적을 비관하고 자살을 택합니다. 하루에 1.5명이 죽어가는 꼴입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신문에 한두 줄 나고 그 해결책은 덮어버린 채로 그냥 시간을 흘려버리잖아요.

애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살아보지도 못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현실. 그 아이들을 죽이는 건 누구입니까? 잘못된 국가 제도이고, 공부가 최고라고 말하는 부모입니다. 공부만 잘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인간의 진가를 판단하고 그걸 북돋아주고 도와주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어떤 결과라도 '그것은 경험이다. 잘할 수 있다'라고 해주는 게 진짜 교육입니다. 그게 부모의 전부예요. 오죽하면 지난 8년간 죽은 아이들의 숫자가 월남전에서 죽은 병사들의 숫자보다 더 많겠습니까. 이건 지옥입니다. 개선하지 않고 언제까지 방치할 겁니까. 저는 <풀꽃도 꽃이다>를 통해 이 세상 모두에게 그걸 묻고 싶었던 겁니다."

결국 우리 교육의 현실은 잘못된 교육 체제와 비뚤어진 부모들의 교육관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근본적인 개선과 더불어 경쟁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공부만이 최고가 아님을 일깨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식이 가진 무언가를 인정하고 북돋아줄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인 부모죠. 대한민국 교육이 목적의식적으로 자립적인 인간만을 위한 지식을 주입하기 때문에 인생이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프레임에 빠져있는 거예요."

이어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학생, 부모, 교사, 사교육 지도자, 교육청 직원 등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주체로 살아가는 다양한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다음은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Q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학생입니다. 학교의 역할 변화에 대해 언급해주시기를 기대했는데, 책에서 제시했던 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개인의 노력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또 다른 사교육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고요. 강연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것을 다 쓰려면 3권까지 써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것은 문제의 제시이지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소설의 기본 작법에도 나와있습니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게 되면 ‘계몽소설’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제가 책을 통해 제시한 사례들은 전부 행복으로 해결되지 불행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노력한다면 현시점에서도 해결 못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학교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해주셨는데, 학교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방법을 제시했던 것이에요. 학교가 바뀌려면 근본적으로 교육 정책이 바뀌어야 하고 사회 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감추어둔 겁니다. 저는 우리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문제들을 함께 흡입하기를 바랐습니다. 
 

Q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오늘 학부모님과 선생님들께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 같은 학생들에게도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오죠. "문제아는 없다. 문제 사회, 문제 국가, 문제 부모만이 있을 뿐이다." 학생들은 아무 잘못이 없죠. 피해자입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없는 지경에 와있습니다. 1점으로 인생이 달라져버리는 이 교육 체제가 얼마나 잔인무도한 것입니까. 학생 여러분들께서는… (한숨) 뭘 어떻게 하겠어요. 350명의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게 해서 100명만 방과 후 수업을 시키고 나머지 학생들은 보내버립니다. 말이 됩니까?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버릴 자격도, 권한도 없습니다. 교육은 단 한 명이라도 감싸 안아서 함께 가는 겁니다. 그러므로 교육자는 성직자의 또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공부 중인 학생입니다. 어쩌면 저희보다도 더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살아온 세대가 선생님 세대라고 생각하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런 깨우침을 얻기까지 어떤 촉발제가 작용을 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시인입니다. 제가 지금껏 아버지에게 감사해하는 것은 문학을 하겠다고 했을 때 나를 방임한 것입니다. 웃음으로, 침묵으로 허락한 것이지요. 저도 제 자식들에게 말합니다. "너희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레고를 좋아해서 레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둘째 손주에게도 "그래. 너 하고 싶은 것 해."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재능이 있는 것을 빨리 발견할수록 행복해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분명히 각자의 재능은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부모는 자식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아서 도와주고 북돋아주고 격려하는 것으로 끝내야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을 하면서 생의 보람을 느끼는 것.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고,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죠. 저는 그렇게 살았고, 제 자식에게도 그렇게 해왔습니다. 제 자식도 손주들에게 그렇게 할 것입니다.


Q 고1 여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성적이 좋아서 방과 후 학습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저도 아이도 내심 자랑스러웠어요. 그런데 아이가 며칠 전에 "엄마, 제가 지옥의 문을 열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는데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경쟁과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응원의 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큰 손자가 다니던 중학교가 미국식 교육을 받는 곳이었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국어, 영어, 수학을 잘 외우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공부를 못하는 애구나'라는 걸 느낀 거예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던 애가 성적이 떨어지니 혼란이 온 거예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해." 어머니께서도 고민이 많으시겠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두세요. 개성만 뚜렷하게 갖고 살아간다면 잘 될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Q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교육부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해주셨는데요. 교육 체계에 대한 선생님의 입장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소설 속에 밑에서부터 일어나는 운동을 이야기한 것은 그것이 학부모들에게 좋은 예가 되어줄 수 있도록 확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래에서는 혁신적인 시도가 계속되고, 위에서는 국회 차원에서 법이 제정된다면 두 개가 함께 만나는 시점에 한국의 교육이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엄청난 성과를 얻어서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다음 정권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실천될 것이고, 거기에 따라서 교육민주화도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서 다 같이 기도합시다.


강연을 마친 조정래 작가는 독자들의 생동감 있는 반응을 얻고, 교육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특별했다는 소감을 전하면서도, 함께 논의된 질문들에 대해 흔쾌한 해결책을 모두 제시할 수 없는 현실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날의 강연이 위태로운 교육 현실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풀꽃도 꽃이다>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아이들의 현실을 수면 위로 이끌어냈던 것처럼, 이날의 강연이 교육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신호탄이 될 수 있었기를 바란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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