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하는 부모, 상처 받은 아이]
이웃집 등에 뭔가를 가져갈 때 내게 무언가 되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항상 넘치게 되돌아온다.
미용실 원장님은 머리도 더 예쁘게 잘라주고, 1센티미터가 기본인 뿌리염색을 2센티미터까지도 봐준다. 이웃도 다음에 우리 집에 올 땐 뭔가를 손에 들고 온다. 결혼 후 처음엔 남편이 놀랐다. 너무 퍼주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이제 뭐가 없어졌으면 "또 누구 줬구나?" 한다.
생각해보자. 집집마다 냉장고에 음식이 넘쳐난다. 그런데 먹지 않는 음식이 가득 찬 냉장고를 두고 사람들은 점점 더 큰 냉장고를 산다. 냉장고가 왜 이리 커질까? 나는 가끔 궁금하다. 문제는 그 식재료를 다 먹을 것 같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버리는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구입할 때도 돈을 쓰고 버릴 때도 돈을 쓰다니! 과연 뭐 하는 걸까.
우리 생활에 냉장고가 없던 옛날엔 식재료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오히려 이웃과 더 자주 나눠먹지 않았을까. 덕분에 그 시절에는 정이 넘쳤다. 음식은 맛있을 때 먹는 게 최선이다. 오늘부터라도 냉장고 문을 활짝 열고 나눔을 즐겨보자. 주위 사람들과 나눈다고 해서 가난해지지 않는다. 나누는 것도 인사다. 또한 이웃들과 나누는 삶을 사는 나를 보면서 우리 아이가 그대로 배운다.
내가 이렇게 주위에 나눠주는 걸 좋아하니 이젠 아이들이 먼저 나선다. 지방에서 단감나무를 키우는 지인이 해마다 단감을 한 박스씩 보내주신다. 택배가 도착하면 아이들은 재빨리 비닐봉지를 들고 대기한다.
"윗집은 제가 갖다 드릴게요."
"아랫집은 몇 개씩 담을까요?"
"경비 아저씨도 갖다 드려야죠?"
"이모 집은 많이 담아야죠?"
친정 부모님이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보내주시면 상추, 고추, 가지, 오이를 골고루 나눠 담는 것도 아이들 몫이다. 채소를 받는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기분이 좋단다. 그래서 서로 많이 가져다 드리겠다고 아우성이다. 아주 가끔은 다 퍼주고 정작 우리 식구들 먹을거리가 부족할 때도 있지만, 나는 아이들이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우리 친정 부모님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를 나눠주는 걸 좋아하셨다. 그래서 우리 5남매가 이 집 저 집에 먹을거리를 갖다 드리는 심부름을 많이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엄마는 가끔 경비 아저씨께 우유를 드렸다. 장볼 때 엄마는 우리 가족용으로 제일 작은 야쿠르트를 사고 경비 아저씨 것은 늘 비싼 우유를 사셨다. 아이스크림도 가족이 먹을 것은 100원짜리 아이스크림 바로, 아파트 청소부 아줌마 먹을 것은 200원짜리 아이스크림 콘으로 사셨다.
"이왕이면 남들에게는 더 좋은 것을 줘야 한단다."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시간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어 보니, 어릴 적 엄마에게서 보고 배운 것들이 내게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 놀라운 건 엄마랑 똑같은 행동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코 속담에 “습관은 철로 만든 셔츠다”라는 게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와도 같은 뜻이다. 한번 입으면 절대로 벗을 수 없는 철로 만든 옷처럼 어떤 습관을 몸에 입을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한편, 아이의 평생 습관을 결정짓는 데는 부모의 역할이 무척 크다.
이제부터라도 부모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인사 잘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특히 아이에게 바른 습관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부모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고 의무다.
인성이라는 집을 모래로 지을 것인지 벽돌로 지을 것인지는 부모의 손에 달려 있다. 가정에서 부모에게 배운 인성은 그 무엇으로도 깨트릴 수 없다. 그러니 당장 오늘부터 실천하자. 인사는 습관이다!
※ 본 연재는 <말만 하는 부모, 상처받는 아이>(김은미, 서숙원/ 별글/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은미, 서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