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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Sep 23. 2016

'제2의 제인 오스틴' 재미 한인 작가 이민진

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의 미국판과 한국판 표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교포 작가들 중에 항상 언급 되는 인물들로는 이창래, 재니스 리, 이민진 등을 들 수 있다. 각자의 작가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활발한 문학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들 작가 중에서도 특히 이민진(Min Jin Lee)은 첫 작품부터 남다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작가 이민진이 2008년에 미국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을 통해 발표한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은 이미 출간 전 한국을 비롯한 11개국에 번역 판권이 계약되었으며, 전미 편집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미국 픽션 부문 '비치상', 신인작가를 위한 ‘내러티브상’ 등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주인공 '케이시 한'은 한국 이민자의 자녀로서, 뉴욕 퀸즈에서 세탁소를 하는 부모님의 헌신과 한국적 정체성의 환경 속에서 명문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다. 케이시는 부모님과 지역 한인들의 자랑이었고, 스스로도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이라고 여기며 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미국 상류층으로서 졸업을 하지만, 오히려 성공에 대한 강박과 주변의 기대 때문에 갈등을 빚는다. 오히려 미국의 상류층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케이시는 더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이민진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서 세상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뉴욕’이라는 배경과 여기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입체적이고 양극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계층 구조들을 다채롭게 펼쳐 놓지만, 전혀 산만하지 않게, 인간 내면의 보편적인 원형적 정서를 중심으로 세련된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2월 출간될 <파칭코>(PACHINKO) 미국판 표지


7살에 부모님을 따라 서울을 떠나 미국 1.5세 교포로 정착한 이민진은 예일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학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그리고 데뷔작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기점으로 전업작가로 전향했다. 2007년부터는 일본계 미국인 남편의 업무 때문에 일본에 거주하면서, 재일동포의 삶을 다룬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칭코>(PACHINKO)를 집필했다. <파칭코>는 내년 2월 역시 미국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파칭코>는 제2의 제인 오스틴으로 호평을 받았던 작가 이민진의 한층 섬세하고 깊이 있는 필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작가는 현재 가장 현대적이고 최첨단의 국가 이미지를 지닌 21세기적 대한민국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는 20세기의 대한민국과 한국인, 그리고 그 시대의 일본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여주인공 순자는 일본에 가정이 있는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그는 순자를 버린 채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순자는 더 이상 현재 상태로는 살기 힘든 한국 땅을 뒤로 하고, 동생 가족들과 일본으로 무작정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작가는 어떤 계기로 도쿄와 교토에서 파칭코 사업을 시작하게 된 순자의 가족들과 그들 앞에 등장하는 새로운 갈등, 거대한 야망들을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장장 80년에 걸친 서사 구조로 펼쳐내고 있다.

이민진의 작품들은 거시적인 배경과 선이 굵은 플롯 구조를 그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작가는 진부한 서사를 거부하고 본인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정체성의 문제와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평론가와 독자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첫 작품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한국에서 절판 상태이지만, 신작 <파칭코>와 더불어 한국어판도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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