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
이야기 속에서만 보았던 거대한 고래를 실제로 만나볼 수 있을까? 영화배우 김남길과 손예진이 주연한 <해적>이라는 영화에서 고래는 바다를 수호하는 수호신으로 묘사되고 동시에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신비로운 동물로 나온다. 고래가 어렸을 적 자신을 도와줬던 어린 해녀를 기억하여 그 해녀의 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시 도움을 준다는 영화의 설정은, 예전부터도 고래를 영험한 동물로 여겼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그런 고래를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나는 영화 속 고래와 소녀처럼 교감할 수 있을까. 설렘을 안고 허비 베이로 고래 투어를 떠났다.
막연하게 상상하기를 고래를 감지하는 탐지기가 배에 장착되어 있어 바다로 나가기만 하면 쉽게 고래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비록 혹등고래 3천여 마리가 몰려든다는 7~8월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우리가 탄 배의 선장은 망원경을 들고 고래의 움직임을 찾고 있었고 몰아치는 파도는 내게 뱃멀미를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고래를 찾던 선장이 "고래다! 어미 고래와 아기 고래가 같이 있다!" 하고 외치며 우리를 불러 모았다.
뱃멀미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고래를 보기 위해 선미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웬걸. 내 눈에는 고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라진 걸까, 아니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걸까. 실망하는 내 귀에 선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가 고래를 볼 수 있는 건 그들이 숨을 쉴 때입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짧게는 5분, 길게는 약 15분간 유영하고 다시 숨을 내쉬기 위해 올라옵니다. 우리는 그 순간을 잘 포착해야 합니다. 그들의 방향을 알았으니, 다음 예상 호흡지에서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허탈감이 밀려와 나는 육지에 사는 사람이 괜히 바다로 와 이 고생을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한번 선장의 외침이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곳에서 어미 고래와 함께 숨을 쉬기 위해 바다 밖으로 몸을 내민 아기 고래가 보였다. 선장의 예측은 완벽했다. 사람들의 감탄, 박수, 사진 찍는 소리로 배 안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고, 보너스로 어미 고래가 제법 높이 점프하는 장면까지 목격할 수 있었다. 1시간가량 어미 고래와 아기 고래를 쫓으며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이처럼 아름답고 큰 동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날, 바다는 내게 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게다가 그 어떤 조급함도, 근심 걱정도 없이 유유히 노니는 고래까지. 드넓은 바다에 안겨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about: Hervey Bay Whale Tour
퀸즐랜드주 남동쪽에 위치한 허비 베이는 고래로 유명하다. 7월 중순에서 10월 하순이면 여름 내내 남극에서 머물던 혹등고래 수천 마리가 허비 베이로 돌아온다. 호주 다른 지역에도 고래를 관찰할 수 있지만, 허비 베이만큼 많은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그렇기에 허비 베이에는 때를 맞춰 고래를 직접 보는 투어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고래 관찰 투어에 참가하게 되면 전용 페리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거대한 고래들이 물을 가르고 점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또한 허비 베이에서는 고래들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매년 8월 한 달간 허비 베이 고래 축제Hervey Bay Whale Festival가 열린다. 재미난 행사와 전시들이 있어 허비 베이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즌이니 이때 고래 투어와 축제를 함께 즐겨보자.
글 : 앨리스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