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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06. 2016

'일단 떠나고 보는 거야!' 마마걸의 파리 적응기

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리사 안셀모 (사진 출처 : 작가 홈페이지 myparttimeparislife.com)

기획을 하다 보면, 도시와 풍경을 담은 외국 작가들의 기행문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그 지역의 특색을 작가적 세계관으로서 독특하게 접근한 작품들도 많지만, 오히려 전통적으로 해당 국가나 도시가 주는 전형성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그 중에서 '낭만'이라는 전형성을 지니고 있는 파리(Paris)는 잘 알다시피 수많은 예술가들의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작가 리사 안셀모(Lisa Anselmo)에게 파리라는 도시는 '낭만'과 '성숙'의 두 개의 개념을 동시에 떠올리게 된 공간이었다.

얼루어, 인스타일 등 여러 패션 매거진의 편집자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리사 안셀모가 세인트마틴 그룹 계열의 토마스 듄 북스를 통해 10월 11일에 미국 현지에서 출간할 <잠깐만 파리에서>(MY PART-TIME PARIS LIFE)는 여행과 일상과 성장과 사색을 두루 담은 솔직한 에세이이다. 

리사 안셀모는 이 책에서 스스로 '마마걸'이었다고 밝힌다. 리사 안셀모의 그간의 삶은 어머니의 기대와 지나친 관심에 얽매여 있었다. 이미 성인이 되어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대부분의 결정은 어머니를 따를 정도로 그녀는 지나치게 어머니에 의존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어머니의 부재는, 슬픔과 함께 이제 자기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줄 누군가가 없다는 의미였고, 진정으로 '독립'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을 의미했다. 이렇게 막막하고 깜깜한 자신의 인생 한가운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리사는 어떤 계기로 무작정 파리로 떠나고 충동적으로 조그만 아파트를 계약하기에 이른다.

리사 안셀모의 솔직한 에세이 <잠깐만 파리에서>는 TV 프로그램의 제목 "어쩌다 어른"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과 독립을 잘 찾지 못하고, 스스로 찾아야만 하는 행복을 깨우치지 못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책이다. 

<잠깐만 파리에서> 미국판 표지


작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그늘에서 한 치 앞도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고자 뉴욕에서의 생활을 접고, 항상 마음 속으로 갈망하고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던 파리로 간다. 하지만 처음 접해보는 파리에서의 생활이라고 그리 특별할 것도 없었고, 오히려 녹록치 않은 여러 현실적 문제에 부딪친다.

아파트에 물이 새는 등 고칠 곳이 있어도 부족한 프랑스어 실력 때문에 잘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와 도저히 미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동떨어진 프랑스의 법규와 규칙의 문제. 무엇보다도 자신을 보호해줄 최후의 누군가가 없다는 불확실성은 오히려 리사를 더 좌절시켰다. 자신이 온전한 하나의 인간인지, 스스로 끊임없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고, 그 와중에 물설고 낯설은 생소한 동네에 와서 정신적 파국의 끝이라고 여겼던 이 시기에, 오히려 리사는 회복과 새로운 가능성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친구와 이웃들도 사귀게 되고, 프랑스어 실력도 차츰 나아지면서 엄마 없이는 도저히 손을 댈 수조차 없었을 것 같은 일들도 차근차근 해결해 나아간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 자신의 좌충우돌 파리 생활을 공유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통해 행복감도 느껴보고,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리사 안셀모는 소회한다.

저자는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좌충우돌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항상 콤플렉스로 작용했던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각성, 그리고 오랫동안 스스로 소극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었던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비로소 당당히 고백한다. 리사 안셀모는 파리에서 홀로 살아가며 "누군가의 보호에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을 불완전함과 고통 속으로 내던지고 마주할 때가 진짜 내 삶을 사는 순간"이라는 점을 절실히 깨닫는다. 진정한 행복과 만족이란 어려움과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파리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도시다.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원하는 청년들에게 리사 안셀모의 파리 적응기는 스스로 내 삶을 결정할 용기와 불안정함 속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방법을 친구처럼 들려줄 것이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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