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
세상에 완벽하게 똑같은 것이 있을까? 젓가락 두 짝? 윷가락 네 짝?
너무 똑같아서 구분할 수 있을지 아리송한 쌍둥이도 자꾸 보다 보면 다른 점이 보이고, 하다못해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들도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은 다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는 늘 똑같이 행동하고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겪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 다르다. 누군가는 내가 정말 성격이 좋고 시원스럽다며 칭찬하고, 누군가는 내게 너무 싸늘하고 매정하다며 불평한다.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는 거리낌이 없어서 좋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대놓고 얘기해서 기분 나쁘다고 한다. 이렇게 말 하나로도 완전히 다른 사람 취급을 받는데, 만약 한 사람이 일생일대의 큰일을 경험하게 되면 어떨까.
내게는 그 일이 바로 출산이었다. 유난히 힘들었던 임신 기간과 고통스러웠던 출산을 거쳐 낳은 에이든. 앨리스라는 사람은 에이든을 낳기 전과 낳은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게는 그 의미가 컸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고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그런데 사람이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 바뀌는 것과는 달리 자연은 처음부터 자신의 고유성을 가지고 존재하며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기후에 따른 숲과 강, 땅의 모습이 그렇고 바다의 색이 그렇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Rottnest Island의 바다 역시 자신만의 다름을 가지고 있는 멋진 곳이다. 분명 같은 호주인데, 이곳의 바다는 시드니의 바다와는 완전히 다르다.
시드니 바다는 남태평양, 로트네스트 아일랜드 바다는 인도양이라서 그런 걸까. 바다의 빛깔마저도 달라 보인다. 시드니 바다는 새파란 코발트블루라고 한다면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의 바다는 에메랄드에 가까운 블루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의 에메랄드빛 해변은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해안가에 앉아 그 맑은 빛깔을 감상하며 상념에 빠져들어도 좋지만 스노클링 장비를 준비해서 바다에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가까운 해안에서도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산호군과 그 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스노클링이 지겹다면 낚시에 도전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섬 구석구석을 누비는 것도 호주의 색다른 바다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바다의 다름이 인간의 다름과 ‘진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바다의 다름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각자가 가진 모습으로 우리를 다르게 위로한다.
바다는, 그래서 위대하다.
about: Rottnest Island
현지인들에게는 '로토Rotto'라는 애칭으로, 애보리진들에게는 '와제뭅Wadjemup'이라고 불리는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퍼스에서 가까워 하루 이상 머물며 휴양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로트네스트에 가기 위해서는 퍼스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로트네스트 익스프레스Rottnest Express라는 페리를 이용하면 되는데 하루에도 몇 편씩 운행하기에 원하는 시간대를 잘 맞추어 선택하면 된다. 다만 성수기에는 페리를 이용하기 어려우니 12월에서 1월 사이에는 미리 예약해두자. 자동차 운행이 금지되어 있어 섬 안에서 이동할 때에는 자전거나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옥빛으로 빛나는 인도양에서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같은 레포츠를 통해 화려한 열대어와 산호를 볼 수 있고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기에도 좋다.
글 : 칼럼니스트 앨리스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