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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07. 2016

멘탈연구가 김상운, 공부는 머리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

                      


김상운의 이력은 조금 별나다. 그는 첫 직장으로 입사한 MBC에서 30년 가깝게 방송기자로 일해왔다. 정치부와 경제부, 국제부 등의 기자를 거쳐 뉴스 진행자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언론인의 길을 탄탄하게 걸어왔던 그가 과학과 영성이 만나는 지점을 포착해가기 시작하며 2011년 저서 <왓칭>을 통해 30만 명의 마음을 두드렸다.


멘탈 연구가로 거듭난 그가 새롭게 펴낸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움직이는서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부 방법 지침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긍정적인 생각과 단단한 마음의 원리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왓칭'의 기법을 통해 시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Q 2016 리우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박상영(펜싱), 진종오(사격) 선수도 <왓칭>을 통해 기적의 승부를 펼쳤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번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부 지침서를 쓰셨다고요.  

학창시절 수재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서 공부가 점점 더 잘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죠. 보도국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미국 대학원으로 연수를 가기 위해 대학원 자격시험 격인 GRE를 본 적이 있었어요. 시험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영어 독해와 문법, 단어 부분에서 최상위 1%에 들었거든요. 그때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공부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이 깨달음을 알려주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됐어요. 

Q 책에서 말하는 '공부 멘탈'이라는 개념에 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공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상태를 말해요. 공부는 지적인 수준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멘탈이 중요하거든요. 마음의 실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공부를 잘할 수 있어요. 

테일러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두뇌 세포의 99.999%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지만, 0.001%도 안 되는 세포들이 쉴 틈 없이 생각을 부정적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아미그달라를 '괴물'이라 부릅니다. (줄임) 아미그달라가 자주 빨간불이 켜게 되면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평상시보다 평균 3배쯤 급증하지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갑자기 높아지면 학습 능력을 관장하는 두뇌 해마가 쪼글쪼글 오그라들거든요. 그러면 아무리 공부를 하려고 해도 머리에서 잘 받아들여 주지 않아요. -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 65~66쪽

Q 책을 보면 '아미그달라', '망각의 곡선', '제이가르니크 효과' 등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실려 있더라고요. 그동안 어떻게 자료조사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6~7년 전부터 마음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굉장히 어둡고 우울해지면서 마음에 병이 생겨났거든요. 대체 왜 이런 병이 생겼나 궁금해서 다양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죠. 특히 양자물리학과 관련된 책이 마음을 정교하게 설명해주더라고요. 과학과 마음은 상관이 없을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아요. 만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세포, 분자, 원자, 미립자까지 쪼개서 관찰하다 보면 우주의 원리와 함께 마음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그때 깨달은 것이 바로 생각이나 감정이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이었죠. 

Q 생각이나 감정이 나와는 별개의 존재라는 건가요?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잖아요. 진보적인 생각을 하면 스스로 진보주의자로 생각하듯이요. 사람은 하루 평균 5만 가지 이상을 생각해요. 그럼 하루에 5만 번 이상 바뀌어야 맞지 않나요? 하지만 어제의 생각이, 5년 전의 생각이 오늘과 다르고,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고 생겨나기도 하고요. 생각이나 감정은 마음속을 수시로 드나들거든요. 흘러가는 물과 같아서 건드리지 않고 떨어져서 바라보면 저절로 흘러가게 돼 있어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두고 지켜보면 더는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리거나 끌려다니지 않게 되죠.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요. 잡념도 마찬가지예요. 억누르기만 하다 보면 오히려 더 떠올라요. 물을 막으면 고이고 정체하면서 찌꺼기가 가라앉는 것처럼요. 언젠가는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고 몇 발짝 떨어져 보세요. 그럼 잡념이 나와 분리될 수 있어요. 이러한 이치를 알게 되니까 마음속에 가득했던 우울한 생각이나 화가 사라지더라고요. 

"잡념 억누르면 더 떠올라... 몇 발짝 떨어지면 분리될 수 있어"

Q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집중인 것 같아요. 

맞아요. 잡념을 떨치는 게 늘 어렵죠. 책상 앞에 책을 펴놓고 앉아 있어도 휴대폰을 만지거나 다른 생각을 하기가 쉽죠.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다고 해도 실제로 하는 공부 분량은 적은 경우가 많고요. 반면 마음이 편안하게 안정되어 있고 공부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으면 공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이 공부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둘 필요가 있어요. 마음의 공간을 넓힐수록 공부가 잘되거든요.  

'왓칭'을 통한 마인드 컨트롤 법
1 '내 마음속엔 지금 어떤 생각이 있지?' 하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들여다보면 생각이 사라진다.
2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똑같은 방법으로 공간 속을 들여다본다. 그럼 또 사라진다.
3 생각이 사라지면 '다음 생각은 어디서 떠오를까' 하고 주시한다. 텅 빈 공간이 계속된다.
4 텅 빈 공간은 백지와 같다. 백지에 쓰여지는 건 저절로 저장된다.
-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 13쪽


Q 학창시절 굉장한 모범생이었을 것 같아요. 어떤 학생이었나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시골에서 자랐는데요. 주변이 그냥 다 논밭이었고, 완전 깡촌이었죠.(웃음) 집에는 마땅히 읽어볼 책도 없었고,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었죠. 농사라는 게 잡일이 무척 많거든요. 가축들 먹이도 줘야 하고, 아궁이에 불도 지펴야 하고요. 자라면서 공부하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고, 그저 학교에 다녔던 것이 전부였어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인천에 있는 작은아버지 댁으로 유학을 가게 됐는데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정신 차리고 열심히 했던 것은 대학에 간 뒤부터였고요. 대학원 다닐 때는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했죠. 농사일 하라는 사람도 없고, 일 끝나면 그저 제 자유시간이었으니까요.(웃음)    

Q 지금 와서 유년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후회되는 점은 없나요? 

공부를 너무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많이 헤맸어요. 공부의 원리를 알고 접근했어야 했는데 맨땅에 헤딩하듯이, 그저 요령 없이 파고들었죠. 지금처럼 마음의 이치를 깨달았더라면 더 쉽게 공부를 했을 거예요. 시골에서 태어난 장남이라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막중했고요.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공부에 집중을 잘하지 못했어요. 소설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여유도 없었고요.  

Q 공부할 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던 습관이나 버릇이 있다면요. 

마음을 이해하고 나서 자주 했던 것이 바로 산책이에요. 공부는 보통 좁은 공간에서 책과 마주하는 일이잖아요. 오랜 시간 그렇게 있다 보면 마음의 공간이 좁아지거든요. 반면 넓은 공간을 바라보며 걷고 명상을 하다 보면 마음이 넓어지죠. 매일 1시간 이상은 걸어요. 틈만 나면 산책을 하면서 마음의 공간을 들여다보죠. 2007년 독일의 과학자들이 사람들에게 발바닥을 최대한 자극하며 걷도록 한 뒤 어휘력 시험을 치르게 했어요. 그랬더니 암기 속도가 20%나 빨라졌다더군요. 발바닥을 자극하는 운동이 공부와 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예요.

문제는 '난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별로였어' 하는 생각을 계속 담고 있으면 정말 머리가 별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늘 이런 고정된 생각을 머리에 담고 공부 좀 해보겠다고 학교든 학원이든 가서 앉아있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끔찍한 일인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그래 봐야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요. 공부를 하러 귀한 시간을 바치고 있지만 결국 인생을 낭비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의 지능은 고정된 게 아니에요. 지능은 내가 바라보는 대로(='왓칭'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지요. -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 175쪽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취재 : 윤효정(북DB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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