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답기 보다는 '나'답게 행동하는 여성을 말하다
https://youtu.be/kYoZcGQaEVA?list=PL2dRHGX5uosn-Dg0DDCHAHvWTtayda6Ak 동영상 캡처
'여자답게 행동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생리대 광고가 있다. 이 광고에서 여성답게 달려보라는/싸우라는/던지라는 주문을 받은 성인 남녀는 매우 소극적이거나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취하며 주문에 따른다. 이어 어린 소녀들에게도 같은 주문을 하자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어린 소녀들은 힘껏 던지고, 최대한 빨리 달리고, 최선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광고는 '여자답다'란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연약한 것? 감성적인 것? 아이에 대해무한한 모성애를 갖는 것? 특정 성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해당하는 특성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개인을 성별이라는 고정 관념으로 옭아매는 일이다.
사회에 굳어진 고정관념의 장벽은 생각보다 튼튼해 허물기 어렵다. 주변에서는 '여자다움'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난 여성을 향해 "여자답지 못하게 왜그래?"라는 말로 틀 안에 다시집어넣으려 한다. 여기에 그 틀을 거부하고 솔직한 자신의 목소리를 낸 여성들이 있다. '여자답기'보다는 '자신이고자' 했던 여성들에 주목한 책들을 만나보자.
제1차 세계 대전 때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았던 마타 하리. 그녀는 지금까지 남성의 욕망에 부합하는 관능적 팜므 파탈로만 묘사되어 왔다. 하지만 파울로 코엘료는 그의 신작소설 <스파이>에서 마타 하리를 삶의 어느 순간에서도 자유롭고 독립적이고자 노력했던 존재로 그리려 했다. "마타 하리는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로 그 시대 남성들의 요구에 저항하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택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세계대전의 전운이 가돌며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반면,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화려함 속에서 사회적 시선에 얽매이기 보다는 세상에 용기있게 맞섰던 마타 하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소설이다.
"어디 애 안 낳고 살아봐. 좋은가" 기혼 어른이 미혼 여성에게 겁을 주며 하는 말이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거나 , 모성애가 부족한 여성들은 정서적으로 뒤틀렸거나 문제가 있는 특수한 사례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모성애는 모든 여성이 기본 장착한 조건일까? 이스라엘의 사회학자 오나 도나스는 엄마가 되기를 원치 않는 여성들을 향해 예언처럼 던지는 "아이를 갖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메시지에 주목했다. 여성들은 어떻게 엄마가 되었으며, 사회가 그들에게 어떤 엄마가 되도록 명령하는가? 사회가 어떻게 후회를 위협의 도구로 사용하며, 엄마들의 후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저자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만난 다양한 사회계층에 속한 엄마들의 사례는 엄마됨을 후회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들은 은연중에 '여성다움'을 연기하도록 학습당한다. 이 과정에서 몸은 끊임없이 다듬고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 책의 저자인 에머 오툴은 이런 성역할이 타고난 것이 아닌 관습적이며 수행적인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저자는 '여자답다'라는 말을 해체하기 할로윈데이 밤에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남장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다양한 실험에 돌입한다. 삭발하기, 겨드랑이 털 기르기, 여자와 섹스하기, 일상 언어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분 없애기, 친척 모임에서 집안일에 손 대지 않기 등. 이를 통해 성차별적 문화에서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들에 어떤 의미가 깃드는 지를 탐구하는 과정을 재치있는 문체로 담고 있다.
취재 : 주혜진(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