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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11. 2016

'인생의 무덤'이라는데... 살아보니 어때요?

에세이로 소설로 만화로...결혼의 실상을 전하는 책들

                    

'필요없다' 42% : '필요하다' 35%.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혼자들의 답변 비율이다. 올해 7월 여론조사 업체 마크로밀렘브레인이 전국의 미혼 남녀 1000명(만 19~59세)에게 질문한 결과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식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결혼의 진실이란 뭘까. '결혼을 꼭 해야 하나' 싶다가도 봄가을 쏟아지는 청첩장을 보면 마음은 싱숭생숭해진다. 반대로, 결혼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지만 '결혼 절대 하지 말라'고 핏대 세우는 사람들(주로 기혼자) 얘기를 들으면 또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귀가 팔랑거린다. 왕도는 없다. 직접 살아보든가, 직접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기차게 들어보는 수밖에.

솔직담백한 에세이로, 현실만큼이나 극적인 소설로, 가볍고 만만한 만화로 결혼의 실상을 이야기하는 책들이다. 읽어보는 것도 자유, 결정하는 것도 자유다.

[에세이] 결혼해도 좋아요? 정말 좋아요?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배우자와 결혼하겠습니까?' 한마디로 기혼자들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질문. 하지만 이 남자라면 고민 없이 "네!"라고 대답할 것 같다. 개그맨, 배우, 공연기획자 등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격다짐' 이정수다. <결혼해도 좋아>(청림라이프/ 2016년)는 스스로 "아내바보"라고 칭하는 그가 쓴 "행복한 결혼생활 가이드북". 그는 '문제가 있는 부부'와 ‘행복한 부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결혼생활에 직접 적용했다. 임상실험(?)을 끝낸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앞서 물어본 질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남성의 42.6%, 여성의 22%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다'고 답변했다.(2014년, 30대 이상 기혼 남녀 각 500명 대상) 여성 다섯 명 중 네 명 정도가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밝힌 셈. 여성들의 '멘토'인 남인숙 작가가 쓴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소담/ 2016년)의 제목은 그런 점에서 꽤 강렬하게 다가온다. 나이 드는 것이 불안한 여자들에게 전하는 솔직발랄한 공감 지침서. 실제 내용은 제목만큼 세지는 않으니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에이~ 한번 실수한 걸 가지고 뭘 그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한 번 실수하면, 마음의 나무가 넘어가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어느 날 이유도 잘 모르겠는데, 마음의 나무가 부러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절대 다시 세울 수 없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이, 열 번 찍혀 안 부러지는 마음은 없습니다. - <결혼해도 좋아> 중에서

[소설] 낭만적 연애의 끝, 일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연애는 '사고'처럼 시작되지만 결혼은 '일상'으로 채워져야 한다. '사랑에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결혼생활의 어딘가에 감기가 걸리고 종기가 돋은 사람들을 위한 사랑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행나무/ 2016년). 소설과 철학 에세이가 교차하는 재미있고 독특한 형식이다.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한 손에 연필을 들고 있는 게 좋을 것이다. 읽는 이의 심장을 직격하는 ‘보통’다운 표현들에 밑줄을 치느라 손이 바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 비포 유>로 잘 알려진 '로맨스 여왕' 조조 모예스의 결혼 이야기는 어떨까. <허니문 인 파리>(살림/ 2015년)는 "결혼하면 사랑은 끝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2000년대와 1900년대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내고 있는 두 부부의 일상을 통해 이제 막 결혼한 여주인공의 내밀한 심리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소설. 사랑과 결혼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당황하고 방황하는 여성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찾게 해준다.

그녀의 통찰은 그녀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귀가 선물이자 그들의 사랑이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보증서다. 그는 자신도 아내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 살기에 가끔 꽤 힘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특이한 신호를 주고받는 것뿐이다.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중에서

[만화] 실상도 확실히 '염장'도 확실히

미리 말해두겠다. 여기서부터 소개하는 책들은 확실히 좀 중립적(?)이지 못하다. 결혼생활의 실상을 그 무엇보다 생생하게 보여주지만, 염장 또한 확실하게 질러주는 만화들이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결혼생활의 '검은 그림자'를 담은 만화를 찾아보려 했지만, 솔직히 ‘만알못’(만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첫 번째 책은 결혼생활의 실상을 개그, 패러디, 염장, 감동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결혼장려만화' <결혼해도 똑같네>(네온비/ 애니북스).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2012년 첫 번째 권이 출간됐고, 2013년 2권과 <결혼해도 똑같네 PLUS>가 출간되며 완결됐다. 만화가 부부인 네온비와 캐러멜이 사귀고 일하고 결혼하며 겪은 일상 속의 이야기들이 생생하고 유쾌하게 담겨 있다.

'생활만화의 최강자'라 불리는 <어쿠스틱 라이프>(난다/ 애니북스) 역시 빠질 수 없겠다. 2010년 "스물일곱의 어느 날 남편이 생겼다"는 선언과 함께 연재를 시작한 이 만화는, 2011년 단행본 1권이 출간된 뒤 올해 10권까지 출간됐다. 지금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 중인 '장수 웹툰'이다.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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