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로 소설로 만화로...결혼의 실상을 전하는 책들
'필요없다' 42% : '필요하다' 35%.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혼자들의 답변 비율이다. 올해 7월 여론조사 업체 마크로밀렘브레인이 전국의 미혼 남녀 1000명(만 19~59세)에게 질문한 결과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식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결혼의 진실이란 뭘까. '결혼을 꼭 해야 하나' 싶다가도 봄가을 쏟아지는 청첩장을 보면 마음은 싱숭생숭해진다. 반대로, 결혼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지만 '결혼 절대 하지 말라'고 핏대 세우는 사람들(주로 기혼자) 얘기를 들으면 또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귀가 팔랑거린다. 왕도는 없다. 직접 살아보든가, 직접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기차게 들어보는 수밖에.
솔직담백한 에세이로, 현실만큼이나 극적인 소설로, 가볍고 만만한 만화로 결혼의 실상을 이야기하는 책들이다. 읽어보는 것도 자유, 결정하는 것도 자유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배우자와 결혼하겠습니까?' 한마디로 기혼자들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질문. 하지만 이 남자라면 고민 없이 "네!"라고 대답할 것 같다. 개그맨, 배우, 공연기획자 등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격다짐' 이정수다. <결혼해도 좋아>(청림라이프/ 2016년)는 스스로 "아내바보"라고 칭하는 그가 쓴 "행복한 결혼생활 가이드북". 그는 '문제가 있는 부부'와 ‘행복한 부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결혼생활에 직접 적용했다. 임상실험(?)을 끝낸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앞서 물어본 질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남성의 42.6%, 여성의 22%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다'고 답변했다.(2014년, 30대 이상 기혼 남녀 각 500명 대상) 여성 다섯 명 중 네 명 정도가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밝힌 셈. 여성들의 '멘토'인 남인숙 작가가 쓴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소담/ 2016년)의 제목은 그런 점에서 꽤 강렬하게 다가온다. 나이 드는 것이 불안한 여자들에게 전하는 솔직발랄한 공감 지침서. 실제 내용은 제목만큼 세지는 않으니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에이~ 한번 실수한 걸 가지고 뭘 그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한 번 실수하면, 마음의 나무가 넘어가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어느 날 이유도 잘 모르겠는데, 마음의 나무가 부러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절대 다시 세울 수 없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이, 열 번 찍혀 안 부러지는 마음은 없습니다. - <결혼해도 좋아> 중에서
연애는 '사고'처럼 시작되지만 결혼은 '일상'으로 채워져야 한다. '사랑에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결혼생활의 어딘가에 감기가 걸리고 종기가 돋은 사람들을 위한 사랑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행나무/ 2016년). 소설과 철학 에세이가 교차하는 재미있고 독특한 형식이다.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한 손에 연필을 들고 있는 게 좋을 것이다. 읽는 이의 심장을 직격하는 ‘보통’다운 표현들에 밑줄을 치느라 손이 바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 비포 유>로 잘 알려진 '로맨스 여왕' 조조 모예스의 결혼 이야기는 어떨까. <허니문 인 파리>(살림/ 2015년)는 "결혼하면 사랑은 끝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2000년대와 1900년대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내고 있는 두 부부의 일상을 통해 이제 막 결혼한 여주인공의 내밀한 심리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소설. 사랑과 결혼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당황하고 방황하는 여성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찾게 해준다.
그녀의 통찰은 그녀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귀가 선물이자 그들의 사랑이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보증서다. 그는 자신도 아내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 살기에 가끔 꽤 힘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특이한 신호를 주고받는 것뿐이다.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중에서
미리 말해두겠다. 여기서부터 소개하는 책들은 확실히 좀 중립적(?)이지 못하다. 결혼생활의 실상을 그 무엇보다 생생하게 보여주지만, 염장 또한 확실하게 질러주는 만화들이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결혼생활의 '검은 그림자'를 담은 만화를 찾아보려 했지만, 솔직히 ‘만알못’(만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첫 번째 책은 결혼생활의 실상을 개그, 패러디, 염장, 감동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결혼장려만화' <결혼해도 똑같네>(네온비/ 애니북스).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2012년 첫 번째 권이 출간됐고, 2013년 2권과 <결혼해도 똑같네 PLUS>가 출간되며 완결됐다. 만화가 부부인 네온비와 캐러멜이 사귀고 일하고 결혼하며 겪은 일상 속의 이야기들이 생생하고 유쾌하게 담겨 있다.
'생활만화의 최강자'라 불리는 <어쿠스틱 라이프>(난다/ 애니북스) 역시 빠질 수 없겠다. 2010년 "스물일곱의 어느 날 남편이 생겼다"는 선언과 함께 연재를 시작한 이 만화는, 2011년 단행본 1권이 출간된 뒤 올해 10권까지 출간됐다. 지금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 중인 '장수 웹툰'이다.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