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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12. 2016

[조승연 추천] 외국어 공부를 도와주는 인문학 책

        

  

"영어가 한국에 들어온 19세기부터 우리의 영어공부는 '백인 따라하기'가 되었습니다. 동양인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사소한 실수마저 ‘잘못된 문법’이라 하여 끊임없이 스스로를 지적하고 위축시키는 자조적인 영어공부 풍토가 생겼습니다. 소통에는 지장이 없는데도 '백인들과 비슷한 영어를 쓰면 옳고, 그렇지 않은 것은 틀리다'라는 식의 영어교육에 돈과 시간을 낭비해온 것이지요."


'세계문화전문가' 조승연 작가의 일갈이다. 그는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 독일어, 라틴어 등에 능통해 '외국어 공부의 달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외국어 공부는 몇 가지 기발한 '기술'을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태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이다.

최근 그가 쓴 책 <플루언트>(와이즈베리)는 외국어 공부에 대한 그의 오랜 고민과 인문학적 반성에서 시작됐다. 올해 초 북DB와 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에 있는 입시문제는 중국, 일본 그리고 베트남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라며 "아시아의 어떤 면이 이런 입시제도를 만들어내는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조승연이 묻는다, 프랑스에 한국인 입시학원만 있는 까닭 2016. 1. 26.) 아시아가 부상하는 시대, 새로운 세계에 걸맞은 새로운 언어교육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플루언트>에 담았다.

10월 12일 이메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조승연 작가와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우리의 영어공부 방식에 대한 그의 비판은 날카로웠다. 그는 현재 영어공부 방식이 "영국-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었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그것이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백인 따라하기" 공부를 낳았고, 그런 자조적인 영어공부 풍토가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는 것이다.

"영어를 서열 매기는 도구로 사용... 부끄러운 일"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영어를 "한국인들끼리 서열을 매기는 도구로 더 많이 사용"해왔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영어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영어는 더 이상 영국, 미국 중상위층 백인들만의 언어가 아닙니다. 지구를 에워싸고 있는 글로벌 경제와 인터넷 정보망을 연결해주는 세계인의 언어입니다. 세계인과 소통하며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빼내고, 생각을 나누고, 물건을 팔고, 한국인인 나의 정서와 생각과 감정을 담아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그런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승연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인문학’이다. 같은 언어권 안에서도 세대 간, 성별 간 문화를 공유하지 않으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공부할 때 해당 언어권의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지 않으면 소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예로 조승연 작가는 <플루언트>에도 실린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했다.

"몇 명의 여학생이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빨간 코트에 검은 부츠를 신은 친구가 들어옵니다. 그 중 한 명이 이런 농담을 던지죠. '너 오늘 패션이 완전 세종대왕이다!' 미소를 지으셨죠? 그런데 세종대왕이 누군지 모르는 외국인도 이런 상황에서 같이 웃을 수 있을까요?"

조승연 작가는 "언어야말로 최고의 인문학 공부"라는 말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문학과 언어의 관계를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문학적' 외국어 공부에 도움을 주는 책을 직접 추천했다. 어떤 이유로 어떤 책을 추천했는지, 아래에 옮긴다.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김영사/ 2004년


"니스벳 박사는 동서양인의 사고방식 차이를 깊이 연구한 분입니다. 저도 이번 책 <플루언트> 집필에 니스벳 박사의 연구에서 큰 영감을 받았고 많이 인용했습니다. 동서양인이 그림을 보는 방법, 인간관계를 운영하는 방법,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등을 과학적으로 비교 분석한 책입니다."

<교수와 광인> 사이먼 윈체스터/ 세종서적/ 2016년

"옥스퍼드 대사전을 만든 두 위대한 언어학자의 일생을 그린 책입니다. 언어를 인간 사고의 나이테처럼 읽어내는 사람들의 생애 이야기를 통해서 언어에 빠져 사는 필로로지스트(필로스 philos = 고대 그리스어로 사랑, 로고스 logos = 언어. 즉 필로로지스트 = 언어성애자)들이 어떻게 언어의 매력에 빠져 살며 그 희열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책입니다."

<피그말리온> 조지 버나드 쇼/ 열린책들/ 2011년


"길거리에서 꽃을 파는 가난한 여자 아이의 발음만 고치면 그녀의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 영국 제국주의 시대의 언어학자를 풍자한 연극입니다. 한국인이 영어를 처음 접하던 시절 영국인들이 영어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했는지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왜 그 당시 사람들이 발음과 문법에 집착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컬처코드> 클로테르 라파이유/ 리더스북/ 2007년

"마케팅적으로 세계인의 가치관과 취향을 결정하는 '코드'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좋다, 아름답다 생각하는 것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사진 : 조승연 제공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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