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산책]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저 : 정청래 / 출판사 : 푸른숲 / 발행 : 2016년 9월 28일
국회의 '문제적 남자' 정청래가 돌아왔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컷오프 된 이후 '민간인'으로서의 첫 책이다. "이 책은 내 복수다"라고 밝힌 그는 노골적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국회의원 유리하게 부리는 방법'에 대해 서술했다. 좋은 국회의원을 감별하는 법, 국회의원을 사용법, 국회의원 길들이는 법, 국회의원 되는 법 등 그 세계를 아는 사람의 입을 타고 내려온 사용법 노하우는 꽤 쏠쏠하다. 물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국회의원을 어떻게 부려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나열한 가벼운 책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한 대한민국 국회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국회의원들을 향한 정치적 혐오가 도리어 부패 사회의 기초로 작용할 수 있는 사회적 오류 등을 짚어낸다.
└ 기자의 속마음 '국회의원 부려먹는 법'을 알려준다니. 과연 정청래다운 복수다.
<보고 시픈 당신에게>
저 : 강광자 외 86명 / 출판사 : 한빛비즈 / 발행 : 2016년 10월 10일
"우리 만나서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 많이 해요 / 나 많이 변했어요 / 그래도 꼭 알아봐주세요"
김영자 어르신의 산문 '보낼 수 없는 편지' 중 일부다. 부산에 살고 있다는 차영남 어르신은 "공부를 하고 보니 부산 시내가 다 보이는 것 가타요"라며 원없이 행복해하기도 한다. 평균연령 69세. <보고 시픈 당신에게>는 전국의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 89편을 엮은 책이다. 한 평생 가슴에 묻어두었던 사연을 글로 표현하는 '문해교육'은 한을 풀고 자존감을 높이는 과정의 첫 단계로 '문자 습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작품마다 삐뚤빼뚤 적어내려간 어르신들의 글을 함께 싣고 있어 감동과 여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 기자의 속마음 맞춤법 좀 틀리면 어떤가. 이미 70년 어치의 이야기를 품은 제각각의 작가들이다.
<밤에 우리 영혼은>
저 : 켄트 하루프 / 역 : 김재성 / 출판사 : 뮤진트리 / 발행 : 2016년 10월 5일
어느 날 갑자기 루이스 워터스를 만나러 간 애디 무어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와 줄 수 있는지 궁금해요." 그녀가 덧붙인 것처럼 섹스 이야기가 아니다. 배우자를 먼저 보낸 사람들끼리 외로운 밤을 함께 견뎌내자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대화를 하고 따뜻한 침대에 함께 누워 온기를 느끼면서. 루이스 워터스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한 평생 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온 두 사람은 70대가 되어서야 특별한 관계를 맺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평생의 비밀과 속마음을 속삭이기 시작한다.
<플레인송(Plainsong>으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작가 켄트 하루프가 타계 전,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완성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켄트 하루프의 유언과도 같은 책이다. 현재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 주연의 영화로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기자의 속마음 켄트 하루프는 국내에 더 잘 알려질 가치가 있는 작가다. 이유는 이 작품만으로도 충분하다.
저 : 목수정 / 출판사 : 생각정원 / 발행 : 2016년 10월 10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비극이 일상이 되어 버린 사회. 불평등과 혐오가 들끓는 오늘날을 살아가기 위한 태도는 무엇일까. 작가 목수정은 프랑스와 한국에서 포착한 일상의 사진들을 통해 65개의 에세이를 엮어 책을 완성했다. 그녀는 사진과 에세이를 통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전한다. 이를 통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대를 무사히 건너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현재를 진단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가로서의 영원한 화두인 월경(越境)과 탐험에 대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말한다. 기쁨을 주는 타자와 연대하라고. 작가 목수정의 글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의 가치와 회복해야 할 시대 정신이 담겨있다.
└ 기자의 속마음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아니, 우리의 일상은 무엇이었을까.
저 : 나카가와 히데코 / 출판사 : 이봄 / 발행 : 2016년 10월 12일
수강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기간만 1년 이상, 평균 수강기간 5년.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요리 교실'의 베일이 드디어 벗겨졌다. 23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귀화 한국인 '나카가와 히데코'의 요리 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의 이야기다. 20대부터 독일, 스페인, 한국 등지에 살았던 그녀는 호텔 프랑스 요리 셰프였던 아버지와 가정 주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요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구르미 레브쿠헨'의 레시피는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프랑스 요리 레시피와 어머니에게 배운 일본식 본토의 맛, 23년 간의 한국 생활로 터득한 한국 요리 레시피 등이 함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요리 교실에 매달 150명 이상의 수강생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책에는 다양한 레시피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중함,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은 마음, 요리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함께 나눌 줄 아는 따뜻한 분위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 기자의 속마음 히데코라는 이름 때문에 영화 '아가씨'를 떠올린 건 사실. 그러나 분위기는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안경' 못지 않게 편안하고 따뜻한 듯. 이렇게 잠재적인 수강 대기자가 되어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