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멘탈 만들기
제가 보도국 기자 시절의 일이에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을 때 그리고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저는 CNN 뉴스를 동시통역해 '9시 뉴스' 시청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었어요. 부스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CNN 뉴스를 들으며 동시에 우리말로 바꿔 말하는 일이었어요. 그 일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지요.
'군사작전이 개시됐다' 하면 몇 시간씩 꼼짝없이 동시통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하기는 불가능했어요. 전문 동시통역사들과 서로 번갈아가며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떤 동시통역사들은 끙끙거리기만 하고 통역을 제대로 못 하는 거예요. 생방송 뉴스에서 자칫하면 방송사고가 날 만한 일이었지요.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저는 그들을 가만히 살펴보았어요.
영어 뉴스는 말하는 속도가 아주 빠르거든요. 영어 문장을 그대로 꼬박꼬박 우리말로 통역하려고 끙끙거리다 보면 어느새 통역하려던 그 문장이 이미 지나가 버리고 마는 거예요. 그래서 동시통역사에게 넌지시 이렇게 말해 보았어요.
"한 문장씩 통역하려 하지 말고 큰 덩어리로 통역해 보세요."
언어란 품고 있는 생각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지요.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수단인 말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말의 뜻을 놓쳐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영어 뉴스를 청취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앵커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그 뉴스는 멀찌감치 흘러가 버리거든요. 그보다는 그가 과연 무슨 말을 전하고자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들어야 해요.
즉 '난 지금 바로 저 앵커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 그 속에 무슨 생각이 숨어 있는지 정말 궁금해.'라는 자세로 호기심을 잔뜩 품고 듣다 보면 자연히 큰 덩어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개별 단어도 물 흐르듯 술술 들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다음 영어문장을 한번 외워 보세요.
"Mary had a little lamb."(메리에겐 작은 양 한 마리가 있었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척 보면 한눈에 알아볼 문장이지요. 문장 전체가 한 덩어리로 한눈에 쏙 들어오거든요. 그건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영어 문장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문장 전체를 한꺼번에 기억하게 됩니다. 하지만 각 단어의 뜻만 알고 있는 영어초보자는 다섯 개 덩어리로 나누어 기억하게 되지요. 또 이제 겨우 영어 알파벳만 익힌 사람은 글자 열여덟 개를 하나하나 다른 덩어리로 기억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외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럼 거꾸로 하면 어떨까요? 즉 문장 전체의 의미부터 먼저 이해한 다음, 낱개의 알파벳이나 단어를 외우는 겁니다. 그럼 외우는 속도가 의외로 빨라질 거예요.
※ 본 연재는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김상운/ 움직이는서재/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상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