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Oct 14. 2016

영어 성적을 올려주는 덩어리 기억법

공부 멘탈 만들기

             

제가 보도국 기자 시절의 일이에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을 때 그리고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저는 CNN 뉴스를 동시통역해 '9시 뉴스' 시청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었어요. 부스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CNN 뉴스를 들으며 동시에 우리말로 바꿔 말하는 일이었어요. 그 일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지요. 

'군사작전이 개시됐다' 하면 몇 시간씩 꼼짝없이 동시통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하기는 불가능했어요. 전문 동시통역사들과 서로 번갈아가며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떤 동시통역사들은 끙끙거리기만 하고 통역을 제대로 못 하는 거예요. 생방송 뉴스에서 자칫하면 방송사고가 날 만한 일이었지요.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저는 그들을 가만히 살펴보았어요. 

영어 뉴스는 말하는 속도가 아주 빠르거든요. 영어 문장을 그대로 꼬박꼬박 우리말로 통역하려고 끙끙거리다 보면 어느새 통역하려던 그 문장이 이미 지나가 버리고 마는 거예요. 그래서 동시통역사에게 넌지시 이렇게 말해 보았어요.

"한 문장씩 통역하려 하지 말고 큰 덩어리로 통역해 보세요."

언어란 품고 있는 생각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지요.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수단인 말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말의 뜻을 놓쳐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영어 뉴스를 청취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앵커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그 뉴스는 멀찌감치 흘러가 버리거든요. 그보다는 그가 과연 무슨 말을 전하고자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들어야 해요.

 
즉 '난 지금 바로 저 앵커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 그 속에 무슨 생각이 숨어 있는지 정말 궁금해.'라는 자세로 호기심을 잔뜩 품고 듣다 보면 자연히 큰 덩어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개별 단어도 물 흐르듯 술술 들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다음 영어문장을 한번 외워 보세요.

"Mary had a little lamb."(메리에겐 작은 양 한 마리가 있었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척 보면 한눈에 알아볼 문장이지요. 문장 전체가 한 덩어리로 한눈에 쏙 들어오거든요. 그건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영어 문장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문장 전체를 한꺼번에 기억하게 됩니다. 하지만 각 단어의 뜻만 알고 있는 영어초보자는 다섯 개 덩어리로 나누어 기억하게 되지요. 또 이제 겨우 영어 알파벳만 익힌 사람은 글자 열여덟 개를 하나하나 다른 덩어리로 기억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외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럼 거꾸로 하면 어떨까요? 즉 문장 전체의 의미부터 먼저 이해한 다음, 낱개의 알파벳이나 단어를 외우는 겁니다. 그럼 외우는 속도가 의외로 빨라질 거예요.

※ 본 연재는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김상운/ 움직이는서재/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상운



매거진의 이전글 "연극은 결국 나를 탐구하는 일" 이승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