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하는 부모, 상처 바든 아이
그럼, 아이의 책임감은 어떻게 길러줄까? 정답은 스스로, 혼자 하게 하라는 것.
자녀 뒷바라지에 열성인 부모가 참 많다.
"공부만 해. 엄마가 나머지는 알아서 해줄게."
그러면서 물 떠주고 가방 들어주고, 차로 학교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책 읽는다고 옆에서 밥 떠먹여준다. 아이들이 스스로 뭘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알아서 발 빠르게 척척 다 해준다.
그렇게 살다 보면 엄마도 지친다. 어느 날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한다.
"넌 혼자서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니?"
그런데 돌이켜보면, 자기가 그렇게 키워놓은 것이다!
네 살 무렵 영재로 판정받은 아이가 있다. 그 엄마는 아들이 영재 판정 받았을 때 세상에 부러운 게 없었다.
"아들에게 올인하기로 결심했어.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이후 그 말대로 아들바라기로 살았다. 아들이 손가락 까딱 안 하고 오직 공부만 할 수 있게 뒷바라지를 했다. 그렇게 15년간 가족여행 한번 못 간 다른 식구들의 희생으로 결국 아들을 명문대에 보냈다.
그런데 아들이 대학생이 되어 문제가 생겼다. 지하철과 버스를 제대로 못 타고 엉뚱한 곳에 내려서 자꾸 엄마한테 전화로 데리러 오라고 하더란다. 대학에서 엠티를 가는데 가방에 책만 잔뜩 집어넣은 아들, 공부 말고는 해본 적이 없는 아들은 혼자서는 제대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내가 아들의 대학 간판이랑 가족의 행복을 바꿨는데, 영재 아들이 바보가 돼버렸어.”
그 후로 그 엄마는 스무 살이 넘은 아들에게 작은 일부터 혼자 하는 습관을 가르치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
이렇게 의외로 다 큰 자녀가 '결정 장애'인 경우가 많다. 혼자서는 도대체 뭘 결정을 못하는 것이다. 부디 "엄마! 아빠! 헬프 미~" 하는 아이로는 키우지 말자. 아이에게 자기 일은 스스로 하게 하자. 알면 실천하게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기본적으로 옷 걸기, 책상 정리, 방 청소도 직접 하게 한다.
특히 아이 숙제는 부모가 해주면 안 된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티를 안 낸다고 왼손으로 숙제를 대신해주기도 하는데 교사가 보면 다 안다. 또 독후감을 대신 써주거나 봉사활동을 대신하는 부모도 있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지만, 정말 그렇다면 공부를 덜 시키는 게 맞다.
부모도 두둑한 배짱이 있어야 한다. 자식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부모는 나중에 죽을 때까지 끌려 다닌다. 그러니 뭘 해야 할 줄 모르는 아이에겐 단호하게 할 일에 대해 말해줘라.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를 보면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는 일상생활의 평범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라 집안일은 손도 안 댈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 장영주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침대 정리, 방 청소, 화장실 청소까지 다 시켰다고 한다.
작은 일부터 스스로 책임지는 습관이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는 생활태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본 연재는 <말만 하는 부모, 상처받는 아이>(김은미, 서숙원/ 별글/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칼럼니스트 김은미, 서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