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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20. 2016

자존심 상하지만 실용적인 진실...당신은 똑똑하지 않다

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심리학계의 이단아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맥레이니(David McRaney)는 소위 '잘나가는' 기자이다. 미국 최고의 저널리스트 상으로 손꼽히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바 있으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생생하고 정확하게 취재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잘나가는 기자이지만 맥레이니의 관심 분야는 오로지(?) 심리학이다. 아니, 학문적 '심리학'이 아닌 인간의 심리 그 자체를 통해서 행동과 생각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적나라하게 관찰해서 폭로하고 있다.

맥레이니가 2011년에 미국 펭귄 출판사를 통해 발표한 논픽션 심리 분야 책, <당신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YOU ARE NOT SO SMART)는 한국에서도 <착각의 심리학>(추수밭/ 2012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10개국 이상에 번역-출간되었을 정도로 지금도 회자되는 타이틀이다. 특히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판권 시장에서도 아직 베일에 쌓인 맥레이니의 신작 <어떻게 마음은 변하는가>(HOW MINDS CHANGE)가 서서히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중이다.

<당신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YOU ARE NOT SO SMART) 미국판(왼쪽)과 영국판 표지

<당신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우리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진실들을 새로운 구조적 접근 방식으로 소개한 일련의 행동경제학, 사회심리학 명저들의 뒤를 잇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은 모두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인간이 자기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믿고, 따르고,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인식과 그 지식이 오류와 허점투성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상식으로 인정받거나,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해서 마땅히 그렇다고 믿는 지식들조차도 틀린 것이 너무 많다. 작가 맥레이니는 세상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머릿속의 판단 기준을 믿고 존중해야 하지만, 우리의 머리가 그렇게 똑똑하지는 않다는 것을 여과 없이 폭로한다.

<당신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데이비드 맥레이니가 그동안 자신의 블로그(youarenotsossmart.com)에 게재하고 폭로(?)했던 인간의 바보 같은 인식의 오류들을 모아 발표한 책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그냥 '상식의 파괴'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믿는 그 느낌 자체를 버리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보통 '현재의 나'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라는 관점에서 지금 당장의 행동과 선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류가 생긴다. 설문조사의 가장 큰 한계는, 피설문자가 절대 객관적인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보통 우리는 주어진 질문에 있는 그대로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형성한 인식의 모델에 따라서 우리가 되고자 하는 어떤 자아의 롤모델을 설정해 놓고, 그것이 지금 현재의 자신인 양 착각의 상태에서 질문의 답변을 체크한다. 따라서 절대 올바른 데이터가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의 상태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한국에 <착각의 심리학>으로 번역 출간됐다


대표적인 심리적 현상인 '후판단 편파'(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르면서, 예상 외로 쉽게 도출되는 결과에 '이미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는 오류)와 '확증 편향'(자신이 알거나 자신의 신념에 맞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못한 정보는 무시하고 버리는 경향),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너무도 생생한 예시들을 작가는 제시한다.


심지어 저자는 '플라시보 효과'도 회의적으로 본다. '긍정적 착각'이 아닌 단순한 오해의 소산이며, 우리가 각종 수용기를 통해 뇌에 저장한 정보가 당장은 기억이 안 나더라도 하드 디스크처럼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을 줄 알지만 인간의 기억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맥레이니의 이 모든 지적들은 철저히 과학적으로 검증받은 데이터와 통계, 이론을 바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재미있는 심리학 수업을 듣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우리가 왜 이렇게 그릇된 진실에 쉽게 빠져들고 믿게 되는지, 어떻게 인식의 오류가 생겨나고 고착화되는지를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토대로 설명한다.

<당신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인간의 한계를 되짚어보고, 틀린 인식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주목한 책이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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