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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21. 2016

일생에 한번쯤은 맘껏 달려보자, 캐서린 오프로드

                           

여행에는 각각의 형태에 따라 각양각색의 즐거움과 고충이 따른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의 경우 일정에 자유가 있는 대신 안전에 대한 불안이 있고, 단체로 떠나는 여행은 비교적 안전은 보장되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도, 자동차로 다니는 여행도, 배를 타는 여행도 각각 그 수단에 따른 장단점이 있다. 

그중 오프로드Off-road 여행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여행 방식이다. 비포장도로를 자동차로 몇 시간씩 달리는 오프로드 여행은 한마디로 고행과 여행 중간쯤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를 완벽하게 즐기겠다는 결심 없이는 무척 힘겹다. 또한 몸이 힘든 가운데 음식조차도 알아서 해결해야 하기에 그 어떤 여행보다 스스로 준비하고 책임져야 하는 범위가 넓다.


보통 오프로드 여행을 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캠핑요리처럼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대부분 칼로리가 높고 기름기가 많은 패스트푸드나 레토르트 식품이다. 처음에는 맛이 괜찮지만 몇 끼니를 연속해서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이런 순간이 오면 신선한 과일의 달콤함과 채소의 상큼함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거기에 기온까지 45도 내외를 웃도는 숨 막히는 더위 안에서라면 신선한 음식에 대한 열망은 커질 대로 커진다. 

캐서린Katherine 오프로드 여행이 그랬다. 온도는 높았고 기름진 음식은 냄새만 맡아도 멀미를 불러왔다. 며칠 뒤면 끝날 여행이었지만 그동안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난 데다가 음식마저 맞지 않아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고행이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핸들을 틀어 근처 마을로 차를 몰았다. 마을에 있는 마트에 도착한 뒤,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청과물 코너였다. 여러 가지 야채가 섞인 샐러드 박스, 방울토마토, 아보카도, 블루베리, 딸기를 집어 들었다. 신선한 브리 치즈와 비스킷, 살라미 약간과 올리브, 반건조 토마토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고된 길 오느라 수고한 나를 위한 선물로 갈증을 해소해줄 스파클링 와인도 담았다.


숙소로 돌아와 먼지로 뒤덮인 몸을 씻기 위해 바로 샤워를 했다. 낮의 뜨거운 열기로 미지근한 물이 흘러나왔지만, 상쾌한 샤워가 끝난 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을 생각에 절로 콧노래가 났다. 간절하게 기대했던 저녁 시간, 채소와 과일은 신선하게 먹을 수 있도록 씻어만 두고, 아보카도는 갈아서 브리 치즈와 함께 비스킷 위에 얹은 뒤, 스파클링 와인을 선이 아름답게 잘 빠진 와인 잔에 따르니 그 누구의 식탁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그날의 식사는 진정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살이 타들어 갈 것처럼 더운 날이면 그날의 풍성했던 식사를 떠올린다. 꾹꾹 참아 왔던 더위와 갈증을 한 번에 날려주었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기분 좋은 아삭거림을 말이다. 

about: Off-road driving in Australia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아름다운 자연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호주는 오프로드 여행을 하기에 적합하다. 호주의 붉은 오지, 아웃백을 차를 타고 통과하고, 산맥 사이의 협곡을 건너, 푸른 바다 앞의 백사장을 따라 달리며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오프로드 여행을 할 때는 모래, 바위, 자갈, 눈 등 여러 지형을 다니기에 안전을 위해서는 까다롭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차량 픽업 시 믿을 수 있는 업체인지, 정비가 잘된 차량인지, 보험 규정은 어떤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오프로드라는 말 그대로 도로가 아닌 곳으로 다니는 여행이기에 여행 중 차량에 문제가 생기는 빈도도 높을 뿐더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정비소를 찾을 수도 없다. 특히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와 노던테리토리에는 주유소도 많지 않으니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여분의 기름을 준비하자.


글 : 앨리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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