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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24. 2016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봐야 할,바이런 베이 스카이다이빙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20대 중반, 항상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하던 내가 새로운 시작을 위해 휴식을 가졌을 때였다. 돌아갈 곳이 있을 때 떠나는 일이 더 즐거운 것처럼, 바쁜 일과 속 잠깐의 휴식이 더 달콤한 법. 휴식이라는 명목하에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되는 것을 겪다 보니 매일매일 조금씩 더 어둡고 불안해졌다.

그 당시 내게 필요한 건 빠른 결단과 행동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어떨지, 지금의 결심이 내게 시련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될지 알 수 없던 그때,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은 오히려 생각의 끈을 빨리 놓게 해주었다. 나는 그저 몸을 움직여보기로 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굳건한 결심을 자축하기 위해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봐야 할 레포츠라고, 평생을 살며 몇 번을 해보겠느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아드레날린이 혈관 곳곳까지 뿜어지는 짜릿함의 대명사라고 하니 분명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내게 무지無知보다 더 큰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장 바이런 베이Byron Bay로 향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전에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참 동안 몇 페이지나 되는 규정을 읽었지만, 결론은 다쳐도 내 잘못, 죽어도 내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이 무슨 섬뜩한 내용인지. 어찌 되었든 이제 와서 돌아가긴 뭣하고 다른 사람들도 다 하니까 나도 태연한 척 서명을 했지만, 저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긴장감에 두 손은 땀으로 흠뻑 젖고 말았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뒤돌아보니, 나보다 작고 마른 남자 강사가 나의 파트너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신나는 표정을 하고. 문득 걱정이 되었다. 이 말라깽이 친구가 나를 잘 보살펴줄 수 있을까, 착지할 때 내 무게에 눌려 괜히 서로 다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오히려 이 남자를 구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수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내 발은 이미 그를 따라 경비행기로 이동하고 있었다. 

혹시 경비행기를 타본 적 있는가? 기껏해야 20명이 정원인 경비행기는 땅에서 멀어지는 순간부터 극심한 멀미를 유발한다. 방향 전환을 위해 핸들을 돌리는 순간은 공포에 가깝다. 스카이다이빙은 상공 14,000피트약 4.3킬로미터에서 하는데, 1,000피트마다 알람시계처럼 나를 툭툭 치며 빅 스마일을 보내는 강사가 내 눈엔 마치 조커 같았다. 한 번만 더 나를 툭 치면 한 대 퍽 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비행기는 하늘로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심장박동은 점점 빨라져 갔다.


마침내 비행기 문이 열렸을 땐, 엄청나게 불어오는 바람에 기가 눌려 문 앞으로 다가가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마치 아기띠에 매어진 아기처럼 나와 연결된 강사가 뒤에서 슬금슬금 나를 밀어냈다. 이건 뭐, 차마 못하겠다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강사는 드디어 나를 밖으로 완전히 밀어내고 자신은 비행기 문에 털썩 걸터앉았다. 나는 14,000피트 상공에 그야말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나의 연결고리는 안전벨트 하나였다. 심장이 터질 듯 빠른 속도로 혈관이 수축하는 그 순간.

스카이다이빙!

엄청난 속도로 자유낙하 하는 내 얼굴을 거센 바람이 강타했다. 순간 터질 듯 펌프질하던 심장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며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 순간이 영원히 이어질까, 생각하는 찰나 '촤라락' 하고 낙하산이 펼쳐지는 소리에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아, 이제는 살았구나.'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던 정신이 이제 겨우 돌아왔는데, 강사가 내게 덜컥 낙하산을 맡긴다.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일단 몸이 먼저 움직여 낙하산 줄을 잡았다. 낙하산은 한 손에 힘이 들어가면 반대쪽으로 롤러코스터를 탄다. 밸런스를 맞추려 반대쪽에 힘을 주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롤러코스터. 그 어떤 놀이기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릴이었다. 결국 강사가 다시 낙하산 줄을 가져가 안전하게 착지했다. 우리를 연결한 안전벨트를 분리하던 강사가 씨익 웃으며 "기분이 어때?" 하고 물었다.

"나, 오늘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죽다 살아난 것 같다고. 와우, 정말 미친 듯이 긴장되는 순간이었어. 오늘이 내 새로운 생일이야. Happy birthday to me!"       


about: Skydiving
스카이다이빙은 호주에서 꼭 해봐야 할 레포츠 중 하나로 멜버른, 시드니, 바이런 베이, 골드코스트, 브리즈번, 케언스 등 다양한 지역에서 가능하다. 기본 높이 9,000ft약 2.7km에서부터 최고 높이 14,000ft약 4.3km까지 원하는 높이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지역마다 착지하는 곳이 공원인지 해변인지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일정에 맞는 지역과 가격,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날씨에 따라 불가피하게 취소해야 할 수도 있으니 환불 여부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사진과 비디오 촬영도 옵션이니 잘 살펴보자. 성인이어야만 할 수 있으며, 몸무게가 110kg이 넘을 경우에는 참가가 불가능하다. 


글 : 칼럼니스트 앨리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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