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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27. 2016

아는 만큼 지킨다! 2016 올해의 환경책

환경정의, <미싱 애니멀> 등 올해의 환경책 12 종 발표

                  

오케스트라 연주자 72명이 드보르자크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곡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바이올린 연주자 한 명이 조용히 일어나 악기를 챙겨 무대를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잠시 후 또 다른 연주자가 마찬가지로 악기를 챙겨 무대를 떠났습니다. 연주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악기와 연주자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줄임) 우리 생태계는 젠가 게임의 끝처럼 굉음을 내며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악기들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연주가 계속되는 것처럼 조용하게 끝을 향해 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 쓴 책 <생각의 탐험>(움직이는서재/ 2016년)의 한 대목이다. 생태계 연주의 마지막을 목격하는 인간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연주가 끝나기 전에 사라지는 악기 가운데, ‘인간’이 포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악기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그것이 환경의 경고임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만 참혹한 마지막을 맞지 않을 수 있다. 환경의 경고를 알아차리고 우리의 숙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 먼저 고민하고 연구한 사람들의 책을 통해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해 정의롭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정의를 실현하는 시민단체 '환경정의'(이사장 김일중)에서는 10월 20일 '2016 올해의 환경책'을 선정 발표했다.(기사 하단 책 목록 참조) 열두 권의 '올해의 환경책' 가운데 조금 더 주목할 만한 책 네 권을 한번 들여다보자.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환경의 소리 없는 경고가 조용히 들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 초고층 빌딩과 사라지는 동물들 <미싱 애니멀>

화려한 장식의 초고층 빌딩. 아름다운 갈기털을 자랑하는 사자 한 마리가 서 있고, 그의 등에는 어린 인간 소녀가 올라타 있다. 사자의 이름은 바바리사자. 1942년 이후 야생에서 멸종한 사자다. <미싱 애니멀>(장노아/ 이야기나무/ 2016년)은 인간의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초고층 빌딩과, 이미 지구에서 사라졌거나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있는 동물을 한 폭의 그림 안에서 보여준다. 경제성장과 개발에 눈이 먼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물을 향한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그림 속에 강렬한 대비와 무시무시한 경고가 함께 담겨 있다.

가치 없고 유해한 동물로 여겨져 대량학살을 당했던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의 멸종 이야기가 과거에 사라진 동물의 운명에 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도 언젠가 쓸모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공동체 밖으로 내동댕이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가치는 저울에 달 수도 없고 바코드를 찍어 계산할 수도 없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너나없이 동등하고 귀하기에 값어치를 따져서는 안 된다. 정말 그래서는 안 된다. - <미싱 애니멀> 중에서

존재의 순환을 관찰한 생물학자의 기록 <생명에서 생명으로>

생물들의 흥미로운 활동을 독창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책 <생명에서 생명으로>(베른트 하인리히/ 궁리출판사/ 2015년). 자연 속 동물과 식물이 죽고 난 이후 벌어지는 삶의 일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인류가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서 자신의 변신을, 나아가 다른 생명의 변신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간이 자연 생태계 안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2013년 미국 펜(PEN)클럽 논픽션상을 수상한 책으로, 2016년 환경부 선정 우수환경도서, 2016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우리는 먼지에서 오지 않았고, 먼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우리는 생명에서 왔고, 우리 자신이 곧 다른 생명으로 통하는 통로이다. 우리는 비할 데 없이 멋진 식물과 동물에서 왔고, 나중에 그것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우리가 내놓는 쓰레기는 딱정벌레와 풀과 나무로 재순환되고, 그것이 또 벌과 나비로, 딱새와 되새와 매로 재순환되었다가, 다시 풀로 돌아오고, 이윽고 사슴과 소와 염소와 인간으로 되돌아온다. - <생명에서 생명으로> 중에서

미국의 뿌리는 어떻게 뽑혔는가 <소농, 문명의 뿌리>

한때 대학 교수였다가 농부이자 철학자이자 시인이자 소설가가 된 웬델 베리는 ‘미국 보수 사상의 은사’로 불린다. 사상적·문화적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 했던 웬델 베리가 보존하고 싶어하는 것은 ‘농적 가치’. 그의 책 <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 2016년)는 농적 가치와 그 구현자인 소농의 존재는 지금 이곳에서 실현되어야 할 가치와 역사적 주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월리스 스테그너는 “지난 10년간 출간된 책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저서다. 인간과 땅의 건강한 관계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본서는 가장 혁명적이다.”라고 이 책을 추천했다.

궁극적으로, 다른 피조물들을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자신을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는 다른 피조물들을 존중하고 돌보는 것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존중하고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가 땅을 돌보는 것 이상으로 또는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길은 없다. - <소농, 문명의 뿌리> 중에서

대안은 있다 원전을 닫아라 <원전, 죽음의 유혹>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은 환경문제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쪽에서는 원전을 닫고 탈핵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졌지만, '어쩔 수 없다'는 현실적 반론 또한 여전하다. <원전, 죽음의 유혹>(가 스미스/ 꿈꿀자유/ 2016년)은 '대안 없이 비판하지 말라'는 원전 옹호론자들에게 건네는 반론이다. 왜 원전이 '죽음의 유혹'인지 14가지 이유를 들어 차근차근 설명하고, 세계 원전에서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고한다. 동시에 원전을 포기했을 때 어떤 대안이 있는지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후 수주 만에 메르켈은 독일 내 17개 원자로를 모두 신속하게 해체시킨다는 급진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법에 힘입어 녹색 독일을 만들겠다는 메르켈의 비전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줄임) 2011년 현재 재생에너지는 국가 에너지 수요의 20퍼센트를 공급한다. (줄임) 2011년 독일은 전 세계 녹색기술 시장의 16퍼센트를 점유했으며 국내적으로 그전 10년간에 비해 '그린 컬러' 일자리가 30만개 증가했다. - <원전, 죽음의 유혹> 중에서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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