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미국 세인트 마틴(St. Martin’s Press) 출판사의 간판 소설가인 알리사 팔롬보(Alyssa Palombo)가 신작을 들고 내년 봄에 독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팔롬보는 2015년에 발표한 전작 <베니스의 바이올리니스트>(The Violinist of Venice)에서 실제 있었던, 성직자이자 음악가였던 안토니오 비발디와 어느 베니스의 부유한 집안의 소녀와의 금지된 사랑을 흥미롭고 완성도 높게 그린 바 있다.
팔롬보는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상상력으로 역사 속 인물들의 갈등과 욕망을 그려내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전작 <베니스의 바이올리니스트>는 6개 나라에 번역-출간되었다.
이번 신작 <피렌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THE MOST BEAUTIFUL WOMAN IN FLORENCE)은 당시 기록으로 존재했던 15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 보티첼리의 예술과 사랑을 팩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15 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뛰어난 미인이었던 시모네타는 젊고 예의 바른 청년이자 당시 피렌체를 지배하던 강력한 메디치 가문의 측근이었던 마르코 베스푸치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나 시모네타는 이미 피렌체의 젊고 촉망 받는 여러 정치인, 시인, 화가, 철학자들과 염문을 뿌리던 사교계의 여왕이었다. 그녀의 미모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각과 지식은 그녀를 더욱 매력적인 여성으로 만들어 피렌체의 수많은 남성들을 매료시켰다.
어느 날, 시모네타는 사교 모임을 위해 메디치 가의 저택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묵묵히 그림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젊은 화가를 만나게 된다. 피렌체 최고의 미녀를 몰라 보는 그 화가에 화가 난 시모네타는 그를 도발해보지만, 오히려 그 화가가 그린 그림에 시모네타는 매료되고 만다. 이 화가가 바로 15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였다.
시모네타는 보티첼리에게 모든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보티첼리 또한 피렌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모네타에게 자신의 작품의 모델이 되어줄 것을 청하고 그녀는 기꺼이 그를 위해 포즈를 취한다.
이미 결혼한 귀부인이었던 시모네타는 가정에서, 그리고 피렌체의 사회와 정치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 나가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보티첼리와 뜨거운 밀애를 나누는 아슬아슬한 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보티첼리는 자신의 불후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에서 시모네타를 비너스의 현신으로 녹여내며 그녀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표출한다.
이 강렬하고 위험한 역사 스캔들을 다룬 소설 <피렌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로맨스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상류층의 문화와 당시 유행하던 문학, 예술사조 등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 팔롬보는 '비너스의 탄생'이 정말로 완성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의 여신, 비너스(아프로디테)의 은근하고 수줍은 모습과 완벽한 10등신에 가까운 신체의 비율은 모두 모델이었던 시모네타와 그를 열렬히 연모했던 보티첼리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한 결과물이었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