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멘탈 만들기
고등학교 시절 시험지만 받아들면 너무 긴장해 얼굴이 벌게지고 손이 달달 떨리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죠. 그 친구는 늘 시험만 끝나면 "오늘 시험도 또 망쳤어!"라고 버릇처럼 중얼거리곤 했어요. '시험 울렁증'에 걸린 거죠. 사실 시험 울렁증은 많은 학생이 갖고 있어요. 그런데 이 울렁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요. 그것은 바로 '미리 바라보기'입니다.
골비처 교수가 어느 날 실험을 했어요. 그는 수학 시험지를 갖고 시험장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엄포를 놓았지요.
"오늘 치는 시험은 아주 어려워요. 많은 집중력과 사고력이 필요하죠."
그 말을 듣고 학생들은 굉장히 불안해졌어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교수는 시험장 안에 있는 컴퓨터 스크린에서 시끄러운 동영상 광고까지 틀어놓았지요. 집중력을 흐트려 놓는 소음까지 겹치니 학생들은 더 불안해졌어요. 그런 다음 교수는 학생들을 강의실 오른편과 왼편으로 갈라놓고 오른편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시험을 치르면서 동영상 광고가 거슬리면 '수학문제에만 집중해야지' 하고 생각해보세요."
동영상으로 인한 불안해진 마음을 외면하고 목표에만 집중하라는 얘기였지요. 그런데 왼편 학생들에게는 다르게 말했어요.
"시험문제를 풀면서 동영상 광고가 거슬리면 ‘그냥 무시하면 되지’ 하고 생각해보세요."
불안한 마음이라는 장애물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 해결책까지 미리 생각해보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렇다면 불안을 억누른 오른편 학생들과, 장애물에 대한 해결책까지 미리 생각해둔 왼편 학생들 중에 과연 어느 편 학생들이 문제를 더 많이 풀었을까요? 결과는 이랬어요.
오른편 학생들 : 수학에만 집중해야지.
→ 54문제를 풀었다.
왼편 학생들 : 광고가 나오면 그냥 무시하면 되지.
→ 78문제를 풀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의지로 극복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때가 있어요. 억누를수록 더욱 거세게 일어나는 생각의 속성 때문이죠. 그럴 때는 덮어버리려거나 저항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게 훨씬 나아요. 앞으로 시험을 앞두고 울렁증이 생긴다면 조용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만일 시험을 칠 때 불안한 마음이 생기면, 그럼 무시하면 되지 뭐!"
이렇게 미래에 생길 수 있는 불안한 마음을 미리 바라보면 설사 불안한 마음이 닥치더라도 금방 다스릴 수 있어요. 그리고 이것을 바로 골비처 교수가 개발해낸 ‘걸림돌 자동 제거 장치 if-then(만일 ~하면, 그럼 ~하면 되지 뭐)’공식이에요.
알코올 중독자들은 '난 앞으로 절대 술 안 마시겠어!' 하고 아무리 결심해도 막상 술을 보는 순간 그 결심이 온데간데없이 증발해버린다고 해요. 음주 욕구가 잠재의식에 깊이 각인돼 있으니 의지만으로 눌러버리기 어려운 거지요. 따라서 마음속으로 잠재의식에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if-then' 공식을 사용해서요.
"만약 술을 마시고 싶으면, 껌을 씹으면 되지 뭐.(혹은 물을 마시면 되지 뭐.)"
이렇게 해결책까지 미리 상상해두면 설사 술자리에 앉아 있더라도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아요.
외팅겐과 골비처 교수는 독일 고등학교 5학년 여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수학시험을 치도록 해보았어요. 객관식 14문제를 푸는 거였는데 시험을 치기 전 A, B 두 그룹에게 똑같이 다음과 같은 지시사항을 읽고 외우도록 했습니다.
"나는 최대한 많은 문제를 침착하게 풀 것이다!"
그런 다음 B그룹에게만 따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가로 암기하도록 했어요.
"만일 어려운 문제와 마주치면 ‘난 풀 수 있어’ 하고 다짐해야지!"
목표를 실행해가는 과정에서 풀기 어려운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그 장애물에 대한 마음가짐까지 상상해두라는 말이었어요. 그럼 어떤 그룹이 더 많은 문제를 풀었을까요? 난제를 미리 상상한 B그룹이 두 배나 더 많은 문제를 풀었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가로등이 없는 깜깜한 밤길을 떠올려 보세요. 어디가 어딘지, 길에 돌멩이는 없는지 불안하죠?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야광등으로 한번 길을 홱 비춰주고 지나간다고 상상해보세요. 길 위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대충 눈에 들어오겠죠? 바로 그겁니다.
미래의 장애물을 마음속으로 미리 바라보게 되면 실제 장애물이 닥쳐도 무사히 피해갈 수 있게 됩니다. 내 마음에게 장애물을 피해가는 방법을 찾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죠. 내일 배울 내용을 미리 예습하면 학습 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과도 비슷한 이치예요. 장애물과 미리 만나면 내 마음이 장애물을 극복할 방법을 스스로 궁리하게 됩니다.
※ 본 연재는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김상운/ 움직이는서재/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상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