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하는 부모, 상처 받는 아이
용돈 관리는 어릴 때부터 시켜야 한다. 세상살이에 돈처럼 요물이 있을까? 살다 보니 돈때문에 사랑 잃고 가정 파탄 나고 우정 깨지는 일들을 많이 보게 된다. 경제 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켜야 한다. 미리 경제관념을 잘 잡아놓으면 나중에 커서 돈 문제가 빵 터지는 확률이 낮아진다.
먼저 아이들과 용돈 협상을 해야 한다. 액수를 정한 후엔 스스로 관리하게 한다. 돈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다고 쥐꼬리만큼 주고, 줬다 뺐다 해서 아이들의 간장 녹이는 부모가 되면 안 된다. 책임감은커녕 애들 성격 버린다.
큰딸이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는데, 내가 보기에 돈을 예전보다 많이 쓰는 듯했다. 친구들 중에 돈을 펑펑 쓰는 아이가 한 명 있었다. 딸이 어느 날 가불 요청을 했고, 나는 두말없이 빌려주고 다음 달 용돈 주는 날 빌려준 돈을 칼같이 받았다. 그걸 꼭 다 받냐고 내심 불만인 아이에겐 한마디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이자를 안 받는 엄마에게 고맙다고 하렴."
그렇게 몇 달 지나니 애가 거지꼴이 됐다.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하고 다니고 동생들한테 얻어먹기까지 했다.
그러던 딸아이가 어느 날 결심한 듯 말했다.
"엄마, 저 이렇게 안 살래요!"
그 후론 동생들에게 "친구 가려 사귀어라. 쓸데없는 돈 쓰지 마라. 돈빌려 쓰지 마라"고 말하는 잔소리쟁이가 되었다.
경험이 가장 좋은 학습이다. 용돈 관리로 아이가 자신의 경제 활동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돈은 자신의 책임하에 재산이 될 수도 빚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스스로 배우게 하자. 부잣집 남자한테 시집간 친구들, 처음엔 좋다고 갔는데, 경제 개념 없는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는 경우들 여럿 봤다.
세계 최고 부호인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받은 가정교육을 보면 어릴 적 경제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부유한 빌 게이츠의 부모는 "많은 돈은 아이를 창의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 아들에게 절대로 돈을 넉넉히 주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빌 게이츠의 자린고비 부모 덕에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렌 버핏의 부모 또한 아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용돈을 주지 않았다. "많은 유산이 아이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빼앗아 간다"는 신념으로 여섯 살 된 아들에게 20달러를 넣은 통장을 선물한 버핏의 아버지. 그 통장은 70년이 지나 56조로 불어났다. 어릴 적 부모가 가르친 경제교육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동시에 세계 최고의 기부왕인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그들의 부모님이 실천한 경제교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식의 그림자처럼 돈 문제만 터지면 뒷수습하고 다니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제대로 시키자.
※ 본 연재는 <말만 하는 부모, 상처받는 아이>(김은미, 서숙원/ 별글/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은미, 서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