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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03. 2016

[이주민]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제주사람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사진 : 평단 김홍인 선생 / 김형훈 제공


제주라는 땅은 애초엔 유배의 땅이 아니었다. 제주를 유배의 땅으로 여긴 이들은 조선보다 앞선 원나라가 시도를 했다. 그러다 원나라가 망하고 명나라가 들어서면서 원나라 왕족들을 유배 보낸 곳이 또한 제주도였다.

제주도가 본격적으로 유배의 땅이 된 건 조선 건국이후였다. 비록 유배의 땅이 되기는 했으나 이는 제주도가 완전한 조선의 땅으로서의 가치를 입증받았다는 걸 역설적으로 의미한다.

당시 제주에 유배를 왔던 이들은 제주도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제주도라는 땅 자체를 싫어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의 <제주풍토록> 이야기를 일부 읽어보자.

"사람들은 의복과 음식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이 생기기 쉽다. 더욱이 구름과 안개가 항상 어둡게 끼어, 개인 날이 적고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비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니 음습하고 답답하다. 또한 땅에는 벌레가 많다. 지네, 개미, 지렁이 등 여러 꿈틀거리는 것들이 모두 겨울이 지나도록 죽지 않아 견디기 무척 어렵다. 생각해보니 북쪽은 추워서 이런 피해가 적을 것이다."(김정의 <제주풍토록> 중)

유배를 온 이들은 이처럼 제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다들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는 제주에 온 자체를 싫어한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남겨둔 건 역사에서 말하는 사료의 일부와 씨를 흩트려 남겨둔 후손들이다. 제주의 본토 3성보다 다른 성씨가 많은 건 이런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은 '유형'이라는 형벌은 분명 사라졌지만 '자발적 유배'가 많다. 우린 그들을 향해 '이주민'이라고 많이 부른다. 제주도 전체 인구가 6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증가를 불러일으킨 주역들을 대라고 하면 이들 이주민을 빼놓아서는 안 되겠다. 최근 이주민은 유배인과 달리 제주도가 좋아서 온 이들이다.

제주에 정말 푹 빠져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겸이라는 작가이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쓴다. 그는 제주인들이 제주의 속살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를 하면서 다닌다. 우리가 곁에 있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고 지나치는 걸 경계하라는 뜻이다. 그는 제주도 사람만을 위한 '제주도여행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여행학교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고향 제주도를 들여다보라'고 말을 하고 있다. 정말 제주에 사는 이들은 자신이 밟고 지내는 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이들 외에도 숱한 이들이 필자의 수첩에, 머릿속에 들어 있다. 여행업을 하는 이, 변호사가 된 이, 교수, 의사, 큐레이터, ……. 그 뿐만 아니다. 중국인도 제가 만난 범주에 포함이 돼 있다.


영원한 종족은 없다. 종족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있다. 이건 이주민들이 알아야 한다. 먼저 이 땅에 정착한 이들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제주도라는 땅은 숱한 아픔을 안고 있는 곳이다.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도 사람들을 향해 ‘배타적’이라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나, 사회 전반적으로는 제주인을 향해 배타적이라고들 한다. ‘배타’라는 말은 좋은 말은 아니다. 단어 자체에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이 포함됐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단어라고 감히 말해본다.

지금 제주를 향해 들어오는 이들의 숫자는 조선시대와는 사뭇 다르다. 조선시대는 갇혀 있던 제주도라는 사회를 향해 일부의 지식인들만 오던 때였다. 지금은 그와는 달리 다양한 이들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제주도로 온다. 지식의 유입이면서, 새로운 사조의 유입인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조의 유입은 조심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자신들이 가지고 온 것을 무작정 이입만 시키려하면 되질 않는다는 걸 우선 알아야 한다. 제주에 살고 있는 이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우선 알고난 뒤에, 그 바탕 위에 새로운 사고를 입혀야 한다. 그래야 충돌 없이 하나의 문화가 완성될 수 있다.

필자의 조상도 원래 제주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주인이 돼 있다. 이주민도 언젠가는 원주민이 되기 마련이다. 문화는 융화되고, 그를 바탕으로 융성의 길로 나간다. 그러기에 문화는 기존의 문화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이주민과 원주민들간의 충돌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렇다고 그걸 기자의 본색인양 삼아서 취재거리로 삼고 싶지는 않다. 그게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보다 더 가치 있는 기사는 문화의 충돌이 아니라, 문화의 융화를 통한 융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주를 찾는 이들은 계속 늘어난다. 반대로 제주를 찾았다가 다시 고향으로 유턴하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고향으로 유턴하는 이들은 돌아가서 제주의 배타성을 논할 게다. 적응하기 힘든 곳이라고 말을 하겠지.

모든 이들이 만족하는 일이란 없다. 더더욱 서로 다른 문화끼리의 융화는 오랜 시일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지배가 아닌 이상, 서로 다른 문화의 융화는 좀 더 시일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언젠가는 이주민도 원주민이 된다. 그러기에 제주에 오고자 하는 이들은 제주를 먼저 알고 와야 한다. 제주에 먼저 온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어설프게 제주를 알고, ‘제주도가 이렇다’고 말을 해서는 곤란하다. 이주민들은 제주에 대한 공부에 열중하고, 나름대로 역작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다 간혹 왜곡도 저지른다. 그런 왜곡을 볼 때 원주민들은 화가 난다. 그러니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제주에 이주를 꿈꾸시는 분, 이미 이주를 해 오신분들. 제주사랑이 넘치는 것은 좋지만, 더 공부를 하고 말씀을 해주실 것을 권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이주민에서 원주민으로 성공적인 탈바꿈을 하게 된다.

※ 본 연재는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김형훈/ 나무발전소/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칼럼니스트 김형훈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이주민]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제주사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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