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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03. 2016

환상적인 일몰, 그리고 자유, 헨티 모래언덕의 모래썰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태즈메이니아주 스트라한Strahan 여행은 친구들과 그 친구의 친구까지 우르르 떠난 단체 여행이었다. 하나의 섬이자 주州인 태즈메이니아는 유칼립투스 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원시림을 자랑하지만 오랜 기간의 벌목 작업으로 한쪽에서는 황량하게 사막화되고 있는 모래언덕을 만나게 된다. 지인들과 함께 방문한 곳은 그중 하나인 헨티 모래언덕Henty Sand Dune이었다. 벌목 현장을 실제로 보고 있자니 가슴 한편이 쓰라렸지만 오늘의 목적은 짜릿함이므로 우울함은 잠시 접어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단체 여행에는 친목도모를 위한 여러 가지 게임이 빠질 수 없다. 그중에서도 상품이 걸려 있는 내기라면 더더욱 치열하기 마련이다. 그날 우리의 첫 번째 미션은 모래썰매였다. ‘누가 가장 여러 번 타는가’, ‘누가 가장 망가지는가’에 상품이 하나씩 걸려 있었다. 아, 혹시 모래썰매라고 해서 한국의 눈썰매와 비슷할 거라 예상한다면, 반은 Yes, 반은 No!

헨티 모래언덕의 모래썰매장은 인간의 손때가 전혀 묻지 않은 곳이다. 모래썰매를 타려면 먼저 모래언덕의 가파른 경사를 찾은 뒤 준비된 널빤지에 살짝 왁스칠을 하고, 푹푹 파이는 모래를 밟으며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그다음 꼭대기의 경사면, 모서리에 앉아 널빤지를 대고 과감하게 슬라이딩을 시도하면 된다.


반쯤 내려오다 뒤집히는 사람, 반도 못 내려와 구르는 사람, 몇 번을 중간에 멈췄다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사람까지 모래썰매를 타는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순식간이지만 그 모래언덕을 다시 밟고 올라가는 건 굉장한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내기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누구랄 것도 없이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모래언덕을 올랐다. 

그날의 승자는 총 12번 슬라이딩 한 S양의 차지. 몸이 가벼우니 가능한 것이라며, 고작 4번의 시도 후 썰매 타기를 포기한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다. 가장 망가진 사람에게 주는 상품이라도 바랐으나 결국 그마저도 배를 훌러덩 내보이며 뒤집어진 M군의 차지였다. 내게 남은 건 깔깔거리며 웃은 시간뿐이었다. 

모래썰매를 정리하고 돌아서니, 우리를 더욱 흥분시키는 사륜구동 오토바이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상품이 걸려 있었기에 우승을 다짐하며 운전석에 폴짝 올라탔다. 자나 깨나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므로 헬멧을 쓰고 안전 교육과 간단한 운전 연습까지 팀원 모두가 합격점을 받은 뒤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우승 욕심에 안달이 난 나는 출발 소리를 듣자마자 첫 번째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핸들을 꽉 잡고 페달을 세게 밟았다. 제트스키처럼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진 않았지만, 오프로드를 달리는 쿵쾅거림이 새로웠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만들어진 완만하면서도 가파른 모래언덕을 달리는 것도 나름의 재미와 스릴이 있었다. 무엇보다 유쾌한 사람들과 함께 스피드를 즐기며 웃고 떠드는 시간은 온몸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자잘한 스트레스까지 모두 날려주었다.


about: Henty Sand Dune
헨티 모래언덕은 태즈메이니아의 가장 큰 모래지역으로 모래언덕의 높이는 30m에 달하고 서쪽 해안에 15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스트라한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다. 호주에는 꼭 태즈메이니아가 아니라도 모래언덕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160km떨어진 포트 스티븐스Port Stephens에서도 사륜구동 차를 타고 모래언덕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모래썰매를 타는 ‘샌드 듄 어드벤처Sand Dune Adventures’에 참가할 수 있다. 광활히 펼쳐진 모래언덕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해보자. 


글 : 칼럼니스트 앨리스 리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환상적인 일몰, 그리고 자유, 헨티 모래언덕의 모래썰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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