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Nov 17. 2016

[월정리] ‘그리스’같은 제주가 과연 제주일까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제주도는 제주도다워야 한다. 그건 다른 말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광이거나 풍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제주도다운 건 뭘까. 그건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알게 된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이들은 제주도에 발을 딛는 순간 제주도와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를 알게 된다.


제주도는 늘 '개발중'이다. 해안을 가도, 중산간을 가도, 심지어는 한라산 중턱에도 공사용 차량들이 오고 간다. 즐거워할 일이 아니냐고 묻는 이에겐 솔직히 해 줄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건 제주도다운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답지 않은 일은 곳곳에 일어난다. 특히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풍광은 '이건 아니다'는 느낌이다. 혹자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월정리는 10년 후 완전 개발될 제주도의 예고편에 다름 아니다.


월정리는 카페촌이다. 그다지 취급 받지 못하던 이곳은 카페를 하려는 이들로 북적대고, 덩달아 부동산도 흔들린다. 여기 사람들에겐 상상도 하지 못할 가격이 매겨진다. 들리는 얘기로는 평당 1,000만원까지 한다니, 제주도 사람에겐 '혹' 할 일이다.



월정리는 제주도답지 않다. 그건 필자만의 느낌일까. 중학생인 딸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 같으니" 


되돌아온 답은 "그리스"였다.


딸은 해외라곤 나간 적이 없다. 물론 그리스는 더더욱 모른다. 그런 애가 아빠의 질문에 1초의 여유도 없이 그리스라고 할 정도이면 월정리는 이미 제주도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뜻이다.


개발은 늘 있다. 도로를 만들거나 땅을 정리하는 일도, 건축물을 올리는 일도 개발이다. 우리는 지금 개발 현장을 보고 있다. 개발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궁금하다. 서로 다른 견해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월정리는 제주도 최대의 해안사구가 발달한 곳이었는지는 알고 있는지.


사구는 즉, 모래언덕이다. 광활한 모래언덕은 해안선과 모래언덕 너머의 농경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월정리 모래언덕은 해안도로로 1차 파괴를 당한 데 이어, 계속 증가하는 건물로 2차 파괴를 당하고 있다.


모래언덕은 자연스레 만들어진 극도의 자연현상이다. 그게 하루아침에 파괴됐으니,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월정리 현상을 너무 낭만적으로 바라볼 일만은 아니다.



※ 본 연재는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김형훈/ 나무발전소/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월정리] ‘그리스’같은 제주가 과연 제주일까]의 일부입니다.  
전문보기



글 : 칼럼니스트 김형훈


매거진의 이전글 창신여인숙 2층 끝방, 카뮈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