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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21. 2016

상상과 질문은 모든 새로운 것의 시작!

사이언스 하우스

      

※ 본 연재는 12월 7일 출간 예정인 <사이언스 빌리지>(동아시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 편집자 말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이었습니다. 상급학교 진학준비로 학원에서 선행학습 문제집을 숙제로 내준 모양입니다. 인상을 쓰며 끙끙대기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했습니다.


"헐~쪽지시험 때문에 외우기도 바빠요. 이거 완전 핵노잼~ 질문할 시간도 없네요."


이때부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마치 다른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 느낌이었습니다.


상위 1%에 드는 것이 성공이고 삶에 대한 철학은 중요하지 않은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성공은 돈과 미래를 보장하고, 아이들은 꿈과 청춘을 경제적 가치와 교환합니다. 돈을 버는데 '질문'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은 필요 없어진 모양입니다. 성공의 관문처럼 되어버린 명문대 진학을 위해 외우고 풀어야 할 문제들로 잘 시간조차 모자란데, 시험에 나오지 않는 질문은 의미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호기심은 '질문'을 만들고, 타인과의 소통과 상상을 통해 답을 찾으며, 이를 통한 성취감과 즐거움은 인류를 지금처럼 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의 질문을 막았고 아이들도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게 되더군요.


어느 날 책을 쓰겠다 마음먹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꿈과 청춘을 성공과 맞바꿔 달리는 지금, 언젠가 제 아이도 질문을 완전히 멈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과학에 몸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청춘들에게 ‘질문’을 멈추지 말라 전하고 싶었습니다.


과학이라는 주제 아래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에 질문을 던질까 고민했습니다. 알려주고픈 것도 많았고, 동시에 제 지식의 한계도 느꼈습니다. 주변에서 과학을 쉽게 전달할 수는 없냐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이 깊이 있게 과학 대중화를 위하여 좋은 책에 힘쓰는 와중에 제가 과학적 사실 하나를 더 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생각했습니다.


'과학도 교양'이 화두입니다. 유행처럼 번진 인문학 열풍은 마치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기 위한 마지막 희망인 냥 여깁니다. 사회 각 시스템에선 인문과 철학의 부재가 오랜 시간 동안 풍화작용으로 균열과 부작용을 초래하는 근본원인이라 여기며, 인문과 철학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듯합니다. 서점에서도 늘 인문학과 철학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합니다. 과학서적은 마치 이과 성향의 소수가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과학의 언어가 익숙한 언어가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더라도 과학자와 과학과 관련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만든 책임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인문학과의 균형을 잃지 말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과학도 교양이다'라는 움직임입니다. 애플의 제품들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균형감의 산물입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인문학적 시각으로 접근을 점점 넓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과학자들이 고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책을 어떻게 써야할지 더 고민스러워졌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과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습니다. 아이는 상급학교로 진학을 했고 학원에서 해방된 아이는 대면한 모든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며 사물을 교과서로 삼았습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균형 사이에서 고민하던 더운 여름날, 강원도 어느 산골학교를 다니는 아들에게서 소식이 왔습니다. 갑작스런 폭우로 새끼 참새 한 마리가 수로에 흠뻑 젖어 힘없이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답니다. 아이가 다가가 손을 뻗자 신기하게도 참새가 손안에 안겼고, 재빨리 수건으로 감싸 기숙사로 데려와 털을 말려 주었다더군요. 한참 돌보다 날이 갠 후 세상으로 보내주었답니다. 아이는 너무도 기쁘고 행복했다 전했습니다.


예전에 아빠가 새의 깃털에는 기름 성분 때문에 물에 잘 젖지 않는다 했지만, 저 상태면 심각하다 판단했고 도움이 필요한 힘없는 작은 생명체는 인간이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더군요.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전한 소식이 혹시나 성적이 오른 것이 아닐까 기대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는 행동으로 제 고민의 답을 주었습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왜’라고 묻고, 상상하며, ‘아!’라는 감탄사를 내뱉는 순간 생기는 희열은 자발적인 탐구를 이끄는 성취의 시작일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 책 <사이언스 빌리지>는 실험도 없고 수식도 풀지 않습니다. 주변의 모든 것은 지구라는 실험실 위에서 45억년 동안 진행한 실험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 작은 원자를 만들어 물리적 운동과 화학결합 현상을 그립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의 원리를 깨우치기 위해 아빠와 아들은 주변의 사소한 현상과 사물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호기심을 더해갑니다. 


문제에 갇히지 않고 책을 따라가며 또 다른 세계에 대해 상상과 공상을 합니다. 상상은 다시 질문을 낳습니다. 우리가 아는 수식과 방정식도 처음에는 어느 과학자의 머릿속 상상의 나래에서 비롯된 것처럼 말입니다. 과학적 사실 역시 중요하지만, 과학적 사고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성할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합니다. 상상은 모든 새로운 것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주는 마법입니다.


이 책은 과학교과서처럼 물리는 ‘힘과 운동’, 화학은 ‘원소 기호’, 생물은 ‘세포’로 나누어 제일 앞장부터 차례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달이 왜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떠있는 지를 궁금했던 옛 과학자 같이 주변 사물을 분야의 경계 없이 바라보려 했습니다.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어느 한 분야로만 설명이 되지 않고 사슬처럼 촘촘히 연결된, 스스로 해답을 얻기에 충분한 실험실입니다. 마지막 답은 스스로 찾도록 남겨두려 합니다. 과학은 어떤 사실을 설명할 뿐 가치에 대한 정답을 내세우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또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그 속에서 자신은 누구이고 인간은 어떤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작은 참새를 왜 구해야 하는지, 그것이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위 일러스트는 책 속 배경을 가상의 공간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상상과 질문은 모든 새로운 것의 시작!]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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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김병민,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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