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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17. 2016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도시'

도시 곳곳에 숨겨진 인문학 이야기를 담은 책들



우리나라 사람 열 명 중 아홉 명은 도시에 산다. 국토교통부의 ‘2015 도시계획현황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약 5153만 명 중 91.79%에 해당하는 약 4730만 명이 도시 지역에 살고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라는 노래 가사가 무색해지는 통계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건물, 길, 사람. 매일같이 보는 흔한 풍경들도 시선을 달리 해서 보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실용’으로 무장한 도시의 차가운 얼굴에 ‘인문’이란 시선을 보내보자. 도시의 공간과 사람의 마음, 이웃과 함께 도시의 주인이 되는 법, 도시 속 도시의 역사, 아침저녁 출퇴근길의 색다른 의미 등 도시 곳곳에 숨겨진 인문학적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소개한다.


마음을 지배하는 비밀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도시를 가득 채운 건물들. 건축은 공간을 짓는 것이다. 집과 일터, 도시와 자연은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쳐왔을까?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콜린 엘러드/ 더퀘스트/ 2016년)는 인간이 건축을 통해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으며, 또한 공간은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간의 다양한 정서를 중심으로 설명한 책이다. '신경건축학자'이자 도시현실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인지신경과학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우리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할 가능성이 인류에게 주어졌으며, 이런 가능성은 바로 인간의 정서와 감정 영역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기술을 향한 나의 열망, 그리고 기술이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변화시킬 가능성에는 우리가 기술을 남용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인지신경과학에 관한 이해가 깊어진 동시에 현장에서 개인의 행동에 관한 정보를 즉각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뇌에 접속해서 우리와 우리가 건설한 세계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런 가능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 영역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많은 행동을 설명해 준다고 밝혀진 정서와 감정 영역이다. -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중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 <도시의 발견>


도시에 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역설적으로 도시를 떠나는 사람도 많아진다. 행복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 ‘좋은’ 도시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도시의 발견>(정석/ 메디치미디어/ 2016년)을 쓴 도시설계 전문가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라는 질문에 간단하게 답한다. ‘좋은 도시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민이 사는 곳, 튀는 시민이 만드는 곳’이라고. 이 책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에게 건네는, 시민에게 필요한 도시학개론이다. 저자가 20여 년간 도시 연구를 통해 쌓아온 도시 DIY의 노하우와 도시 철학을 담았다.


"진보적 도시란 가난한 사람까지 자가용을 타는 곳이 아니라 부유한 사람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곳이다." 이 말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이용을 우월하게 여기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또 좋은 도시에 대한 페날로사 시장의 철학에도 귀 기울여보자. "고속도로가 많이 놓인 도시가 위대한 도시가 아니다. 도시 어디에서든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진정 위대한 도시다." - <도시의 발견> 중에서


대한민국 심장 도시의 탄생 <강남의 탄생>


'특별시' 서울의 '특별구' 강남.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없던 이 땅은 지금 개발과 성장, 그리고 부(富)와 욕망의 상징이 됐다. 강남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도시의 역사다. <강남의 탄생>(한종수, 강희용/ 미지북스/ 2016년)은 한강 이남의 미개발 불모지였던 강남이 우리나라와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한 책이다. 강남에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했던 꿈틀대는 힘과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들은 새로운 화해의 시대를 예감하며 여유로운 시선으로, 질시와 지탄의 강박을 벗고서 숨 가쁘게 달려온 강남 개발의 역사를 돌아봤다.


1963년 당시 땅     값 수준(지수)을 100이라 했을 때, 1970년 강남구 학동의 땅값은 2,000, 압구정동은 2,500, 신사동은 5,000이 되었다. 7년 만에 각각 20배, 25배, 50배가 오른 것이다. (줄임) 1979년이 되면 아예 단위가 달라졌다. 학동의 땅값 지수는 13만, 압구정동 8만 9,000, 신사동 10만이었다. 이에 따르면, 1963~1979년 16년간 학동의 땅값은 무려 1천 333배, 압구정동은 875배, 신사동의 경우 1천 배가 올랐다. (줄임) 물론 강남의 땅값이 그 전에 워낙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정말 놀라운 지가 상승이었다. - <강남의 탄생> 중에서


당신이 일하러 가며 겪는 일들 <출퇴근의 역사>

나는 오늘도 꼬박 한 시간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부천시-광명시-구로구-동작구-강남구까지, 오는 길에만 세 개 기초자치단체를 거쳐야 하는 '여행'. 저마다 시간과 거리의 차이는 있겠지만 출퇴근은 빼놓을 수 없는 도시의 일상이다. <출퇴근의 역사>(이언 게이틀리/ 책세상/ 2016년)는 '출퇴근'이라는 현상에 주목한 독특한 사회문화사 책이다. 산업혁명과 철도의 발달로 '통근'이라는 현상이 탄생했고, 그것은 다양한 교통수단과 '점심식사' 같은 새로운 의식주 문화로 이어졌다. 출퇴근이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에 변화를 일으켜온 과정을 백과사전처럼 보여준다.


한때 통근은 파격적인 행위였다.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동시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행위였다. 통근의 짧은 역사의 대부분 동안, 사람들은 통근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 통근을 금욕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오히려 열망할 만한 행위로 간주해왔다. 전 지구적 기반에서 보면,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줄임) 이런 변화는 (다른 무엇보다도) 일, 주거, 여가의 패턴을 바꿔놓았고, 심지어 시간 자체의 개념까지도 바꿔놓았다. - <출퇴근의 역사> 중에서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도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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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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