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지 못해 생기는 아픔
일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자,
일은 뒷전이고, 게임에 빠져서 잠을 늦게 자는 날들이 하루 이틀씩 늘어갔다.
새벽 한시, 두시, 세시.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끊임없이 내 답답한 마음의 분풀이가 되어줄 상대를 찾아다녔다.
아무나 걸려라, 게임에서 좀 한다면서 깐죽거리는 유적 있으면 박살을 내고 낄낄거리고
당하면 어떻게 하면 굴욕을 주면서 밟아줄까, 하는 생각에 골몰해서
온갖 방법들을 연구했다.
함께 게임을 하자는데 거기에 들이는 시간도 아까워서
게임 내에서 돈을 빠르게 버는 방법을 연구까지 했었다.
그들과 수준은 맞추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강의를 하기 이틀 전에는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엄한 일본 유저를 상대로 새벽까지 피말리는 pvp 대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GTA 5 였다.
나중에는 싸우다 지쳐서, 좋은 장비를 끌고 와서 입구를 틀어막은다음,
일대일 데스매치 신청이 나오자 도망쳤다.
다음 날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고, 나도 지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실력이 좋기도 했었다.
서로 한마디 말도 안 하고 싸우기만 했었다.
마지막에 승기를 잡고서, 1대 1을 요청하자 나는 재빨리
마지막 승리자가 되어서 도망쳤다.
새벽 두시에 자서 여덟시에 일어나서는 비몽사몽하다가
명상을 하러 갔다 온 다음
출근했다.
거의 반 폐인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걸 알리는 것조차 싫어서
접속조차 비공개로 해 놓았었다.
사람 만나기가 싫었다.
최근 2주, 3주동안 그렇게 지냈다.
최근에는 군것질까지 마구잡이로 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먹는 걸 최대한 줄여서라도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쓰려던 정신은
카페에 11시간동안 앉아서 끝끝내 책을 마무리하던 정신은
자서전을 밤을 새서라도 쓴 다음 출근하는 정신은 어디 갔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