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 있는 위치에 관하여.
책을 한 권도 쓰지 못한지 3주째 되고서, 결국 나는 한강변으로 놀러를 갔다.
생일을 기념해서, 갔다왔다.
가족들의 축하도 있었지만, 생일 당일날에는 가족들이 전부 모일 수는 없어서
그냥 나 홀로 서울로 갔다.
그러면서 새로운 소재도 생겼지만,
나에게 필요한 책이 어떤 것인지, 무슨 책을 써야 하는지를 알았다.
많은 결핍들. 사랑에 대한 많은 결핍들을 놔둔 채, 계속해서
팔기 위한 책들, 개선을 해서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책들만을 썼으니
피폐해질 수 밖에. 감은 떨어지고, 열정이 없으면 할수 없었던 일을
지속할 수 없고, 슬럼프에 빠질 수 밖에.
물론 쓰고 싶은 글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글을 어느정도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거기에서 조금만 더 보태서 , 쓰면 무엇을 쓸 수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했다.
멋지고 화려한 글을 쓰려고 해도, 고통만 따랐던 건,
아직은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고.
지금 써야만 하는 글은 내 마음 안에, 고이고이, 그리고
툭하면 단편으로 튀어나왔던,
그런 글들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남는, 그런 글들의 모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