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노예 1

잔혹동화

by 김케빈

곰이 말했다.


"회사에서 윗 사람 말을 잘 들으면서 착하게 살고 좋은 사람이 되면 언젠가는 빛들 날이 있겠지. 반드시 성공할거야. 그러니까 힘들어도 나이 50될 때까지 아무리 힘들어도 존버하자."


그러자 옆에서 두더지도 말했다.


"곰 말이 맞아. 회사에 충성하는 게 살길이야.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두더지 옆에 있는 개미도 말했다.


"맞아. 맞아. 그것만이 살길이지. 회사에서 묵묵하게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까지 일하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잖아. 인생 왜 이리 쓰냐. 기분 참 더럽다."


베짱이는 길을 지나가다가 말했다.


"야. 그런거 해봐야 다 소용없다. 젊어서 놀아야되. 노는 게 남는거야. 사람 인생 한 번인데 뭐하러 그렇게 지지리 궁상맞게 살고 있냐. 좀 좋은 명품같은 것도 젊을 때, 결혼하기 전에 좀 써보고, 외제차도 타 보고, 그래야 될 거 아냐. 어차피 회사에서 주는 급여 모아봤자 얼마 되지도 않고, 생활비로 빠지는 건 엄청 많잖아? 포기하면 편해. 생각 같은 거 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 회사에서 주는 돈으로 젊을 때는 열심히 놀아. 쾌락에 젖어서 방탕하게 사는 것도 괜찮지. 인생 뭐 있어? 어차피 안 될텐데."


그러자 곰이 말했다.


"너 미쳤어? 그러다가 나이 들어서 가족 생기고 자식 생기면 어떻게 할려고?"


"결혼을 왜 해? 젊을 땐 있잖아. 자고로 즐기는 거야. 젊어서 여행도 다니고, 어, 즐겁게 살아야 나중에 못 해봐서 후회 같은 거 안 할거 아냐. 검소하게 정직하게 살아봤자 뭐,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어차피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사회적 계층이라는 게 어떤 회사에 들어갔는가, 그 순간부터 정해지는데, 어쩌라는 거야? 부자가 된다는 건 있잖아. 다 다른 세상 이야기야. 우리한테는 희망이 없다고. 하고 싶은거? 그거 나중 되도 못할 거야. 분명히. 그러니까 지금 즐기자고. 어차피 열심히 일해봤자 회사라는 데는 나이가 들면 우릴 내쫓는 데라고."


"미, 미쳤어. 너 어떻게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매도할 수가 있어?"


곰의 말에 두더지도 합세했다.


"너 그러다가 상사들이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어차피 걔네들도 노예새끼들이잖아."


"말 조심해. 그래도 돈은 그분들이 준다고."


베짱이는 비웃으면서 말했다.


"그분들? 야. 두더지야. 니가 회사에서 나가면 잘도 그 상사들이 그분들 되겠다. 뒤로는 이간질해서 네놈새끼 생긴것마냥 공 다 가로채가고 있으면서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그분들이 너 챙겨준대? 애초에 잘나신 티라노 '님' 도 낙하산에, 남의 공 움쳐서 상무 달았다는 걸 누가 모를까 크흐흐흐...."


"티라노 님을 모욕하지 마!"


두더지가 베짱이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좆 까는 소리하고 있네. 위선자 새끼. 아주 충신 나셨어? 어? 지 성과 갖다 바치면서 똥꼬나 빠는 자식 주제에 잘도 티라노 '님' 이래. 아내랑 자식까지 갖다 바치면서 진급에 눈이 먼 새끼가 대체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이 병신새끼가. 동료 팔아먹는 새끼 주제에 말 졸라 잘하네."


베짱이의 신랼한 소리에 두더지는 눈이 햐얗게 뒤집어져서 베짱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곰이 막았다.


"아, 안돼! 서로 싸우면 다른 분들한테 혼난단 말이야. 제발 이러지 말고 싸우지 좀 말자. 응?"


곰이 두려움 가득 서린 말투로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으으. 랩터 님이 보면 인사고과에 반영되면 어떻해. 제발 얘들아, 싸우지좀 말자."


곰이 힘으로 두더지와 베짱이를 말렸다.



그러자 힘에 밀린 두더지와 배짱이는 물러났다.


베짱이는 광기어린 웃음을 흘리면서 키득거리면서 웃고 있었고,

두더지는 이를 빠득빠득 갈고 있었다.


베장이는 두더지를 보고 피식 웃더니 내뱉었다.


"저급하고 무능한, 딸랑이 새끼."


"죽여버린다!"


"얘들아. 제발 제발...!"


곰이 절규하듯 말하자 두더지는 괴성을 지르면서 땅을 마구 짓밟고, 벽을 쩍쩍 금이 가도록 후려쳤다.


베짱이는 그런 두더지를 무시하고서는 곰에서 물었다.


"야. 곰. 뭐 하나만 묻자."


"뭐, 뭔데?"


"성실하게 일해봤자 뭐가 남는데?"


"으응? 당연이 성실하게 일해야 되는 게 당연하잖아. 그래야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지. 왜 당연한 걸 물어?"


"그게 왜 당연한 건데? 그런 걸 누가 정했는데?"


"남들이 그렇게 말하잖아. 회사 오래다녀야 한다고. 힘들어도 꾹 참고 다녀야 한다고. 그러잖아. 솔직히 회사 밖으로 나가면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살아. 거지처럼 살다가 비참하게 죽게 되겠지."


"나이 50되서 퇴직금 적으면 몇천, 많으면 1,2 억 들도 치킨집이나 카페 창업하고나서 망해서 거지처럼 살아도 똑같은데."


"그, 그건 사악하고 나쁜 동물들이 순진하고 성실하게 일한 사람들을 등쳐 먹는 거라고."


"세상에 맙소사. 너 정말 제정신으로 말하는 거냐? 너보다 일찍 과장 달은 두더지를 보고서도 그 말이 나와?"


"그, 그래도 과장 달았잖아?"


"내년에 정리해고 대상자인 거는 어떻게 해명할건데? 한 번 들어보자."


"그게 무, 무슨 말이야? 서, 성실하게 일한 나를 회사에서 왜 잘라?"


"옆에 인사과에 참새가 넌지시 말해주던데? 너 1차 정리대상 리스트에 올라가있는 거 봤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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