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 이야기 1

by 김케빈

스크루지가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말이야. 돈에 대한 가짐과 집착을 키워야 해. 다른 사람에게 원래는 내것이 아닌 돈을 받았다면, 그것은 나에게 돌아온 이득이기 때문에 절대로 나에게 손해가 되는 말을 내뱉어서 돈을 빼앗기면 안 되. 사람 따위 중요하지 않아. 돈이 최고야. 돈 빼면 인생에 무슨 낙이 있어?"


스크루지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를 싫어한다. 그의 행동 자체는 그렇게 남의 것을 빼앗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는 돈에 관해서는 궁상맞기 그지없었다.


혹시라도 큰 수익이 들어오면 절대로 입을 열지 않고 꾹 닫고 있었다.

대신 돈을 조금이라도 잃으면 돈을 잃은 것 때문에 미칠 것 같다고 마을 주민들을 붙잡고

돈을 잃었다면서 하루종일 하소연을 했다.


스크루지는 가난했다.

생활비로 나가는 돈은 돈이 없어서 거의 쓰지 못했고, 부모가 도박으로 몇 억을 빚으로 탕진하고, 스크루지의 엄마는 아빠의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정신병동에 입원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일상이었다.


스크루지의 아빠는, 매일같이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 회사에 열심히 다녔지만, 적은 급여는 몽땅 집 대출금과 카드 할부금을 갚는데 몽땅 돈이 나가버렸다. 스크루지는 얼마 전에 자신의 아빠와 재무설계사를 하고 있는 학교 후배라는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게 생각이 났다.


스크루지의 얼굴이 혐오감으로 물들었다. 종잇장처럼 구겨진 얼굴이 되었다.


"은행 대출을 갈아타셔야 합니다. 지금 2금융권에서 내고 있는 이자만 하더라도 연 22% 네요. 그리고 생활비에서도 유흥비 비중이 너무 높아요. 이것들을 다 줄이셔야 합니다."


"나, 나는 그런 큰돈을 다룰 수가 없어요. 그냥 지금처럼 이자 많이 감당하고, 도박하면서 인생 망하게 내비두세요. 나, 나는 꾸, 꿈 같은 거, 것도 다 잃은지 오래라고요. 그, 그저 가난에서 탈출해 사는 삶을 원했는데. 세, 세상이, 내, 내마음대로 도, 돌아가지 않잖아! 왜 이따위인 거야!"


스크루지의 아빠는 재무설계사에게 마약으로 절어 있는 한쪽 눈과, 돌아가 버린 한쪽 입으로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재무설계사는 스크루지의 아빠의 말을 냉정하게 자르며 말했다.


"10% 대의 디딤돌 대출로 갈아타시고요, 도박도 끊으세요. 아들한테 가장 역할을 자꾸 맡기시면서 생활비 뜯어가는 것도 멈추시고요. 당신은 국가에서 빚 탕감을 해준다는 것도 서류 작성하는게 귀찮고 싫어서 안 한다는 인간입니다. 귀찮아서 서류 작성으로 몇 억의 절반의 빚을 탕감해주겠다는데도, 귀찮아, 무서워, 내 재정상황을 국가에게 감시를 받아야 하잖아, 그래서는 자유로운 삶이 안 돼. 하는 인간이지 않습니까."


"세상은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야! 같이 산다는 말 따위는 다 헛소리라고! 사람들은 있잖아, 같이 있으면 뜯어먹고, 뜯어먹히고 데이고,그게 전부란 말이야! 나를 봐! 돈 조금 벌어보겠다고 이것저것 했는데 여전히 가난하잖아! 나는 열심히 회사 생활을 했는데, 그게 죄냐고!"

"시발...! 아빠 말이 다 맞는데 이 세상에서 우리 가족은 피해자인데 왜 그러냐고!"


그의 말에 재무설계사는 피식 하면서 웃었다. 투잡을 뛰는 재무설계사라고 말을 했다.


재무설계사, 베짱이는 말했다.


"아주 지랄 염병을 하시네요. 부자가 쌍으로 피해망상에 젖어서 도박으로 돈 탕진하고 주식으로 대박 좀 쳐보겠다고 하고, 어디 큰 거 한 방없나 하면서 복권 사면서 물 떠놓고, 교회 가서 기복이나 드리는 짓이나 저지르는 저열한 새끼들 주제에 아주 피해망상에 찌들어 병신 소리를 지껄이시네요."


"뭐! 이 새끼가 못하는 말이 없어!"


"못하는 말이라뇨. 당신이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당신네 가족을 얼마나 도탄에 빠뜨렸는데, 못하는 말이 없어, 입니까? 당신은 이렇게 뼈를 분지러뜨리는 말을 진작에 들었어야 했습니다. 당신이 나이가 70이 되면 틀딱이라고 놀려대는 저급한 비속어조차 당신에게 붙이기에는 너무나도 존귀한 호칭이 될만큼 버러지가 되어 있을 겁니다."


신랼하게 내뱉는 재무설계사, 베짱이의 말에 스크루지의 아빠는 입을 꾹 닫았다.


"그래도 돈 들여서 저에게 상담은 요청한 건 칭찬해 드리죠. 하지만 말입니다."


베짱이는 마저 말을 이었다.


그거 아십니까? 여러분 같은 기생충들이 나라를 망치는 겁니다. 당신의 월급은 많지는 않지만 적지는 않았어요. 제가 시키는 대로 했었다면, 당신은 진작에 돈이 없다고 지랄발광에 염벼을 하면서 마을을 떠돌아다니면서 민폐짓을 하지도 않았을 거고, 뜯어먹지도 않았을 테죠. 뭐...돈이 없다가 생기면 졸부나 될 것같은 다 썩다 못해 똥내나는 인성에 불과하지만, 부자 만들어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나한테는 그게 알바가 아니죠."


베짱이가 돌아간 후, 가난하고, 돈에 대한 집착을 심한 스크루지 부자는 베짱이를 열심히 욕하며, 동지의식을 느끼며 술을 마셨다.


"젠장! 솜사탕 놈이 하는 말을 믿는 게 아니었어! 어떻게 저런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새끼를 소개를 해 주면서 부자가 될 수 있고 돈 걱정 안 해도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할 수 있어?"


"아버지! 그러니까 저런 놈들 다 위선자라서 믿으면 안 된다니까요? 분명에 집도 잘 사는 금수저에 고통이라고는 한 번도 안 겪어본 놈들이 좋은 소리 하는 게 분명하다 말했잖아요. 빚도 조금씩 줄어가고 있고, 우리가 몰래몰래 숨겨둔 돈도 이제는 좀 된다고요. 은행님들이 뜯어가는 탓에 괴롭기는 하지만..."


"하아. 맞지. 한 때는 돈도 좀 뿌리고 잘 나가는 신세였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아버지. 오늘 일은 다 잊으시고. 술이나 같이 한잔 하시죠."


스크루지는 술병 하나를 꺼내서 자신의 아버지 앞에 보여주면서 말했다. 발렌타인 12년산 위스키였다. 밖에서는 아버지를 닮아서 짠돌이에 이기적이라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술 좋아하는 그의 아버지의 얼굴이 빙긋, 하고 행복으로 물들었다.




베짱이는 일을 마치고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가 오자 여자 비서가 반갑게 그를 배웅했다.


"다녀오셨어요? 사장님."


"어."


"얼굴이 많이 피곤해보이시네요."


"내가 남들이 기피하는 더럽고 힘든 일을 하니까 그렇지. 그런 건 대부분 더러운 인간의 마음 중 심연을 마주봐야 하는 일이 많아서 말이야."


그의 씁쓸함이 담긴 말에 여비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좋은 일 하시잖아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고, 사장님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쩝.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너같은 천사같은 부하직원을 두게됬는지. 나는 동물전자 비서실에 있을 때 윗사람한테 당당히 욕을 박던 놈이었는데 말이야."


"에이. 그 때는 사장님이 다 필요하니까, 그렇게 하셨겠죠. 퇴근하실 건가요?"


"어어. 가서 쉬어야지. 부동산이랑 주식이야 그걸로 돈 벌기가 나한테는 쉽지만 사업은 영 쉽지 않네. 달님씨 먼저 퇴근해. 나머지는 내가 다 정리하고 갈게."


"어? 오늘은 차 안타고 가시게요?"


"그래. 오늘은 한잔 하고 들어갈 거야. 먼저 가봐."


"그럼 제가 마무리하고 갈게요. 사장님 먼저 퇴근하세요."


"호오. 상사가 퇴근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 그건가?"


베짱이의 말에 달님은 입을 비죽 내밀며 말한다.


"자꾸 그렇게 나쁘게 말하시면 저 삐질거에요. 밖에서는 쩌렁쩌렁한테 누구한테는 싫은소리 하나 못한다고 다 소문냅니다?"


"윽...미안하다 미안하다고."


"아하하! 너무너무 웃기다 사장님!"


베짱이가 찌릿 하고 노려보자 달님은 배시시 웃으면서 슬쩍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럼, 나 먼저 간다."


"네에. 수고하셨습니다."


베짱이가 퇴근하자, 달님은 양복을 입은 채 문을 나서는 베짱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연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다녀오세요."


달님이는 조용히 웃으면서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목소리만, 따뜻함을 담아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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