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 지금이 다른 점은
이전의 인물처럼도 나는 힘이 들지만 쓸 수는 있었고,
이전에는 쓸 수 없었던 인물을 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좀 더 복합적인 인물을 쓸 수가 있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더 어두운 쪽으로. 빛이 밝을수록 어둠이 밝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느끼게 되는 감정은...
캐릭터들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변하지만, 스토리 짜는 작가인 나는
캐릭터들이 실존하는 인물들이라면 맞아죽거나 욕을 뒤지게 먹거나...
그랬을 거 같다는 생각도 좀 많이 들었다.
그런데 캐릭터들이 성숙해나가고 커나가는 모습이
너무 흐뭇해서 그러고 만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수다떨면서 특별한 날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시련 속에서 성장하면서 내면이 커지는 건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니까.
게다가, 캐릭터들에게는 현실에서는 변할 수 없는 사람의 성격, 혹은 잘 변하지 않는 나 혹은 누군가
혹은 기타 등등의 현실. 이런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대리만족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나는 자꾸 못 써도 소설을 쓰게 된다.
완결은 고사하고 원고도 제대로 못 쓰고 스토리도 제대로 못 짰지만,
성격이 밝고 하고 싶은 것 많지만, 정말 그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 하나만큼은
숨기면서 살아가는 캐릭터에게는 시한부 선고가 내려져서 죽는 순간에나
고백하고 싶었던 소원을 실현하게 하고,
남한테 '도와달라'는 말을 할 줄 몰라서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하려 드는 캐릭터에게는
결국에는 혼자서 해결을 할 수 없는 일 앞에 주인공을 밀어넣는다.
혹은 주변에 잘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이것저것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익혀오면서 살아왔지만 정작 특별한 재능은 없어서, 못하면서 낑낑대면서 삽질을 하면서 삶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들지만, 매일같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을 하고서는 자기 자신의 무능함에 자괴감에 빠져있는 캐릭터에게, 반대로 캐릭터의 자격지심을 운이나 장점으로 일깨운다던가.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쓰다 주저앉아도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