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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케빈 May 10. 2022

산더미 뒤, 더 큰 산더미

하루하루가, 불안 속에서  걷는다.  

자기효능감이라, 사회에서  유리된 삶을 살아가는 내가

그런 거창한 것을 찾을 수나 있을까. 


딱히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은 있을지언정

돈을 벌 수는 없는 종류고, 돈으로 바꾸고 싶을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너무 익숙해졌기에 반복하고 싶고,

그건 꿈으로 이루어진, 나만의 안식처, 나만의 탑을 쌓는 일이라서

이 세상 어딘가에 나만을 위해주는 그런 도피처를 원하기에

하는 일이다.


지금은 아침, 늘어져 하루가,  한 세월만큼 늘어져 너무나도 길게 보이는 삶

하루하루가, 산더미같은 할일을 껴안고  침몰하고,

침몰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어제의  일이

빚더미처럼 와르르,  쏟아져내린다.


다이어트.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들.

시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약속.

하루가 끝나면,  그 무엇보다 귀찮지만,

스스로의 고통을 덜기 위해, 마음의 변을 빼내는

명상. 


나에게 안식은 있는 걸까.

20대, 도전을 할  나이에, 나는 너무 한 가지에만 빠져 있었다.

배우고 싶은 게 있었지만,  글쎄,  너무나도  나는 그때 즈음에는

하루하루 생계에 치어서 살았던 거 같다.


30대.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게 너무나도 빨라서, 무섭다.

눈을 뜨고 나면 나는 뒤에 와있다.

하루하루가 뒤로, 뒤로 가는 것만 같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달리면, 조금 덜 뒤로 가 있는 정도. 

어제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게, 세상의 기준에서는

어제보다는 조금 더 쓸모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은,


글쎄....

언제였더라.

한두달 쯤에는 그런 기분을 느꼈던 거 같은데.


이젠 그런 기분이 너무 희미하다. 

희망이라는 녀석이 너무 멀리 있어서 

하루하루가 버티는 삶이다. 


그 희망조차, 실현이 되지 않을 희망일지도 모르고,

그 희망의 실현의 대가가,  홀로 고요한 시간이 버려지고,

거처는 있으나,  방랑의 시간이라는 게,  

한숨이 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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