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였던 사람이 흑화하면 T가 된다?
얼마 전부터 성격 유형이 바뀌었다.
INFP에서 INTP로.
내가 감정도 없고, 메마른 사람이 되어가는 걸 느끼면서
성격이 이렇게 파멸적으로 치닫게 해서는 내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성격유형이 바뀌니까
더럭 겁이 났다.
작가로써의 내가 바라는 소망을 잃게 될까봐 두려웠다.
인터넷의 사람들이 말하길, INFP가 흑화하면 INTP가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대로 INTP였던 사람들이 흑화하면 INFP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찌된 걸까.
나는 나를 쭉 돌아보았다.
어릴 때의 열정적인 모습과 달리, 알게 된 것, 힘들지만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엄청나게 남들에게 기대를 품었던 나는, 사람들이 내가 기대하는 만큼 행동해주지 못한 다는 걸
어느순간 깨달으면서 점점 말수도 줄었고, 마음에 있던 말도, 생각만 했다가
실제로 옮기지는 않는 일이 잦아졌다.
말을 하려다가, 아니다. 굳이 하지 말자.
굳이 내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해서
피곤한 일을 만들지 말자.
그건 귀찮은 일이다.
내 일을 하는 데에도 바쁜데.
에너지를 비축을 해 두고 해 두었다가
내 소설을 쓰기에도 모자란 에너지인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니까
전에는 너무나도 이상적이어서 머리가 뜨거웠다면
지금은 냉기가 흐르는 벽으로 외부로부터 나를 감싼 채
전보다 조금은 냉정하고, 무심하고 괴팍한 사람이 되어 있다.
마음 안에는 드러날세라, 고이 묻어두고 있는 애정결핍을
환상속에서나 가능한일이지, 현실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편하기에.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덤덤하다
성격이 바뀌고, 추천직업에 작가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을때
나는 내 정체성 중 하나를 지지하는 증거를 찾기 위해
겁을 잔뜩 먹어서 인터넷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증거는 있었다.
INFP가 매일 나오던 시절처럼, 나는 작가가 어울린다는 직업추천이
어디에나 보면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뭐, 나는 생존을 위해서 F에서 T를 택했고.
감성적인 유리멘탈(?)인 INFP로 성격을 바꾸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면 족하지 않을까.
어차피, 사람 성격 자체가 16가지 성격유형 이상의 유형을 다 쓰고 있으니.
지금은 그냥 INTP를 많이 쓰는 게 세상에 적응하는데 편하니까
그런게 아닐까, 하고 나를 이해해본다.
솔직히 그 쪽이 편하기도 하고,
성격유형이 바뀌기 전에서도 결과는 INFP면서
성격유형이 바뀌어 나오고 나서도 T에서 F를 보니까
진짜 많이 쓰고 있기는 했었다.
하, 그런데 진짜 감상적이고 낭만이 가득한 부분이
더 식기 전에 조금씩 창작을 해야 하는 건
사실이 되었다.
입맛이 좀 쓰다.
낭만을 쫓던 내가
낭만을 현실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다니.
이런 생각. 털어버려야겠다.
마음이 좁아지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