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려러니 해야지. 힘은 들지만

회사에서 쇼핑몰을 런칭한다고 해서

혼자서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일도 해야 된다, 저 일도 해야 한다

해서 계속 미뤄지던 작업이었다가 하고 있다.

지식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 혹은 창작에 관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내가 바쁠동안 맡겼더니, 솔직히 말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만들어놓아서, 그 자리에서 뭐가 문제였다고 지적을 마구 하려고 했었지만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안 했으면 모를까나,

회사 일이 끝나면 회사 일에는 1도 신경을 쓰지 않는 나와 달리,

회사 일을 집에서까지 들고 가서 하는 열정이 있는 그 친구는

아무런 배경 지식도, 결과물도 뽑아본 적이 없고,

관련된 '감각'에 대한 것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뭐라 할수가 없었다.

그저, 열심히 했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만을 남기고서는

뒤돌아서서 크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서는

다시 만드는 수밖에.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직업학교를 다니면서는

거의 한 달이나 걸렸던 일들이

100% 완성이 아니라 90% 정도만 완성한

미완성의 포트폴리오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만들어 보니까

훨씬 빨라졌다는 거다.

결국은 일은 두 번 해야 한다는 게

조금은 서글프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아이디어를 내 봐라, 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사장마냥 사업기획서를 들고와야

성에 찬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좀 있는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