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고 살지만, 내 것만 유독 짙어 보이는 그 감정
회사를 세운다고, 서울에 와 있다.
사업을 하기로 결정을 짓고, 서류를 쓰는 순간인데
지금 다니는 회사는 한 달뒤에 그만둔다는 말을 했는데도
너무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꿈을 꾸는 것 같고, 혼란스럽다.
기뻐해야 할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떤 때에는 그 온도가, 확 와닿았다가도,
또 어떤 때에는 내가 그런 일을 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해
두려움에 떨다가, 최악을 생각해보고서
그래, 최악이더라도, 그냥 실업자 신세가 되어서
다시 돌아오는 거지. 하는 거지.
그런데, 그런 두려워하는 게 사실 하나가 더 있다.
그건 외로움이다.
애매하게 벌고, 집으로는, 내 개인적인 공간이 있는 곳으로는
내려갈 일이 점점 줄어들어서
해결되지 못한 외로움을 안고서
남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살아남아서 제 몫을 하고 있는데도
어떻게보면 남들에게 부러운 삶을 살고 있게 되었는데도
어디에도 그런 외로움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내 울음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릴새라,
베게에 얼굴을 묻고 우는 삶이다.
그런 외로움을 안고 사는 나를 보고 옆에서
외로운데, 여자친구 사귀는 게 어떻습니까, 라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는 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