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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케빈 Sep 27. 2022

첫 회사 이야기

처음에는 싫었지만, 돌아보니 행복했던


사업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서

머리아 아파오지만, 내일 모레가 되고

가족 앞에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되면

퇴사를 하면 확 와닿겠지만


매일같이 출근할 때는 오늘도 또 출근인가

어떻게 일주일을 버티나, 욕도 했다가도

가만 돌아보면 생각보다 사람들이 괜찮아서

아쉬웠던 곳.


나중에 크게 성공하던, 다른 회사에서 일하게 되던,

한 번쯤은 음료수라도 사들고 가도 괜찮았을


나이 서른 셋에, 처음으로 취업했던

작지만 나쁘지 않았던 회사

나같은 사람 어디서 받아주나 싶었는데

빨리 출근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알겠다고 하고 다른 일정들을 후다닥 처리한 다음

입사한 회사.


너무 작은 회사라서 

연차가 없어서

연차있는 중견기업 다니는 동생이

너무나도 부러웠었다. 


처음에는 어쩔줄 몰라서 덜덜 떨다가 

나중에는 매출을 낼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하고

집에가서도 그런 방법을 공부하라는 

얼토당토않은 나이많은 어른들의 말이 날아다니는

처음에는 한숨이 나오는 곳이었지만


전에 다니던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알던 동생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매출을 내기 위한 방안으로

듣도보도못한 이상한 제안서를 들고가고

듣도보도못한 이상한 광고를 가지고 가서

한 번 해 보는 거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면


의외로, 뭐든지 해 보라고, 실행을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계획만 품고서, 뭉그적뭉그적 거리다가,

슬며시 분위기를 보다가 필요할 꺼 같으면,

하나 툭, 보따리를 푸는 방식으로 일을 해도

괜찮았던 그런 회사


조직생활의 공포에 질려서

회사공포증이 생겼던 나에게

월급은 올려줄 능력이 안되서

정부지원사업으로 월급을 타다가 주는

그런 이상한 곳이었지만


아무튼 서로 친하고 웃으면서 일해도

괜찮았던 곳.

대우가 안 좋아서,

자기가 지원한 직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잡일을 자꾸 시켜서

누군가는 폭발해서 못해먹겠다고 

떠났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서 나도 욕도 했지만

돌아보면 나쁘지 않았던 첫 회사.


요새는 조금씩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내가 들어왔을 때만도 심각한 표정으로 매출을 바라보면서

회사가 오늘도 위기네, 내일도 위기네 했던 곳인데,


이제는 하루에 월급쟁이 한 달의 돈을 벌고 있는 회사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고,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이곳을

나는 나의 미래를 위해서 떠난다.


내일, 늦어도 모레면, 내가 떠날 거라는 걸

몇 명이 아니라 모두 다가 알겠지


내가 힘들어도, 욱해서 때려치지는 말라고 

어르고 달랬던 동생 녀석이 

굉장히 슬픈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이 있어서 

월급으로는 택도 없으니, 

내 능력으로 회사에서 경쟁을 뚫고 

남을 밟고 위로 올라가는 건 택도 없으니 


6개월만에 잘 되서 멋진 모습으로 보자는 건 

좀 무리일 거 같고,


내가 성공해서 성공적인 사업가의 삶을 영위하게 되던

다른 회사에 취업하게 되던, 


그래, 첫 회사에는 전에 일하던 디자이너가 

찾아와서 즐겁게 놀다가고, 청소도 조금 도와줬다가 간 것처럼

나도 그렇게 나중에 찾아가야지.


박수치고 그리워할 때 떠났으니

웃으면서 다시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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